"선생님, 저랑 패드민턴 해요" 원당초 체육관에서 일어난 기적

핸볼·피클볼·패드민턴 등 뉴스포츠 열풍... 소외 없는 교실 넘어 가정과 일상까지 바꾸다

등록 2026.06.22 17:15수정 2026.06.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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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아이들이 핸볼을 처음 접하는 날 패스 를 배우고 첫경기를 하고 있다. 4학년 아이들이 핸볼을 처음 접하는 날 패스 를 배우고 첫경기를 흥미있게 하고 있다.
▲4학년 아이들이 핸볼을 처음 접하는 날 패스 를 배우고 첫경기를 하고 있다. 4학년 아이들이 핸볼을 처음 접하는 날 패스 를 배우고 첫경기를 흥미있게 하고 있다. 김의순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 핸볼 시합 해요? 벌써부터 기대돼요!"

"선생님! 저 주말에 엄마한테 졸라서 이거 샀어요. 오늘 점심시간에 저랑 패드민턴 해요!"

6월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실내 체육관으로 모여든 아이들의 활기가 대단하다. 점심시간과 체육 시간이 되기 무섭게 경기도 고양시 원당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라켓과 공이 들려 있다.

과거 뙤약볕 아래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피구공 하나로 던지고 피하던 아날로그식 체육 시간은 옛말이 되었다. 요즘 원당초 체육관은 온몸으로 즐기는 뉴스포츠의 열기로 매일이 축제 같다. 운동 신경 없어도 뚝딱, 협회가 지원하는 '핸볼'과 '피클볼'의 매력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학교 확대와 더불어 학생들의 기초 체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당초등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핸볼(Hanball)'과 '피클볼(Pickleball)' 같은 뉴스포츠의 도입이다. 핸볼은 정식 핸드볼을 초등학생의 신체 발달 수준에 맞춰 안전하고 재미있게 변형한 종목이다. 몸싸움이 치열하고 공이 딱딱한 기존 핸드볼과 달리, 맞거나 부딪혀도 아프지 않은 폭신한 전용 공을 사용한다.

원당초의 이러한 체육 혁신 뒤에는 대한핸드볼협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협회는 학생들이 장비 부담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전용 핸볼 공과 골대 등 교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이들의 든든한 날개가 되어주었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피클볼까지 더해지면서 아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규칙이 직관적이고 가벼운 라켓을 사용해 10분만 배우면 누구나 랠리를 이어갈 수 있어, 운동 신경이 부족한 학생도 네트 앞에 서면 어느새 당당한 '선수'가 된다. 아이들은 매 시간 피클볼 라켓을 쥐고 땀방울을 흘리며 무서운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

핸볼 공으로 패스연습 핸볼경기에 앞서 패스종류를 알고 패스 연습을 하고있다.
▲핸볼 공으로 패스연습 핸볼경기에 앞서 패스종류를 알고 패스 연습을 하고있다. 김의순

학교 담장 넘어 일상으로


뉴스포츠의 가장 큰 마법은 체육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까지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 탁구와 배드민턴을 접목한 '패드민턴(타이구)' 수업을 마친 후, 기분 좋은 변화가 찾아왔다.

4학년의 한 남학생이 아침부터 앙증맞은 패드민턴 라켓 세트를 가방에 쏙 넣어 등교한 것이다. 주말 내내 엄마를 졸라 자신만의 장비를 장만했다며 상기된 얼굴로 자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했다. 이제 그 아이에게 체육은 일주일에 몇 번 들어 있는 '교과목'이 아니라, 매일 친구·선생님과 함께 즐기고 싶은 '놀이'이자 '일상'이 되었다.

40년간 정든 교단을 떠난 후, 현재 원당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필자는 요즘 체육관 풍경을 볼 때마다 깊은 감회에 젖는다. 과거에는 체육 시간이 되면 공에 맞을까 봐 무서워하거나, 끼지 못하고 관람석 구석에 뚱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달래는 게 큰 일 중 하나였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몇몇 아이들이 경기를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외되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는 뉴스포츠 교실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 운동을 잘하는 아이와 서툰 아이 모두가 한 팀이 된다. 헛스윙을 하거나 공을 놓쳐도 서로 격려하고, 작은 득점 하나에도 발을 구르며 환호한다. 경쟁이 아닌 '협동'과 '배려'라는 진짜 교육의 본질이 쾌적한 체육관 매트 위로 매끄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평생 스포츠로 이어지는 건강한 징검다리 수업에 참여한 원당초 한 학생은 "예전에는 체육 시간에 공에 맞을까 봐 무서워서 뒤에만 숨어 있었는데, 지금은 공이 전혀 무섭지 않다"며 "친구들이 나한테 패스를 많이 해줘서 골을 넣었을 때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고 웃어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경험한 '즐거운 신체 활동'의 기억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 어릴 때 운동의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삶의 활력을 스스로 채워 나갈 줄 아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난다. 학교 담장을 넘어 평생 스포츠로 이어지는 든든한 징검다리가 원당초 체육관에서 차근차근 놓이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과 학원 일정에 갇혀 마음껏 뛰어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 그러나 쾌적한 체육관 안에서 라켓을 쥐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스트레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아이를 교실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학교 체육의 유쾌한 반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더 많은 학교 현장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본 기자는 고양시 원당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체육 지도)로 근무하며 실제 교육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관찰했습니다.
#패드민턴 #핸볼 #피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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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평생을 초등 교사로 아이들과 호흡하다 올해 정년퇴직 후,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신참 시민기자입니다. 남다른 건강과 스포츠로 다진 체력을 무기 삼아, 그동안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해 매일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전국매일신문과 오마이뉴스의 눈이 되어, 우리 이웃의 생생한 삶과 새로운 도전의 현장을 열정적으로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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