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남편들> 스틸컷
넷플릭스
김지석이 연기한 빌런 '마도준'은 소동극의 원흉이자 기묘한 남편이다. 평단은 후반부 마도준이 원조 두목 용강(윤경호 분)에게 허술하게 무너지는 플롯을 혹평했다. 플랫폼 마약 사업가라는 거창한 설정에 비해 인물이 너무 허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허술함은 각본의 결함이 맞다. 제 손으로 쌓아 올린 것 없이 빌런이 무너지니 후반부의 긴장이 헐거워진다. 굳이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그 결함 위로 흥미로운 징후가 겹쳐 보인다. 마도준이라는 인물 설정 자체가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풍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마도준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아내 혜란(이다희 분)이 길러낸 '온달'에 가깝다. 열정은 넘치나 실현 능력은 모자랐다. 유능한 아내의 기획력과 첨단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고서야 성공했다. 잘나가는 아내 덕에 올라선 남편의 초상이다. 진짜 브레인은 아내 혜란이다. 마도준은 화려한 껍데기를 두른 행동대장일 뿐이다.
그의 치명적 단점은 아내 덕에 쥔 권력을 제 능력으로 착각한 오만이다. 과거 시장을 장악했던 원조 포식자 용강을 하대하고 무시한다. 플랫폼 권력만 믿고 현장의 야생성을 건드린 대가는 참혹하다. 아내의 방패가 사라진 마도준의 민낯은 허술하다. 그가 허망하게 털리는 장면은 빌려온 권력이 얼마나 쉽게 바스러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친 한국의 무중력 도피
영화 속 세 남편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듯하다. 충식은 투박하고, 민석은 세련됐으며, 마도준은 오만하다. 우리 사회가 복잡하게 품은 남편들의 민낯이다. 공통점이 있다. 셋 다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임감만으로는 소통에 실패하고, 다정함만으로는 야생을 견디지 못하며, 권력은 끝내 빌려온 것이었다. 어느 가장도 홀로 온전하지 못하다. 바로 여기에 이 코미디의 진짜 무게가 있다.
생각해 보면 가장의 자리는 더 이상 안정된 좌표가 아니다. 어떤 모범답안도 위기 앞에서는 절반만 작동한다. 세 남편의 허둥거림은 가장이라는 역할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의 자화상이며, 그 불안은 스크린 밖 현실과 고스란히 포개진다. 세대와 성별과 계층의 갈등이 동시에 끓어오르는 사회에서 급격한 변화는 끝없는 생존 경쟁을 강요하고 그 피로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정답이 사라진 자리에서 모두가 조금씩 지쳐 있다.
평단의 혹평 속 아시아 주요 국가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라는 역설은 그래서 읽을 만하다. 관객은 정교한 서사를 보러 오지 않았다. 나처럼 불완전한 남편들이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지는 풍경을 보러 왔다.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팝콘 무비가 더 절실한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완벽한 영웅 대신 불완전한 인간들의 연대. 거기서 지친 마음이 잠시 풀린다.
<남편들>의 흥행은 웰메이드의 성취가 아니다. 갈등에 과포화된 대한민국이 택한 일시적 '무중력 도피'다. 부실한 서사와 조잡한 만듦새는 이 영화의 분명한 유통기한을 가리킨다. 화제성은 곧 식고 기억에서 빠르게 휘발될 것이다. 그러나 조악한 소동극에 잠시 안식을 의탁한 대중의 무의식만큼은 선명한 사회적 징후로 남는다. 완성형 가장이 사라진 시대의 피로가 불완전한 남편들의 소동극을 끝내 1위로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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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 혹평하는데 넷플릭스 1위, '남편들' 흥행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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