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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준비 대신 바느질 하는 고3, 걱정은 사양합니다

고3 아닌 19살, 천천히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등록 2026.06.24 06:53수정 2026.06.2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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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가 있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어느 부분에서 지독하다라고 표현되는 것인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마 대한민국에서 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 냄새를 거쳐 갔고, 거쳐가는 중일 테니.

대부분의 고3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대학 입시에 집착하는지, 가서는 뭘 할 건지 뚜렷하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아니, 그럴 틈이 없다. 무언가에 쫒기듯 땅만 보고 달리며 헉헉대는 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학에 가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나의 목표를 위해 죽을 듯이 달려보는 경험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분명 진하게 다가오는 배움이 있을 것이고 그 배움이 거름이 되고 흙이 되어 미래를 밝혀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간신히 숨만 붙은 채 살아가는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초4의 결심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테다'

 2022년,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2022년,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수연

나도 '고3'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공부는 싫어하지만 노는 건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한 가지 다른 고3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센서티브' 했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혼나면 나도 무서워했고 친구들이 울면 나도 울었다. 몸의 감각이 예민했고 사소한 일에도 깊고 섬세하게 생각했다. 초 예민 공감 능력을 가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타인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폈다. 정확히는 모든 것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욕심도 많아서 힘든 부분은 숨기고 나의 센서티브함을 도구 삼아 철저한 모범생이 되려 노력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발표도 꼬박꼬박 잘하고 시험도 잘 보고 친구관계에서도 문제가 없는, 그런 전형적인 '문제 없는 아이'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 일이 생겼다. 아직 그 많은 것들을 숨기기에는 한도 초과였던 것일까.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속이 너무 안 좋고 공포가 밀려왔다. 출석 일수는 적어지고 집에만 있으면서 우울감이 심해졌다.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에 전념하던 나는 결심했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테다." 사실 나는 아직도 당시에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내 몸이 아픈 게 딱히 학교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초등학교 4학년의 나는, 무엇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던 걸까. 그렇게 이러저러한 고생을 하다가 '대안학교'를 알게 되었고, 나는 지금까지 쭉 대안학교에 몸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서울에 있는 작은 대안학교에서 익숙지 않은 대안교육을 피부로 느껴보았다. 제일 감명 깊은 기억은 첫 회의였다. 학생들이 직접 질문하고 답하며 주체적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나 자신이 짜여진 교육을 받고 친구들과 경쟁하는 학생이 아닌 주체적인 인간이자 한 명의 학교 구성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내 안에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가득했다. 내가 그토록 아팠던 것도 내 안의 것들을 꾹꾹 참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의 의견과 생각을 말하는 순간 나는 정렬된 자리에서 이탈한 학생이 되고, '비정상적'이라는 키워드를 얻게 된다. 대안학교라는 곳은 내 안의 터질 듯한 주머니를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곳이었다. 일직선으로 정렬된 책상 대신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그란 배치의 회의실이 있었고 내 의견을 이야기 했을 때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있었다. 더 이상 나에게 '이탈자', '비정상적'이라는 키워드는 따라오지 않았다.

조금 더 큰 터전으로

 아웃턴십을 떠나는 12학년(고3)선배님들을 위해 10,11친구들이 준비해준 선물
아웃턴십을 떠나는 12학년(고3)선배님들을 위해 10,11친구들이 준비해준 선물 이수연

나는 조금 더 많은 친구들과, 더 안정적이고 큰 터전에서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었기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고양자유학교로 떠났다. 고양자유학교는 전의 학교보다 더 안정적이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입학할 당시에는 2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나름 뿌리깊은 학교였다. 그 때문에 교육 커리큘럼이나 규칙 등이 탄탄하고도 섬세했다.

안정적인 터전에 들어서자 오로지 학교 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던 나는 더욱더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등 기본적인 과목들부터 프로젝트형 수업, 동아리 활동, 회의까지 모두 열심히 참여했다.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다름을 인정해주었고 공부나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삶'과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사회에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닥친 여러 문제들을 견디지 못하고 결석 일수가 잦아지기도 했다. 어디를 가든, 힘든 부분은 생기기 마련이다. 어쩌면 일반학교보다 어렵고 복잡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런 나의 힘든 부분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주는 이 학교가 좋았다. 기다려주는 학교가 좋았다. 오래 봐 온 친구들,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는 선생님들이 좋았고 나를 더 심도있게 알아가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나는 내 남은 10대의 시간도 고양자유학교에서 보내보기로 했다.

고등과정 '숲터'에서는 사회와 내가 이어져보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그 일환으로 '아웃턴십'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스로 자신을 탐구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기관을 찾아 직접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본다. 나도 작년에는 한 달 동안 옷과 환경에 관련된 기관에 나가서 경험을 했다. 올해도 그에 이어 버려진 옷을 리폼하는 개인작업과 수공예 전문 기관 근무를 병행 중이다.

고3 아닌 19살, 천천히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내게도 일반학교를 다니는 고3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고3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걷고 있는지 조금은 실감할 수 있다. 어디 가서 "19살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순간 어른들의 눈빛이 바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대학은 어디 갈 거니?", "공부 할만해?"라는 질문도 많이 받아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대학은 제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가려고요. 일단은 제가 할 수 있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대학은 꼭 가야하는 곳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졌을 때에 가면 된다. 최소한 무작정 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시간에 쫓겨 골인하듯 들어가야 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 앞에 놓인 대입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교에 다니면서 생각했다. 19살의 소년 소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나를 알아가보는 시간이지 않을까?

나는 대한민국의 19살들이 고3이라는 단어로 깡그리 묶여 통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는 대단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생명을 존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동시에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 주위의 사람들을 '적'이 아닌 친구로, 인생 선배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면 세상은 더 따뜻하고도 맑게 밝아질 것이라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작년 2025, 전세계 민주교육 한마당 IDEC에서 친구들과
작년 2025, 전세계 민주교육 한마당 IDEC에서 친구들과 달콤
#대안학교 #대안교육 #대학입시 #고등학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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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자유학교 재학중인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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