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송림공원 소나무 숲이 품은 특별한 비밀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 구간 12.5km 5시간 20분을 걷다

등록 2026.06.25 16:07수정 2026.06.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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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별한 장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규칙에 얽매인 단체에 가입하여 운동할 사항도 아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 즐기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어 좋다. 걷기운동은 심혈관 보호, 근력 강화 그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어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나는 걷기운동으로 정신과 몸이 예전보다 탁월하게 나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단지 기분만이 아니라, 병원 검사에서도 각종 수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만보기 등 걷기운동 어플도 다양하고 적립금과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사용자를 유인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걷기운동 앱을 통해 걷기 챌린저를 운영하고, 점수에 따라 지역 특산품이나 상품권 등 리워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음만 먹으면 건강도 챙기고 작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포인트와 선물도 챙길 수 있다. 지난 3월 첫걸음을 시작한 지리산둘레길 걷기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서, 끝까지 해내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 구간을 걷는 토요걷기 회원들.
▲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 구간을 걷는 토요걷기 회원들. 정도길

지난 6월 20일,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 21개 구간 중 14번째 구간을 걸었다. 이 구간은 8.5km로, 타원형으로 된 지리산권역 둘레길이 아닌, 꼬리가 섬진강쪽으로 툭 튀어나온 모양새다. 지리산둘레길 업무를 총괄하는 하동센터 사무실이 이 구간을 지난다. 출발지인 적량면 서당마을 들판과 하동읍 너뱅이들(넓은 벌)에서 넉넉한 농촌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바람재에서 하동읍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길 양쪽으로 심겨진 차밭에서 은은한 차향을 맡을 수 있어 좋다. 종착지 하동송림공원에서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섬진강에서 힐링으로 건강을 다진다.

정신과 육신에 좋다는 걷기운동... 다양한 혜택도 받아

며칠 전부터 예보된 비로 인해 우의를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계획이 취소되는 일은 없다. 이날도 많은 비가 예보된 상태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준비운동을 마치고 걸음에 나섰다. 농로 길은 비가 젖어 촉촉하고, 풀잎은 이슬을 얹어 영롱한 모습이다. 모내기를 끝낸 들판은 물을 가득 품었다. 이 구간 벅수 방향표시 색깔은 초록색이다. 원래 정방향은 빨강색, 반시계방향은 검은색이지만, 이 구간은 앞서 언급한 툭 튀어나온 꼬리 길로 색깔을 달리한 것이다.

벅수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 구간 벅수는 녹색으로 표시돼 있다.
▲벅수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 구간 벅수는 녹색으로 표시돼 있다. 정도길

상우마을과 관동마을을 지나고 율곡마을까지는 농로 길과 마을안길이 반복된다. 율곡마을 집 벽에 그려진 그린 벽화가 눈길을 끈다. 어설퍼 보이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그림에서 시골의 풋풋한 정을 느낀다. 그림을 그린 지 10년이 지났건만, 마을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만큼 농촌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표가 아닐까 싶다.

이 구간은 급경사 오르막 구간이 없다.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로, 꼭 지리산둘레길 완보를 목표로 하는 걸음이 아니더라도, 어느 방향에서 걸어도 좋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섬진강 물줄기와 하동읍 풍경을 조망하는 것도 이 구간 특징이다.


1시간 반을 걸어 바람재에 도착했다. 바람재는 이 구간 중간에 위치한 고개로, 하동읍 밤골과 적량면 밤골로 잇는 길목이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 이름에서 유래된 바람재에서 잠시 쉬어간다. 여기서는 분지봉 4.5km, 하동중학교 1.7km다. 바람재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하동읍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바람재 바람재에서 잠시 쉬어간다.
▲바람재 바람재에서 잠시 쉬어간다. 정도길

바람재에서 약 200m 경사길을 오르니 고개 정상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로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길 양쪽으로 촘촘하게 심어진 녹차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산 속에 녹차나무를 왜 심었을까 궁금하다. 겨우 사람 한 사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숲길이지만 걷는 데는 불편이 없다. 하동센터 직원들이 수시로 풀베기 등 둘레길을 가꾸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간뿐만이 아니라, 다른 구간에서도 잘 정비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사단법인 숲길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다.


녹차숲길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녹차숲길.
▲녹차숲길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녹차숲길. 정도길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 인증서 보유

이 구간은 다른 구간보다는 짧은 거리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난이도는 하동에서 서당마을까지는 중급 정도이고, 반대코스는 하급 정도에 해당한다. 하급 코스를 선택했지만, 숲길은 쉽게 끝을 보여 주지 않는다. 숲길이 언제 끝날까 지루하다고 느껴질 즈음, 앞으로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하동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종착지인 하동송림공원도 보인다.

하동읍전경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하동읍 풍경이 장관이다.
▲하동읍전경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하동읍 풍경이 장관이다. 정도길

읍내로 들어서고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스탬프를 찍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이곳은 <사단법인 숲길> 사무실로 지리산둘레길을 총괄 운영하는 본부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벽면에는, "지리산둘레길은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입니다."라는 인증서가 걸려있다.

"인증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은 대한민국 지리산에 있는 295.1km로 2019년 10월 8일에 사단법인 숲길과 P&G 다우니가 함께 달성(등재) 하였다. 공식적으로 놀라운"

인증서 사단법인 숲길에서 받은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 인증서.
▲인증서 사단법인 숲길에서 받은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 인증서. 정도길

하동읍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평지가 아닌 언덕진 곳에 주택들이 형성돼 있다. 읍내 구시가지 모습이다. 읍내를 가로질러 종착지인 하동송림공원에 도착했다. 다른 구간과 달리 거리가 짧아 3시간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모여 하동송림공원을 탐방하기로 했다. 읍내 식당에서 콩국수로 점심을 대신했다. 읍내 모습은 10여 년 방문했던 것과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하동을 비롯한 전국에 많은 지자체가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돼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동 송림 숲 미인송... 직접 체험해 봐야만 그 비밀 알 수 있어

하동에는 주요여행지로 '하동십경'이 선정돼 있다. 하동송림공원은 <제8경 하동포구 백사청송>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이 송림은 조선 영조21년(1745) 하동도호부사 전천성이 강바람으로부터 백성들의 생업과 거주지를 보호하고자 조성된 인공 숲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약 3000여 그루를 심었다고 하며, 지금은 800여 그루가 약 2km에 걸쳐 거대한 숲길을 이루고 있다. 수령 280년 이상 된 소나무는 높이만 해도 15m 내외 안팎으로 하늘을 덮을 정도로 울창하다. 특이한 점도 눈에 띈다. 소나무 끝부분이 하늘 쪽으로 치솟지 않고 평편하게 퍼져 누운 상태다. 꼭 무슨 도구로 가지를 눌러 펴지게 한 모양새로 해 놓은 듯하다.

하동송림공원 하동송림공원은 약 280년 전 조성된 인공 소나무 숲이다.
▲하동송림공원 하동송림공원은 약 280년 전 조성된 인공 소나무 숲이다. 정도길

이 숲은 놀라고도 남을만한 특별한 비밀을 품고 있다. 숲 해설가를 초빙하여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해설가는 거울을 하나씩 나눠주며 콧등에 대고 눈을 아래로 깔고 거울을 보라고 말한다.

"자, 이제 무엇이 보이는지 말씀해 줘 보세요."
"..."

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뒤 누군가 대답한다.

"미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전에 이곳에 와서 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 아니면 처음인데 맞춘 건지요?"

미인송 하동송림공원 숲에서 거울을 콧등에 대고 본 미인송.
▲미인송 하동송림공원 숲에서 거울을 콧등에 대고 본 미인송. 정도길

뒤늦게 알아차린 다른 회원들의 감탄소리가 몇 초 간격으로 터지며 이어졌다. 그 누가 거울을 보면서 이런 현상을 발견했을까.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는 돋보기를 하나씩 나눠주며 소나무 껍질에 대서 보란다. 또 다시 감탄사가 절로난다.

두꺼운 소나무 껍질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세포 같이 보이는 세밀한 조직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이끼는 꼭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사진으로 그 신비로움을 담지 못했다는 것. 하동여행을 하는 여행자라면 꼭 그 신비로움을 체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끼 하동송림공원 숲 소나무 껍질에 붙은 이끼. 꼭 꽃이 무리지어 핀 모양이 신비롭다.
▲이끼 하동송림공원 숲 소나무 껍질에 붙은 이끼. 꼭 꽃이 무리지어 핀 모양이 신비롭다. 정도길

하동송림공원을 수차례 방문하고 숲길을 걸어 봤으면서도 이런 현상은 처음으로 접했다. 그 동안 껍데기만 보고 돌아간 여행이 돼 버렸다. 이날 숲 해설가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런 신비로운 체험도 할 수 없었을 터다. 전국의 여행명소에서 근무하는 문화해설사의 역할이 크다는 점도 알게 됐다. 다음 주는 지리산둘레길 서당~하동호 구간으로, 올 해 상반기 마지막 토요걷기 걸음이 예정돼 있다.

● 구간별 거리 및 소요시간(총12.5km, 5시간 20분)
서당마을(09:18) ~ 상우마을0.4km) ~ 관동마을(09:50, 1.8km) ~ 바람재(10:28, 2.3km) ~ 하동센터(11:50, 2.5km) ~ 하동송림공원(12:28, 1.5km) ~ [점심시간(12:30 ~ 13:30)] ~ 하동송림공원 한 바퀴(14:38, 4.0km) / 12.5k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
#지리산둘레길서당하동구간 #지리산둘레길하동센터 #하동송림공원 #바람재 #미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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