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현 뉴스앤조이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존 언론은 전광훈 목사나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집회를 각각 별개의 극우 개신교 집회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뉴스앤조이는 이를 하나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바라보고 '아스팔트의 그림자'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계기가 무엇이었나.
"일단 저희는 '극우'라는 표현을 쓸 때 굉장히 신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 지형을 보면 굉장히 넓은 회색지대에 많은 교인이 계시기 때문이다. 종교의 특성상 대부분이 문화적으로나 가치관 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보수 교인들까지 전부 '극우'라고 통칭하는 데 문제의식이 있어서, 용어 사용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왔다.
이들이 엮인 네트워크는 12·3 내란 이후에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분명한 전조증상이 있었다. 2024년 10월 27일에 서울시청 일대에서 '10·27 집회'라는 게 열렸다. 그때 손현보 목사가 주도해서 100만 명을 모으겠다고 시청 앞에 엄청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명분은 명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4년 7월 18일에 동성 부부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결국 차별금지법 법제화와 동성 결혼 법제화로 가는 길목이라는 논리였다. 이 명분을 내세워 전국 교인들을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계엄이나 내란 같은 극단적인 정치 언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저희끼리 분석해 보기로는, 10·27 집회가 12·3 내란 이후 본격화된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의 거대한 '예비연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었고, 집회 현장에서 확보한 전화번호 등 수많은 개인정보가 이후의 조직화 과정에서 엄청난 자산이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반 교인들은 정치적 의도보다는 동성애 문제나 신앙적 위기감 때문에 목사님들이 부르면 광장이든 어디든 집회에 참석한다.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목사들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는 조금 애매했는데, 이때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공산당이 된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고 외치면 교인들을 모으는 데 아주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전광훈 목사가 만날 '북한 김정은' 같은 거친 반공주의만 얘기했다면, 손현보 목사는 '차별금지법', '동성애 문제' 등 삶에 밀착된 의제를 던진다. 이런 의제들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세대 교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들이다. 결국 문화적 보수 성향의 중간지대에 있는 교인들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향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진행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이름도 '국가비상기도회'다. 전형적인 정치집회 형식을 띠지 않는다. 현장에 가면 찬송가도 부르고 통성기도도 뜨겁게 한다. 외견상 완벽한 기도회와 예배형식인데, 내용물은 정치적이다. 이 형식이 오히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공허해하고 방황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저희가 이들의 네트워킹에 주목하고 구조를 파헤쳤다."
"제도권 정치를 파고드는 종교, 선거 때마다 파고들 것"
-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가 앞으로 있을 선거나 한국의 정치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나.
목사들이 평소에는 정교분리 원칙을 늘 얘기한다. 그래서 보통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교인들에게 '교회에서 정치 얘기를 안 하는 게 좋다'고 가르치다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정교분리 이야기를 쏙 빼놓곤 하신다.
그런데 손현보 목사 같은 경우는 대놓고 정교분리를 부정한다. '성경에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는 얘기가 어디 있느냐, 목사는 사회를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신다. 앞으로 이런 현상, 즉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를 지휘하려는 움직임은 더 심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놓고 정치를 전면에 내세울 명분은 부족하니, 앞으로도 '교육'이나 '동성애 문제'를 명분으로 강하게 내세울 것이다. 지금 여러 언론에서 보수 개신교계가 운영하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취재를 많이 하고 기사도 나오고 있다. 사실 그런 대안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전부 부정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안학교를 세워서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일종의 사관학교를 육성하겠다고 홍보한다. 그러면서 신앙적 가치, 성경적 가치를 지켜줄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후보들을 조직적으로 뽑으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선거 때마다 이 교육 의제와 혐오 의제를 매개로 제도권 정치체제에 끊임없이 파고들지 않을까 싶다."
"AI 기술이 열어준 기회, 독립언론이라 더 자유롭고 즐겁다"
- 마지막으로 취재 소회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독립언론을 꾸려가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줄 알았으면 애초에 안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요새 굉장히 많이 하고 산다(웃음). 그만큼 재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이 힘드니 독자분들께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기획기사를 쓰면서 느꼈던 긍정적인 점 중 하나가, 이른바 'AI 시대'가 저희 같은 작은 독립언론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아스팔트의 그림자' 기획의 핵심이었던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도 외주를 주지 않고 제가 직접 만들었다. 옛날 같으면 제작비가 없는 작은 언론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페이지 하나 외주 주려면 몇 백만 원씩 들고, 나중에 오타 하나 나면 개발자에게 정말 벌벌 떨면서 좀 고쳐 달라고 사정사정해야 했다.
이제는 AI 도움을 받아 우리가 직접 코딩하고 구현할 수 있다. 기술적 장벽이 사라지다 보니, 저희처럼 돈은 없지만 하고 싶은 기획은 많고, 상사가 말리지도 않는 자유로운 언론에게는 참 좋은 기회다. 기술을 무기 삼아 더 좋은 보도를 많이 하려고 준비 중이다.
깨알같이 다음 기획을 하나 홍보하자면, 저희가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12·3 내란 이후 극우 세력들이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의 의견란을 조직적으로 장악하는 현상을 포착했다. 데이터 수치를 보니 어마어마하다. 지난 21대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는 4년 동안 총 630만 건의 댓글(의견)이 달렸는데, 이번 22대 국회 들어서는 불과 2년 만에 달린 댓글이 8200만 건이 넘는다. 상식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방대한 양이다. 하지만 LLM(거대언어모델) AI를 돌리니까 그냥 하루 정도면 8000만 건의 데이터 분류와 텍스트 분석을 다 해주더라.
이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 극우세력과 극우 개신교가 어떻게 공론장을 왜곡하고 입법 과정에 압력을 넣고 있는지 심층 취재 중이다. 이런 대형 데이터 취재를 하면서 '아, 우리가 비록 작지만 독립언론이니까 눈치 보지 않고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뉴스앤조이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한국 교회의 공공성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좋은 보도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뉴스앤조이 ‘아스팔트의 그림자’가 2026년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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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삼킨 광장과 공론장, 데이터로 '동원 체계'를 해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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