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언론센터가 2026년 3월 3일 공개한 항공 촬영 사진. 이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가 공습을 받아 어린이들이 사망했다. 장례식 도중, 애도객들이 무덤을 파고 있다. 이란 언론은 이 학교를 포함해 수백 명의 이란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AFP 기자들은 사망자 수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사진: Iranian Press Center / AFP)
연합뉴스 = AFP
2026년 2월 28일 아침, 이란 남부 미나브 주의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양육자들이 혼비백산하며 학교로 달려갔다. 시간은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미사일은 순식간에 교실 천장을 무너뜨렸고, 7세부터 12세 사이의 여학생들과 교사들 175명이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숨을 거두었다. 무너진 벽돌 사이에서 발견된 미사일 파편에 "메이드 인 USA"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군은 예비 조사 후 원인을 밝혔다. 결과는 고도화된 미사일 기술의 오작동이 아니었다. 폭격당한 학교 건물은 이란 혁명수비대 기지의 일부였는데, 2016년 무렵부터 민간 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미국 시스템에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폭격이 자행된 것이다. 미군이 10년 가까이 데이터를 갱신하지 않아 발생한 이 사건은 '인간의 실패'였다.
그렇다면 미군은 어떤 시스템을 활용했던 걸까. 이들은 위성과 드론 영상, 신호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융합해 표적을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타격 패키지를 생성하는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운용했다.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 적의 핵심 표적을 신속히 탐지·식별·결심·타격하는 일련의 연쇄 과정)을 극도로 압축한 시스템이다.
당시 미국 침공 후 첫 24시간 동안 메이븐이 타격한 표적은 약 1000개였다. 개별 표적 하나를 처리하는 데 약 86초가 주어진 건데, 인간 분석관이 추천된 표적을 검증하고 낡은 데이터를 걸러낼 물리적 시간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검증하는 방식을 막을 수 있는 방식은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
국제사회는 이미 1977년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36조를 통해, 새로운 무기나 전투 수단을 연구·개발·획득할 때 그것이 국제법상 금지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AI 표적 시스템은 명백한 전투 수단이다. 미군은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를 폭격하기 전 군사 목표물과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지, 시스템에 낡은 정보가 있다면 이를 걸러낼 장치가 작동하는지 치열하게 물었어야 했다.
미군이 메이븐 시스템을 실전에 투입하기 전, 인도주의와 인권에 미칠 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할 공개 자료는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 만약 미군이 사전 평가를 생략하고 이 작전을 진행했다면, 미나브 아이들의 죽음은 단순한 '오작동 사고'가 아니다. 필수 절차를 무시한 채 밀어붙인 '필연적 결과'다.
총 175명의 아이와 선생님이 죽었다. 이 살상은 누구의 책임인가. 정보를 방치한 분석관, 표적을 최종 승인한 운용자, 시스템을 설계한 팔란티어, 그리고 이를 실전에 배치한 미 국방부 중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사건은 AI라는 이름의 자동화 시스템이 약속하는 가장 위험한 미래가 '속도'가 아니라 '익명성'이라는 걸 다시금 깨우쳐줬다. 그 익명성은 '알고리즘'의 한계가 아니었다. '인간'의 검토가 사라진 공백에서 싹텄다.
K-방산, 한국은 무엇을 수출하는가

▲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보복) 자산 중 하나인 천궁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위를 지나고 있다. 202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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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한국산 무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촉발된 상황에서 이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산 '천궁-II'로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K-방산의 쾌거'라며 치켜세웠다. 이 눈부신 승전보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한국에서 천궁의 성과는 수주액, 영업이익률, 주가 변동 등 경제 언어로만 번역됐다. 지난 1월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2021년 72억 5000만 3억 달러에서 이듬해 173억 달러로 단 1년 만에 두 배 넘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방산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고,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 무기의 수출 규모에 환호하기 전 물어야만 하는 게 있다. 한국 정부는 무기를 수출하기 전 ▲무기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지 ▲타격 대상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무기 수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수출한 무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충분히 예측하고 따져봐야 할 책임이 있다.
방산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의 사전 검토 책임을 묻는 건 '무기거래조약(ATT)'에 명시되어 있다. 조약 제6조와 제7조는 특정 무기의 이전이 국제인도법이나 국제인권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 쓰일 '압도적 위험'이 있는지 사전에 평가하고, 위험이 확인되면 이전을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2013년에 이 조약에 서명했다가 지난 2019년에 철회했다. 자국이 수출하는 무기의 사전 평가를 거부한 셈이다.)
이 조약의 핵심은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2016년 이 조약을 비준했고, 2022년 제9차 당사국회의 의장국을 맡았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무기 수출 심사는 주로 '전략물자 통제', 즉 민감한 방산 기술이 적성국(국제 사회에서 테러를 지원하거나 조장하는 국가를 지칭)으로 유출되는 걸 막는 안보 논리에 치우쳐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심사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기에 시민사회 등의 감시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이 '국가안보'라는 거대한 비밀주의의 장막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재래식 무기를 규제하는 인도주의적 규범조차 겉도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반 무기체계의 도입은 이러한 공백을 한층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법안의 역설과 마르텐스 조항

▲ 2025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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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도 우려할 지점이 많다. 이 법의 제4조는 국방 또는 국가안보 목적의 AI를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시행령을 통해 이 예외 범위를 군사·민간 양쪽에 걸친 '이중용도(Dual-use, 하나의 기술이 민간(상업·일상) 목적과 군사·안보 목적 양쪽에 모두 쓰일 수 있는 것)' 업무까지 확대하려 했다.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은 규제·법제 심사와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 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되는 2026년 7월 21일에 맞춰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5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아래와 같이 시행령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정책과 제도 설계에 있어 기술적 안전성과 시스템의 신뢰성 확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개발·이용 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 등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인권위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데이터 융합과 패턴 인식 등 민간에서 만든 이중용도 기술이 별도의 인권영향평가나 국제인도법적 심사 없이 살상 표적 선정 시스템으로 전용돼서는 안 된다.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의 참사는 느슨한 감시 속에서 발생했는데, 현재 한국의 입법부와 행정부는 그 위험한 이중공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대한 '살상의 구조'를 법의 이름으로 용인하는 행위이다.
방어용 무기인 천궁을 두고 왜 이런 과도한 논리를 펴느냐고 누군가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방어'에도 '판단'이 필요하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레이더 화면에 잡힌 물체가 무엇인지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 적의 탄두인가, 기만용 미끼인가, 아니면 항로를 이탈한 민간 항공기인가. 이 분류가 단 한 번이라도 틀리면, 방어용 무기는 잔혹한 학살 무기로 돌변한다.
군사분야에서는 표적은 아니었으나 불가피하게 사망한 이의 죽음을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 부른다. 그런데 누구의 생명이 부수적인가.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 아이들과 교사들의 죽음이 부수적이었나. 이 무기가 나를 표적의 일부로 포함한다면? 나는 기꺼이 부수적으로 죽을 수 있나.
무력 충돌 속에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브레이크는, 제네바협약 이전부터 이른바 '마르텐스 조항(Martens Clause)'으로 약속되어 있었다. 이 구체적인 성문 조약이 없었대도, 인류가 오랜 세월 확립해 온 관습과 인도주의 원칙, 그리고 '공공의 양심'에 따라 교전 당사자는 스스로를 규제해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전쟁터에서도 무고한 희생은 막아야 한다는 건 법 이전에 인류의 상식이다.
다시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한국은 두 번의 계엄령을 무력화하고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자부심을 가진 사회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검토가 결여된 채 진행하는 무분별한 무기 수출은 국경을 넘어 인류의 인권 전체에 선포하는 '계엄령'과 다름없다. '국경 안의 계엄에 맞섰던 우리가, 국경 밖의 계엄에 침묵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 마르텐스 조항 |
1899년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헤이그 제2협약) 전문에서 기원한 인도법의 기본원칙으로, 구체적인 협약에 의해 규율되지 않는 경우에도 교전 당사자가 확립된 관습과 인도의 원칙, 공공의 양심에서 연원하는 국제법 원칙의 보호와 규율 아래 놓인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 조항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1조 제2항을 비롯한 여러 인도법 문서에 명시되어 있다. 마르텐스 조항은 조약에 의해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전쟁의 수단이나 방법이라 하여 곧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관습법이나 일반원칙이 다루지 않은 전쟁행위라 하여 합법인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규범의 공백을 빌미로 한 면죄를 차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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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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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이 치켜세운 '한국산', 수출 후 끔찍한 결과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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