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일보 ‘민주주의 심장의 역설’은 광주·전남 정치 구조 속에서 유권자의 실질적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를 조명했다.
무등일보
광주·전남 지역 정치는 언제나 독특한 구조적 특성을 지녀왔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품은 '민주주의의 심장' 같은 곳이지만, 선거철만 되면 실제 민주적 의사결정은 실종된 채 특정 정당의 독점과 '공천=당선'이라는 씁쓸한 현실이 반복됐다. 무등일보는 이 역설적인 현실 속에서 시민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어떻게 제한되고 있는지 정조준했다. 특히 40년 만에 이루어진 행정통합의 결과물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초대 시장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경선이 본선을 통째로 대체해버리는 왜곡된 구조를 시민 주권의 문제로 접근했다.
무등일보의 연속·심층 기획보도 '민주주의 심장의 역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문제 연속·심층 보도'는 약 31만 명의 정당 권리당원이 320만 명에 달하는 시·도민 전체의 미래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추적했다. 보도는 민주당의 졸속에 가까운 빠른 경선 일정과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해부하며 절차적 공정성과 대표성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숙의형 경선 제안이 무산되고, 치열한 정책 검증이나 시민 참여가 차단된 채 깜깜이로 진행된 과정을 전문가 인터뷰와 로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낱낱이 검증해냈다. 특히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 개념인 '투표 전체주의'를 과감히 적용해, 유권자의 자율성이 약화되는 현실과 득표율 비공개 및 ARS 조사 방식의 불투명성을 실증적으로 고발했다.
생생한 현장 취재 역시 빛을 발했다. 광주와 전남의 주요 전통시장을 직접 누비며 "후보 얼굴도 모른 채 경선이 다 끝나버렸다"는 시민들의 허탈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청년들과 평범한 권리당원들의 사례를 통해, 시민이 지역 정치의 주체가 아닌 무력한 '관전자'로 소외되는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아울러 문제 제기에서 멈추지 않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경선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확대, 후보 검증 시스템 강화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도적 대안까지 제시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지역 언론이 수행해야 할 감시와 검증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보편적 민주주의의 조건으로 논의를 확장한 무등일보의 보도를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최류빈 무등일보 기자를 만나 지역 정당 독점 체제에 칼날을 겨눈 취재 뒷이야기와 소회를 들었다.
"엄마 아빠는 왜 무조건 민주당일까?"… 이 사소한 의문이 '자기검열'을 깨다
-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정당의 경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기자로서 상당한 정치적 압박과 자기검열이 따랐을 것 같다. 취재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답변에 앞서, 거꾸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왜 광주·전남은 늘 '파란 당'을 찍고, 대구·경북은 늘 '빨간 당'을 찍을까? 단순히 세대 간의 편중이나 지역 갈등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 무등일보 기자들은 이것이 지역사회 전반에 깊게 깔린 일종의 '투표 전체주의'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질문해 주신 것처럼 취재과정에서의 압박과 내부적인 자기검열은 기획 단계부터 당연히 예상했다. 앞으로 지역에서 계속 취재하며 만나야 할 유력 취재원들과의 관계나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그런 개인적인 관계나 부담보다, 지역 정치를 왜곡하는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하고 타파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고 우선적인 가치라고 판단했다.
기사를 쓰기 전 스스로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우리 엄마는 왜 맨날 민주당만 찍을까? 우리 아빠도, 할아버지도, 심지어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왜 계속 특정 정당만 찍어왔을까? 그 정당이 정치를 정말 잘해서일까? 아니면 오직 좋아해서만 찍는 걸까?' 어쩌면 이건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적 선호를 뛰어넘는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나 아렌트의 '투표 전체주의' 개념을 빌려와 지역 정치를 심층 분석했다. 자기검열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명확하다. "분명히 존재했지만, 언론인의 사명으로 그것을 당당히 이겨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충장로 군밤 장수 마이크로 울려 퍼진 "경선이요?"
- 이번 기획에서 직접 발로 뛴 르포 기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지역 시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면서도 짠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에 '충장로'라고 있다. 르포 취재를 위해 그곳을 돌다가 길거리에서 군밤을 파시는 상인분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런데 그분이 마이크를 크게 켜놓고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제가 인터뷰를 요청하니까 그 마이크를 켠 채 그대로 답변을 하시는 거였다(웃음).
제가 번화가 한복판에서 '기자입니다. 이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면, 그 군밤 파시는 분이 마이크 대고 충장로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경선이요?' 하시면서 아주 쿨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저도 나름 현장에서 뼈가 굵어 창피함 없이 취재에 임해왔다고 자부했는데, 그날은 목소리가 온 거리에 마이크로 퍼지니까 조금 창피하기도 하더라. 지나가던 젊은 커플들이 '대체 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뭐 하는 거지?' 하는 눈빛으로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다(웃음). 비록 평범한 소시민 취재원이었지만, 마이크 덕분에 저에게는 잊지 못할 가장 독특하고 유쾌한 취재원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 최류빈 무등일보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30만 권리당원이 320만 시민의 미래를 삼키는 구조, 공정성과 대표성 모두 잃어"
- 기사를 읽으며 민주당의 경선이 사실상 본선 역할을 해버린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와닿았다. 취재 기자로서 보기에 현재 경선 시스템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공정성'과 '대표성' 중 무엇이라 생각하나.
"공정성과 대표성이 결국 하나의 동전의 양면처럼 묶여 있는, 서로 환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적 경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선출된 후보들의 민주적 대표성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것이고, 반대로 후보들이 지역 시·도민 전체의 다양한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 경선 룰 자체가 공정성을 잃고 왜곡되는 것이다.
왜 우리 지역의 경선이 공정하지 않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신다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특정 정당의 '30만 권리당원'이 광주·전남 전체 '320만 통합 시민'의 주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대신 결정해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정당 정치 구조 안에서 어느 정도 발생하는 불가피한 속성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 전체 민의를 과소대표하는 문제가 이토록 심각하게 불거지는 순간, 시스템을 멈춰 세우고 진지하게 숙의해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여태까지 늘 그렇게 선거를 치러왔고, 중앙당 시스템이 원래 이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고개를 숙여버리는 순간, 지역 정치는 단 한 걸음도 바뀔 수 없다. 선거 때마다 정당 공천에 동의하지 않는 수많은 유권자의 표가 무더기로 '사표'가 되고, 시민들의 다양한 정책적 목소리가 정당 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묵살되는 현상이 구조화되고 공고해질 뿐이다. 무등일보의 이번 기획은 바로 그 지점을 깨부수고 싶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진보든 보수든, 혹은 제3지대든 상관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의 한국식 변용, 숙의할 가치 충분하다"
- 기사에서 비중 있게 제시한 대안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다. 하지만 이는 거대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도 정파 간의 이해관계와 진흙탕 싸움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입이 잘 안 되지 않나. 지역 선거에서 이것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고 보는지, 혹은 가장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있다면.
"정치학자나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안의 종착지는 대체로 오픈프라이머리로 모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미국에서 오랜 기간 활발하게 운영되어 온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한국의 정치 토양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도를 다듬기 위한 우리 사회의 숙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이번 첫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뽑혔지만, 4년 뒤 그다음 시장도 뽑아야 한다. 그리고 광주·전남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행정통합 모델과 선거 실험의 성패는 향후 다른 지역의 행정통합과 지방 정가에도 엄청난 도미노 효과를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 과정을 복기하며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투명하게 공론화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정당 공학의 영역으로 깊게 들어가는 순간 오히려 숙의의 폭이 협소해지거나 다른 참신한 대안들이 나오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희가 제시한 오픈프라이머리만이 무조건적인 정답이라고 고집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기존의 닫힌 경선 구조를 깨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한국 실정에 맞게 변용하고 보완해서 적용하는 방안 정도는 다음 지방선거 전까지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정치적 양극화 속 소외된 소수의 목소리, 무등일보가 끝까지 담겠다"
- 마지막으로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다짐을 전해달라.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떤 정파적 이익이나 극단적인 정치색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건전하고 따뜻한 지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거대 양당 체제로 사실상 양분된 중앙 정치의 프레임 속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오직 '이쪽 아니면 저쪽', '예스(Yes) 아니면 노(No)'라는 극단적인 선택만을 강요받고 있다. 이 잔인한 구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피해를 보고 있는 '정치적 소수자'들이 지역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빼앗긴 주권을 찾아주고 싶어 이번 기획을 시작했다.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기자로서 큰 영광이다.
무등일보는 이번 행정통합 경선 보도에만 안주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거대 권력의 그늘에 가려진 소수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지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는 끈질긴 후속 보도에 취재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달라."

▲ 무등일보 ‘민주주의 심장의 역설’이 2026년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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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심장에서 역설을 보다, '투표 전체주의'에 갇힌 지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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