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 미디어오늘의 이번 보도가 나간 이후, 당사자인 언론사들로부터 '우리 보도가 정말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냐'는 식의 반응은 없었나.
"취재과정에서 자본에 인수된 모 언론사의 간부급 인사와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내부 상황을 털어놓으며 참 씁쓸한 고백을 하더라. 대주주가 매일 아침 신문 1면과 사설을 직접 눈으로 체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국 데스크인 자신으로서도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걸린 1면과 사설만큼은 도저히 통제하거나 막아설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신 대주주가 온라인 기사까지는 일일이 보지 않으니, 젊은 기자들에게 온라인 공간에서만큼은 쓰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쓰라고 자유를 준다고 하더라. 자본의 침투 속에서 중간 관리자인 간부 나름대로 편집권 독립을 위해 고뇌하고 타협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
사실 저희가 기사를 통해 '너희 언론사는 대기업 자본에 인수되더니 완전히 망가졌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해당 언론사에서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우리가 다 그렇지는 않다, 안에서 버티는 사람도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 않겠나. 보도를 준비하며 저희 역시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신문에서 1면과 사설은 그 매체의 영혼이자 가장 중요한 얼굴이기에 엄정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기획보도 말미에 이런 내부의 현실을 꼭 담아내려 노력했다. 자본에 인수되어 겉모습은 무너진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노동조합이 있고 기자협회가 있다. 대주주의 부당한 사유화 시도에 맞서 조금씩 저항의 균열을 만들어가고 있는 구성원들의 숨은 노력이 존재한다. 비록 계량화된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영역이지만, 한국 언론을 지탱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독자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임대료 장사부터 방송 사과 기습 송출까지, 자본의 황당한 침투 사례들
- 여러 사례 중 유진그룹의 YTN 지분 인수 문제가 큰 주목을 받았다. 취재 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자본이 정말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있었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취재를 해보니 '정말 대주주들이 별짓을 다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례가 차고 넘쳤다. 그중에서도 전자신문 사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대주주였던 호반건설은 처음에 서울신문을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먼저 전자신문을 샀다. 그러다 나중에 서울신문 인수에 성공하자 전자신문을 인수한 지 불과 2년 만에 다른 기업에 되팔았다.
진짜 기막힌 일은 그 2년 사이에 일어났다. 호반건설은 전자신문 사옥을 서울 우면동에 있는 자신들의 본사 '호반파크' 건물로 이전시켰다. 그곳은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무려 30~40분을 걸어가야 하는, 현장 취재를 해야 하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최악인 동네였다. 게다가 사옥 공간을 공짜로 내어준 것도 아니고 전자신문 법인과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어버렸다. 더 황당한 건, 호반건설이 이후 전자신문을 더존비즈온이라는 기업에 매각해 손을 뗐는데도, 전자신문 구성원들은 여전히 호반파크 건물에 남아 전 대주주인 호반건설에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임대계약을 연장시켜놓고 회사를 판 뒤, 지금까지도 임대료로 쏠쏠하게 돈벌이를 하고 있는 구조다.
YTN 취재를 할 때는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YTN의 최대 금액 출자자가 유진그룹으로 바뀌고,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했던 기자들의 해고와 중징계를 주도했던 김백 씨가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이틀 만인 2024년 4월 3일, 과거 YTN이 보도했던 김건희 씨 검증 보도에 대해 대국민 일방 사과 방송을 감행했다. 대내외적 절차를 무시한 이 기습 사과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주동자들은 '광고 시간'을 가로챘다고 한다. 광고 편성은 방송 제작 PD들이 기술적으로 손을 댈 수 없는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당시 부조정실에서 YTN PD들이 방송을 막아보려 했지만, 광고 시간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형 스크린 화면을 보며 눈물을 흘린 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본과 권력의 결탁이 어떻게 현장 방송인들의 자존감을 짓밟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ubc울산방송의 대주주인 SM그룹(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 신촌역 등에 로고가 크게 박힌 중견 건설 대기업)은 대주주 사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자사 노조위원장 개인에게 무려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입을 막으려 했다. 헤럴드경제의 사례도 황당하다. 많은 시민들이 소비하는 네이버 모바일 메인 톱 화면에 대주주인 중흥그룹의 아파트 분양 부동산 홍보 기사를 대대적으로 배치했다. 나중에 내부에서 파문이 일자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뉴스룸의 작동 구조상 그것은 도저히 실수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현장 사례들을 마주할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사 대주주가 된 자본가들이 참 꼼꼼하고도 무서운 방식으로 언론을 도구화하고 있구나 절감한다."
"언론 인수는 기업들의 '과시적 소비', 대안 생태계 긴 호흡으로 닦아야"
- 대기업 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하더라도 편집권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그나마 보장되고 유지되는 사례가 있긴 한가.
"취재를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가장 깊게 고민하고 또 찾아 헤맸던 질문이다. 기사의 균형과 대안 제시를 위해서라도 훌륭하게 편집권 독립을 지켜주는 좋은 자본의 사례를 단 하나라도 제시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일단 전통 언론은 이미 명백한 사양산업이다. 신문과 방송을 해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적자투성이 사양산업인 언론사를 수백억 원을 들여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과연 순수한 저널리즘 발전이라는 '좋은 의도'로 들어오겠는가. 철저하게 기업의 방패막이나 이권 청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정략적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저희 보도에 이 현상을 두고 자본가들의 '과시적 소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겠나.
한 지역의 중견 건설사 수준인 업체들이 언론사를 덜컥 인수하면, 그 지역의 도지사나 시장, 국회의원 같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주최하는 포럼에 꼬박꼬박 찾아와 축사를 하고 고개를 숙인다. 자본가 개인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인맥 구축을 위한 일종의 신분 상승 수단으로 언론을 사들이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효과를 노리고 언론 매입을 저울질하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엄청난 자선가가 나타나 언론의 독립성을 순수하게 보장해 줄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에 소유당한 척박한 뉴스룸 내부에서, 책임감 있는 언론인들이 대주주의 시선과 감시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때로는 온몸으로 맞서며 간신히 길러내고 있는 좋은 보도들, 그 저항의 흔적에서 간신히 가치를 발견할 뿐이다."
우리에게 무뎌진 '건설사의 언론 인수', 국제사회는 낯설게 보고 있다
- 결국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대안과 한국 언론의 과제에 대해 제언해달라.
"사실 자본이 언론을 인수하고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대중뿐만 아니라 언론인들 스스로도 감각이 많이 무뎌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면서 첨부한 리포트를 보니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었다. 해외 언론 감시 기구의 눈으로 보기에는 '왜 한국에서는 건설회사들이 유독 언론사를 이렇게 악착같이 인수하려 드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과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건설 자본과 언론 권력이 유착해 벌어지는 이해상충 문제를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꼬집은 서술을 보며, 저 역시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금 낯설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엄중하게 바라보게 됐다.
최근에도 한 언론사가 경영난으로 크게 휘청이며 분할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언론 생태계의 자본 예속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언론인으로서도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 앞에 명쾌한 한 방의 대안을 쉽게 제시하기는 참 어렵다. 앞서 말씀드린 대안언론 생태계 구축이라는 말도, 뒤집어 생각하면 당장 기성 언론을 뜯어고칠 뾰족한 단기 대안이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그럴듯한 말잔치보다는 긴 호흡으로 건강한 공공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특히 자본의 논리와 광고주 압박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언론이나 중소매체들을 향한 정부의 미디어 지원 정책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의 지원책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너무 많은데, 미디어오늘이 앞으로도 이 지점을 계속해서 매섭게 지적하고 감시할 예정이다. 자본이 공론장을 통째로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감시의 끈을 독자 여러분도 함께 팽팽하게 쥐어주셨으면 좋겠다."

▲ 미디어오늘 ‘자본이 삼킨 언론, 그 후’가 2026년 5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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