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 하구 갯벌(오른쪽)과 경포천 입구(아래) 모습(해수랜드 자리는 옛 참외밭)
조종안
강둑(제방)을 경계로 금강과 접한 동네 중동(仲洞)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코흘리개 시절, 여름방학 기간(7~8월) 대부분을 경포천(금강 지류) 주변 갯벌에서 보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동네 친구들과 이틀이 멀다고 갯벌로 달려갔다. 온몸에 개흙을 잔뜩 바르고 놀다가 더우면 강으로 텀벙 뛰어들던 그때를 어떻게 잊겠는가.
갯벌로 향하는 길 언저리에는 뱃공장(조선소), 유리병 공장, 그물(어망) 공장, 제빙공장 등이 있었고, 강둑 옆에는 '경마장'으로 불리는 참외밭이 있었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헌병과 군산경찰서 기마대 훈련장(경마장)이었다. 광복 후에는 주민들이 밭으로 개간해서 각종 채소를 재배했으며, 여름엔, 참외·수박, 가을에는 무·배추 등을 경작하였다.
경포천 입구 주변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둑 아래는 무성한 갈대밭이 펼쳐졌다. 서울운동장보다 넓은 갯벌에는 게 구멍이 밤하늘의 은하수만큼이나 많았다. 흰발농게, 붉은발농게, 갈게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염생식물과 갑각류, 어패류 등이 서식했다. 경포천 입구 삼각주와 해안가 갯바위에는 아사리(새끼조개)와 소라가 지천이었다.
자기 몸보다 더 큰 왕발이 달린 '농게'들이 무리 지어 오가며 먹이를 찾는 장면과 인기척이 들리면 서로 연락이라도 한 것처럼 각자 구멍을 찾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뤘다. 썰물 때를 기다렸다가 아사리를 함지박에 가득 쓸어 담아, 삶아서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수제비에 넣어 먹으면 '꿀맛'이었다. 이렇듯 갯벌은 아이들에게 영원한 추억이자 희망이었던 것.
주민들이 관심 가지면 '유네스코 등재'도 가능

▲ 금강 하구 갯벌에 수입 원목을 쌓아놓은 모습(1966년: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지리정보원
경포천 주변(경암동, 중동, 금암동) 해안가는 1960년대 중반 한국합판, 신흥목제 등의 수입 원목 야적장으로 이용되고, 1968년 경암동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갈대숲이 사라지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주정(우풍화학 전신), 화력발전소, 풍국제지, 고려제지 등에서 내보내는 오·폐수로 물고기와 어패류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된다.
금강 하류 갯벌이 오염되기 시작할 즈음. 만경강 어귀 하제 포구 일대는 '갯벌에서 노다지를 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마다 상한가를 기록한다. 옥서면 일대 갯벌에서 잡히는 어패류, 특히 백합(생합)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는 등 호황을 누렸던 것. 1970년 8월 21일 자 <매일신문> 기사 제목(<채취금지 기간 끝나 백합 수출 활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1970년대 하제 인구는 3천을 헤아렸으며, 주민이 까먹고 버린 조개껍질로 바다를 메워 상가로 활용할 정도로 조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호황도 잠시. 1991년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고 뱃길이 단절되면서 하제는 포구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갯벌 오염으로 백합 생산량도 급속히 감소한다. 조개가 지천이었던 수라갯벌 역사도 이제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됐다.

▲ 바닷물이 빠져나간 금강 하구(째보선창 부근) 풍경
조종안
대부분 생명체가 사라진 군산 지역 갯벌,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수유통만 원활하게 이뤄져도 수라갯벌이 살아날 수 있어서다. 또한, 개발독재 시절(60~80년대) 금강에 오·폐수 방류하던 공장들은 1980년대와 외환위기 거치면서 가동을 중단하거나 이전하였고, 갯벌에서는 게들의 먹이 활동이 발견되는 등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게 보여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을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충남 서천과 전북 고창 중간 지점에 있는 군산 지역 갯벌도 가느다란 희망이 엿보인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듯, 주민들이 관심 가지고 마음을 모은다면 '해양생태공원'은 물론 유네스코 등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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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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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만경강 갯벌도 유네스코 등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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