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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곳이 저승인가" 싶었는데... 눈 앞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고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갯길 마을, 산호세 델 퍼시피코

    등록 2026.06.27 17:52수정 2026.06.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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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호스텔에서 태평양을 향해 바라본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 산호세 델 퍼시피코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마을 풍경은 고산지대 특유의 운무와 빛의 변화에 따라 선계처럼 신비롭다.
    ▲호스텔에서 태평양을 향해 바라본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 산호세 델 퍼시피코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마을 풍경은 고산지대 특유의 운무와 빛의 변화에 따라 선계처럼 신비롭다. 이안수

    평화를 품은 고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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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6일, 우리가 멕시코 오악사카 시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산굽이를 돌아, 4시간을 달려 콜렉티보(미니버스)에서 내린 곳은 산호세 델 퍼시피코(San José del Pacífico)이다.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Sierra Madre del Sur) 해발 약 2300~2900m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고산 마을이다. 주민 500여 명의 대부분이 사포텍(Zapotec) 후손으로 버섯·약초 채취와 수공예품을 만드는 것으로 생업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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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이름에 담긴 '퍼시피코(Pacífico)'의 단어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태평양(Océano Pacífico)'의 의미가 그 하나이다.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의 정상부인 이 마을에서 90km쯤을 서쪽으로 내려가면 해발 0m의 태평양에 이른다. 구름이 걷히는 날에는 멀리 태평양까지 시야가 확장되므로 높은 산악마을에서 큰 바다로 이어지는 길목으로서의 마을임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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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용사로의 'pacifico'는 '평화로운, 고요한'이라는 또 다른 의미로 이 마을 자체의 성격을 암시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Pacífico'가 자연과 영성의 고요를 담아내는 단어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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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마을은 이름이 함축한 의미대로 '태평양을 향한 길목에 위치한 평화를 품은 고산 마을'로 알려지게 됨으로써 이 마을은 내면의 고요를 추구하는 유럽과 미국, 캐나다의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방문객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전통적인 농업에서 관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성한 버섯(환각 버섯)은 1960~70년대 이 마을을 세상에 알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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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오악사카시를 출발점으로 하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위험한 산간 도로보다 새로 난 고속도로를 타고 태평양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Puerto Escondido)나 마순테 (Mazunte)로 간다. 이 마을에서 고산 지대 기후의 추운 공기를 감내하기보다 파도가 충분한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거나 보헤미안적 감성을 가진 마순테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요가나 명상 하기를 더 선호하므로 이 작은 고갯길 마을은 여전히 평화와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고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을'로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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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600m 쯤에 있는 소박한 호스텔. 체크인할 때는 운무 때문에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해발 2600m 쯤에 있는 소박한 호스텔. 체크인할 때는 운무 때문에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이안수
    산호세 델 퍼시피코 마을 전경.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 정상부 서쪽 사면에 자리 잡은 마을.
    ▲산호세 델 퍼시피코 마을 전경.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 정상부 서쪽 사면에 자리 잡은 마을. 이안수

    함께 걷는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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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동물적 특성의 반대로 식물적 특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생물을 먹어야 하는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동물인 인간이 가진 이 번민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물의 특성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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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체의 관계에서도 경쟁과 개체 중심의 생존인 동물에 반해 느리지만 지속적이고 공존과 연결을 통한 생존을 택한 식물에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게 되었다. 아내는 서울에서도 산으로 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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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난 몇 개월 오악사카의 편리한 도시에서 인간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예술,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 속에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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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아내를 따라 숲을 함께 걷는 시간을 살아보고 싶었다. 오악사카 도시를 떠나야 했던 우리에게 산호세 델 퍼시피코는 발걸음을 멈출 적절한 마을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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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나누어지기 위해 직장 생활로 나와 떨어져 생활하는 동안, 퇴근 후 북한산 둘레길을 홀로 걸어야 했다. 은퇴가 비로소 함께 걷는 시간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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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두 그루 나무의 마음이 되어 안개와 숲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의 울창한 소나무 숲 트레일을 걸으면서 서울에서, 혹은 파주에 이룰 수 없었던 함께 걷는 묵은 소망을 뒤늦게 풀어볼 예정이다.

    방문 너머 다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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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고 방문을 열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내가 있는 곳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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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저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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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오악사카에서 4시간을 달려 당도한 산호세 델 퍼시피코(San José del Pacífico)에 내렸을 때 산중의 뚝 떨어진 기온에 패딩 점퍼를 입고도 한기가 느껴졌다. 오후 3시에 불과했지만 초저녁처럼 어두웠다. 공기는 앞사람이 샤워를 막 마치고 나간 욕실에 바로 들어선 것처럼 눅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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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 온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콜렉티보에서 막 내린 몇 가지 느낌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경사진 골목길을 걸어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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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 정상부 서쪽 사면에 자리 잡은 마을은 평지가 없었다. 집들은 경사지에 사면 일부를 절개하고 겨우 집을 앉히거나 급경사지에 기둥을 세워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한두 칸 집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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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내려다본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의 숲 일출의 빛이 운무가 걷힌 계곡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마을에서 내려다본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 산맥의 숲 일출의 빛이 운무가 걷힌 계곡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안수
    산호세 델 퍼시피코의 일몰 후 능선의 실루엣. 해발 2,600미터의 산호세 델 퍼시피코에서 어둠이 다가오는 모습은 새벽이 오는 것 만큼이나 장엄하다.
    ▲산호세 델 퍼시피코의 일몰 후 능선의 실루엣. 해발 2,600미터의 산호세 델 퍼시피코에서 어둠이 다가오는 모습은 새벽이 오는 것 만큼이나 장엄하다. 이안수

    동네의 맨 아랫집과 맨 윗집은 해발 차이가 300m 이상이었다. 걷다 보니 풍경이 달라졌다. 운무가 산의 모습을 계속 바꾸었다. 우기의 이 마을은 햇살에서 폭우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급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태평양에 가까운 다른 마을로 떠날까 싶었던 마음은 이 마을의 운무처럼 싹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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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를 수소문했다. 대부분은 나무판자로 지은 카바냐(cabaña, 오두막)라는 나무집에 방 하나와 샤워룸 하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염두에 두었던 호스텔을 찾아갔다. 문이 닫혔다. 운영을 중단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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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의 소박한 숙소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져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 주민들에게 수소문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엘 수에뇨 아트라파도(El Sueño Atrapad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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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가 만들어낸 천상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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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의 250년 된 라우리나 참나무(Quercus laurina)에서 산자락이 태평양에 닿아 있을 먼 산까지 운무와 산 능선의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계속 다른 천상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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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마을 초입에서 구입한 생두를 낡은 프라이팬에 볶았다. 막 내린 커피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자 화사한 아로마와 과일 같은 산미가 바로 뇌로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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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가브리엘(Gabriel Lopez Jose)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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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며칠이나 묵을 예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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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마을에서의 시간은 우리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른 것도 늦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 어떤 세계로... 그의 물음에 당장 답을 찾기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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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어요. 당신이 나라면 현실이 아닌 이 풍경 앞에서 어떻게 답을 할 거요? 답이 나오면 내게 알려주시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산호세델퍼시피코 #시에라마드레델수르산맥 #오악사카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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