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일단 숫자로만 놓고 보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이달의 기업살인' 사망자가 줄었다. 2024년 6월~2025년 5월 '기업살인' 누적 사망자는 896명인 반면, 2025년 6월~2026년 4월 누적 사망자는 719명이다. 정부가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놓고 관리하는 게 효과가 있는 걸까?
이 : "방향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산재 사망·노동자 건강 이슈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을 얘기하고 싶다. 현재 산재 사망만 보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50대 이상 중고령 연령대,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문제 해결하려면 한국 사회 대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단가 후려치기나 불공정 계약을 강제하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영세 사업장 노동자 대부분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에 있는 것이다.
저희가 예전에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공장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활동한 적이 있다. 청년 여성들이 영세 사업장의 말도 안 되는 작업환경과 관리 체계 속에서 고농도 메탄올에 노출돼 실명했다. 혹자는 '작업환경 측정이나 특수건강진단 제도가 있으니까 사업장에 나가서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농도가 높으면 대책을 세우게 하면 되는데 왜 유명무실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작은 사업장이라도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데 사업주가 안 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이런 걸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희가 시민들에게 더 알리고 싶었던 핵심은 따로 있다. 그 공장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스마트폰 표면을 깨끗하게 세척해야 하는데, 세척액으로 에탄올 대신 그보다 싼 메탄올을 써서 노동자들이 실명한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고들려면 스마트폰이라는 생산물을 만드는 공급사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근본적 책임은 삼성에 있는 것이다. 4차 하청까지 내려가는 부품 공급사를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고 '우리는 깨끗한 부품만 받으면 돼'라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제기하고 싶었다."
- 정부가 산재 해결 의지를 알리고 안전수칙을 알리는 걸 넘어,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인가?
이 : "그렇다. 구조적 문제는 단번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해결해 줬으면 하는 문제는 사실 좁은 의미의 산재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 불공정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는 것이고, 건설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국토교통부 정책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감독과 위험성 평가도 중요하지만, 대·중소기업 이윤 분할 체계, 건설업의 공기 단축·불법 하도급 문제처럼 오래된 구조적 문제들을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시원하게 해결해 줬으면 한다.
안전의 기본 원칙은 이렇다. 안전 수칙을 잘 모르는 노동자든,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든, 누가 오더라도 다치거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교육을 잘 받고 말 잘 듣는 뛰어난 노동자들만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다른 노동자들이 말을 안 들어서 문제'라고 하는 건 안전 원칙을 모르는 것이다. 어떤 노동자도 일하면서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하는 게 근본적 원칙이다. 그렇게 하려면 안전모 쓰고 안전화 신는 수준만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
- 2년 차를 맞은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박 : "'우리 단체는 폐업을 목표로 하는 독특한 단체'라고 대표님이 말하셨는데, 이처럼 저희는 해소를 목표로 활동한다. 모든 사회단체들이 그렇긴 하겠지만, 주지로 삼고 있는 것의 큰 한 축이 기업살인 근절이다. 시민 개인으로선 '내가 가서 목소리 낸다고, 이런 단체 후원한다고 큰 영향이 있나?'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커지면서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여론이 되기도 하고 운동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현장에 나와 몸으로 보태주시고, 시위에 나와주시고, 토론회에 와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이런 사안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등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리든, 친구와 얘기하든, 뜻 맞는 단체를 후원하든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작은 한 걸음 한 걸음들이 단체에 큰 힘이기도 하고 그 자체가 사회의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 그리고 이 기사를 읽고 저희 같은 단체에 힘을 보태야겠다 생각이 든다면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 '이달의 기업살인' 시리즈 페이지
오마이뉴스
*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단체이자 비영리민간단체다. 전신인 노동건강연구회와 산재추방운동연합의 정신을 이어받아 2001년 창립했으며, 30일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 서비스업 노동자 등을 위한 권리 옹호 활동, 조사 연구사업, 정책 제안 및 개선사업 등을 펼쳐왔다. 이밖에 기업살인법(중대재해법) 제정 운동, 산재보험 제도 개혁 사업,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건강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킹 사업,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사업 등을 진행했다. 후원 문의는 http://laborhealt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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