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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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야기뿐이다. 월드컵 출전 역사상 '역대급 꿀조'라며 들떠 있던 분위기가 조 예선이 끝난 지금 완전히 초상집으로 바뀌었다. 어김없이 '경우의 수'는 등장했고, 다른 나라의 선전에 기대어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보다 그냥 깨끗하게 탈락하는 게 낫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급기야 '구걸 축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때 축구 전술 관련 도서를 사다 공부했고, 축구 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있을 만큼 열혈 축구 팬으로서 이번 북중미 월드컵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유럽 여러 리그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선수가 즐비한 데도 대부분 자국 리그의 무명 선수들로 꾸려진 남아공에게 패배한 건 자못 충격적이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뻔한 말로는 당최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홍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에겐 치욕적인 순간일 테고 아직 '광탈'의 충격이 가시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조별 리그 탈락이 아이들에게 준 '교육적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승승장구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었다며, 아이들도 수긍했다.
기실 홍 감독에 대한 비난은 학교에서도 종일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축구는 사실상 '종교'다. 월드컵이 아니어도 평소 유럽 리그 중계를 시청하는 아이들이 많다. 응원하는 팀이 같으면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자기 성적보다 응원하는 팀의 순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골수팬'도 적지 않다.
아이들의 홍 감독에 대한 평가엔 그 어떤 '거품'도, '에누리'도 없다. 그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이었다는 것도,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 대표팀의 감독이었다는 사실도 아이들은 잘 모른다. 그저 K-리그의 감독이었다가 국가대표 팀의 감독으로 전격 발탁되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겐 월드컵을 준비하며 대표팀이 치른 평가전과 '역대급 꿀조'의 예선 세 경기의 결과가 그에 대한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대한민국 축구계의 현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기실 그것은 축구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만연한 관행이자 치부여서 기성세대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공정보다 중요한 승리는 없다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기혁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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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정대한 페어플레이를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줄곧 학연이 지배해 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우리나라의 내로라는 명문대의 수준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창피합니다."
아이들은 홍 감독의 전술에 대한 비판보다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 더 분노했다. 그들은 축구협회 주요 보직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아공과의 졸전과 예선 탈락은 이미 예견된 것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첫 번째 '교육적 효과'다.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축구협회 환경 속에서 어떻게 최상의 국가대표 팀이 꾸려질 수 있는지 반문하면서 홍 감독을 향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공정성 논란 속에 선임된 감독이 공정한 플레이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게 어디 그만의 책임일까마는, 홍 감독은 축구를 좋아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공정성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실력보다 오래 남는 것은 인성
"축구 실력보다도 인성이 먼저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우리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알게 됐죠."
이게 다 남아공과의 졸전에서 비롯된 사달이지만, 경기력을 비난하는 팬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문제 삼아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특정 선수의 태도에 학생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부 학생들은 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한 해당 선수의 태도가 국가대표에게 기대되는 책임감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길에 오른 해당 선수의 태도는 반대로 손흥민 선수를 돋보이게 했다. 늘 승리의 영광은 동료와 팬들에게 돌리고, 패배하면 자신의 책임이라며 팬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그는 아이들에게 오래전부터 '우상'이었다. 그를 존경한다는 한 아이는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면서, 그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이 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거친 플레이를 하거나, 팬들을 의식하지 않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을 종종 보게 된다면서, 과거 '호날두의 노쇼'를 새삼 언급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바른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팬들에게 '악명'으로 기억될 뿐이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깨닫게 됐다. 이것이 두 번째 '교육적 효과'다.
스타보다 강한 것은 시스템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인범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패배가 확정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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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나라가 일본에 야구는 져도, 축구는 늘 이겼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축구도 도저히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을 듯싶어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최강을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축구 수준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요?"
교내 축구 동아리 아이들은 일본 대표팀이 축구 경기하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플레이 자체가 예술이라고 극찬했다. 공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동되는 선수들의 모습을 두고 마치 온라인 축구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일본은 학생들의 평가처럼 조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건장한 유럽의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고, 90분 내내 상대 팀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는 성실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부딪혀 넘어져도 곧장 일어났고, 상대를 향한 거친 플레이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조별리그에서도 경고가 단 한 장에 그칠 만큼 경기 운영 역시 안정적이었다.
아이들은 일본 대표팀의 '아름다운' 축구는 개별 선수들의 엄청난 연습량과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을 거라고 추론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처럼 '월드 클래스' 선수는 없어도, 조직력을 바탕으로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팀을 '월드 클래스'로 만들었다며 부러워했다.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거다.
한 아이는 우리 대표팀이 '월드 클래스' 몇 명의 활약에 의존하는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그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팀 전체의 경기력이 좌우된다는 거다. 그의 지적은 소수의 엘리트 양성에만 혈안이 된 우리 사회를 향한 죽비소리였다. 의치대와 명문대 진학에만 목매단 우리 교육의 현실과 정확히 포개지는 대목이다. 이것이 세 번째 '교육적 효과'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일본 축구의 비약적인 성장을 거울삼아야 한다. 주전과 후보 선수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고, 포지션별로 맞춤형 선수들이 특화되어있다는 점은 그만큼 저변이 넓고 축구 양성 시스템이 체계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여정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스페인과 프랑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 브라질과 잉글랜드 등 영원한 우승 후보들과 일본과 모로코, 미국 등 신흥 축구 강국들이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진짜 축구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축구 팬으로서 홍 감독과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반면교사 삼을 수만 있다면 '광탈'은 차라리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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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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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됐다"... 월드컵 광탈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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