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폰싸' 시대를 고민한 선생님들의 대안

아이들의 마음 근육을 지키기 위해... 아침 필사 프로그램 '손끝으로 읽는 문장' 이야기

등록 2026.06.29 13:19수정 2026.06.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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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식의 스마트폰과 싸우고 있다(모자폰싸)."

'모자폰싸'라는 유행어가 떠돌고 있다.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통제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이다. 조너선 하이트가 <불안세대>에서 지적했듯 '스마트폰 아동기'를 거치고 있는 지금 세대에게, 어찌 보면 가장 소중한 물건에 대한 통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전 기사에서 대안 학교의 사례를 통해 주장한 바 있다(관련 기사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내가 지금 만나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면 더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이것은 말이나 몇 번의 강의로 되지 않는다. 적어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험해야 습관이 되고 행동의 의미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손끝으로 읽는 문장'

학생들은 등교를 하고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오전 8시 50분까지 작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뉴스를 검색하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게임을 하고, 아주 가끔은 공부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학생들 손에 스마트폰 대신 필기구를 쥐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3월부터 우리 학교는 '손끝으로 읽는 문장'이라는 아침 필사 프로그램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아침마다 '손끝으로 읽는 문장' 공책을 폅니다.
2) 자신이 마음에 드는 필기 도구(연필, 볼펜)를 고릅니다.
3) 날짜를 쓰고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골라서 표현합니다.
4) 깊게 숨을 쉬고 천천히 획순에 맞게 글자를 공책에 옮깁니다.
5) 주어진 문장을 먼저 쓰고 난 후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을 씁니다.
6) 매일 반 쪽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그 이상 써도 좋습니다.
7) 내가 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머리에 담고 가슴에 새깁니다.

공책 양식을 직접 만들었고, 형태는 다음과 같다. 감정 날씨를 적으면 학생들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돌아볼 수 있고, 교사는 개별 상담에 활용할 수 있다.


필사 공책 양식 '손끝으로 읽는 문장' 공책 양식입니다.
▲필사 공책 양식 '손끝으로 읽는 문장' 공책 양식입니다. 정태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손글씨 잘 쓰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했다. 수업할 때 학생들이 펜을 잡는 사진을 찍어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중학생이 필기구를 잡는 방법도 모르는 현실을 파악하고 나서 획순에 맞춰 글씨 쓰는 방법, 가로획과 세로획 일정하게 쓰는 방법, 줄과 칸에 맞춰 쓰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필기구 잡는 방법 문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필기구를 사용하는 사진을 직접 찍어 가장 올바르게 잡은 손을 고르는 문제입니다.
▲필기구 잡는 방법 문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필기구를 사용하는 사진을 직접 찍어 가장 올바르게 잡은 손을 고르는 문제입니다. 정태윤

또한 학생, 보호자, 교사가 추천한 문장을 학교 방송을 통해 TV화면으로 매일 아침 송출 한다.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랫말,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본 문장,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간직한 문장 등을 추천했다. 보호자 문장 추천은 가정통신문에 링크를 보내서 받았는데, 명사들의 문장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 자녀에게 강조하는 삶의 지침들을 보내주었다. 다양한 과목을 전공한 교사들은 문장 추천을 통해 학생들이 새로운 관심사를 갖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옆에서 지켜본 우리 학교 교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필사를 해보라고 독려했다.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학생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보호자들도 프로그램에 대해 지지와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학생들의 속마음은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장 없애고 싶은 것' 1위로 필사 프로그램을 꼽았다. 기운 빠지는 반응일 수 있지만, 교육을 멈출 이유는 되지 않는다. 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이 원하는 것, 즐거운 것만 제공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는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경험하며 인내를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지저분한 공간을 청소하고, 나와 다른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한 시간 동안 묵묵히 앉아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모두 참아내고 견디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나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모자폰싸'의 시대, 학교가 아이들에게 쥐여 준 필기구는 단순한 필사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잠시 화면을 끄고 나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었고, 친구와 보호자 그리고 교사가 건넨 삶의 문장을 가슴에 새기는 연대의 손길이었다. 학생들은 여전히 투덜대고, 기회만 나면 매끄러운 화면 속으로 도망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해내는 인내의 경험 속에서, 그리고 꾹꾹 눌러 쓴 글씨 속에서 그들의 마음 근육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 AI의 등장으로 변하는 거대한 흐름에 맞서 아이들을 지켜내는 일, 그것은 결국 교실과 가정, 우리 공동체가 매일 조금씩 쏟는 정성에서 시작된다.
#모자폰싸 #필사 #교육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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