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활쏘기'로 만난 독자들, 지켜본 여자친구의 한마디

저자로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국궁 에세이 <살짜쿵 활쏘기> 북토크를 진행하며

등록 2026.06.29 10:35수정 2026.06.29 10:35
0
원고료로 응원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살짜쿵 활쏘기> 북토크 중 활 당기는 법을 설명하는 장면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살짜쿵 활쏘기> 북토크 중 활 당기는 법을 설명하는 장면 김경준

지난 4월 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경준 선생님.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북토크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1월 출간한 국궁 에세이 <살짜쿵 활쏘기>를 만든 출판사(산지니)에서 6월로 예정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북토크(저자와의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바로 달력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일정은 비어있었다. 설령 다른 일정이 있다한들, 열일 제치고 갈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게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라 불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아닌가. 그런 뜻깊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데, 그 황금 같은 기회를 어찌 마다하겠는가.

 <살짜쿵 활쏘기> 북토크 현장 사진
<살짜쿵 활쏘기> 북토크 현장 사진 김경준

활터에서 접하는 보람

마침내 북토크가 열린 지난 27일, 설레는 마음으로 코엑스 도서전 현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출판사 편집자 분을 만나 '참가사' 목걸이를 수령한 뒤 입장할 수 있었다. 과거 첫 직장이 출판사이기도 했고, 평소 책도 나름 읽는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정작 서울국제도서전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첫 방문이 저자로서의 방문이라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살짜쿵 활쏘기>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국궁 칼럼 '활 배웁니다'를 다듬고 보완해서 출판한 단행본이다. 국궁(전통활쏘기)이라는 취미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된 계기부터 국궁의 매력, 우리 활쏘기와 활터 이야기, 활쏘기가 주는 깨달음 등을 초보 궁사의 시선에서 가볍게 정리한 에세이이다.

북토크가 시작되고 받은 첫 질문은 "어쩌다 활쏘기로 책을 쓸 생각을 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자연스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원래 블로그 등에 글을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즐거워했다. 보다 더 공적인 공간에서, 더 많은 대중과의 소통을 갈구하던 끝에 찾은 공간이 바로 <오마이뉴스>였다.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오마이뉴스>에서는 일상의 경험과 감정들도 기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전역 직후 본격적으로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고 다방면에 걸쳐 글을 써왔다.


그러다 2021년 말 활쏘기라는 취미를 만났다. 활쏘기에 푹 빠지면서,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알리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한편으로 활쏘기라는 취미는 축구, 농구, 테니스와 같은 취미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취미인 것도 사실이다. 회비나 장비, 교습 방식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싶어도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활쏘기에 관심 가진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게 칼럼 연재의 가장 큰 동기였다. 실제로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칼럼 잘 읽고 있다"며 공감을 보내왔다. 칼럼을 묶어 책을 낸 뒤로도 반응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쩌다 지방 활터에 갈 때면 얼굴도 모르는 궁사들이 "책 쓰신 분 아니냐", "책 잘 읽었다"고 인사를 건네서 감사할 따름이다.


꿈을 말하다

북토크 말미에 한 청중이 물었다. "국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이 있느냐"고. 나는 "우리 전통 활쏘기가 가진 역사성과 고유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활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만 썼던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구한말 의병들도 활을 들고 일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활은 한국사를 통틀어 나라를 지킨 호국병기인 셈이죠. 그 활에 담긴 겨레의 얼, 독립정신 등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 '천안정(天安亭)'이라는 이름의 활터가 있는데, 독립운동의 성지인 독립기념관 앞 활터에서 언젠가 의병과 독립군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전국 활쏘기대회를 개최하는 게 꿈입니다."

전국 궁사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쩐지 나는 머지않아 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간절히 바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3년 윤석열 정권의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에 맞서 홍범도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활쏘기대회를 구상했던 것도, 그해 겨울 '제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 전통활쏘기대회'로 그 꿈을 이룬 바 있다(자세한 내용은 <살짜쿵 활쏘기> 중 '나의 1호 각궁 범도' 편 참조). 지금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한다면 '의병·독립군 추모 전국활쏘기대회' 개최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 전시된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우리의 전통 각궁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 전시된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우리의 전통 각궁 김경준

우리 국궁의 매력,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길

이번 북토크는 생애 첫 북토크이기도 했다. 학술회의처럼 진지한 현장도 아니었고, 수십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아닌, 그저 작은 부스에 앉아 나의 취미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소박한 자리였다.

그럼에도 생애 첫 북토크라는 점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많이 떨렸다. 말도 두서 없이 중언부언했던 것 같다. 이날 직접 활을 들고 가서 국궁과 양궁, 일본 궁도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밥 먹듯이 매일 하던 간단한 동작조차도 버벅거릴 정도였다.

북토크를 마친 뒤, 못내 아쉽고 찝찝한 마음으로 나오는 내게 여자친구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앞으로 활 쏘러 간다고 할 때마다 구박하지 말아야겠네."

데이트를 미루고 국궁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서운해 하던 여자친구였건만, 30분 남짓의 북토크를 듣는 동안 활쏘기에 대한 내 진심이 취미 이상이란 걸 느꼈다고. 다소 버벅거리긴 했어도 활쏘기에 대한 내 진심 만큼은 전달이 됐구나 싶어 비로소 위안이 됐다.

이처럼 나는 <살짜쿵 활쏘기>에 활쏘기에 대한 나의 진심 그리고 활쏘기가 가진 스포츠적, 역사적, 문화적 매력들을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 그 매력이 궁금하다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그리고 집 근처 혹은 직장이나 학교 근처 활터로 가서 그 매력을 직접 체험해보시라. 한 번 활을 잡으면 여러분도 분명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활쏘기의 다양한 매력 중 어느 하나라도 독자 여러분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활쏘기가 여러분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고 영광이겠다.

살짜쿵 활쏘기 - 어릴 적 꿈을 건 활시위 취미를 넘어 나를 수련하는 길이 되다

김경준 (지은이),
산지니, 2026


#서울국제도서전 #살짜쿵활쏘기 #산지니 #국궁 #공항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空港亭)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32인치 초대형 캐리어를 끌고 79세 엄마가 왔다  32인치 초대형 캐리어를 끌고 79세 엄마가 왔다
  2. 2 "나는 친일파 이인직의 자손입니다" 어느 뮤지션의 고백 "나는 친일파 이인직의 자손입니다" 어느 뮤지션의 고백
  3. 3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4. 4 고구마순 나물, 그래 이게 여름의 맛이지 고구마순 나물, 그래 이게 여름의 맛이지
  5. 5 들기름에 쯔유만 있으면,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들기름에 쯔유만 있으면, 국수 한 그릇 후루룩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