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9.21.(목) 헌법재판소 정문 앞, 로스쿨 졸업생 김누리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이유
예외 없는 '5년 5회' 규제, 왜 변호사 시험에만 절대적인가
이른바 변호사시험에서 '오탈자('5년 5회') 응시 규제'는 오랜 논란이 있다. 다섯 번이나 떨어진 사람에게 계속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오탈자 규제가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를 해치고 있다는 의견까지 팽팽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치주의 하에서 모든 제도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예외가 있는 것이 정상이다. 변호사시험에 대해 적절한 응시 횟수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여도, 임신과 출산 심지어 갑자기 당하게 된 암 투병과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예외를 부정해야 할 만큼 5년 5회라는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 제한은 절대적인 것일까? 헌재의 합헌결정에 대해 필자가 가지는 첫 번째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대한 위헌성은 이번 7건 사건에서 비로소 제기된 것이 아니고 2016년 이후 10회 이상 청구되었는데, 모두 합헌(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던 바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의사·약사·회계사·세무사·기술사 등 응시 기회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다른 전문자격 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는 응시 기회의 제한이 합헌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의사·약사 등의 다른 자격시험은 응시기회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응시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이나 이를 평가하는 방식이 변호사시험과 다르고, 위 시험들에서는 변호사시험과 달리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의 심각성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한다.
'교육을 통한 양성' 망각한 변칙적 정원제의 그늘
그러나 필자는 헌재가 제시하는 이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건대, 사법개혁의 과제 중 하나로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로 바뀐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한 것이다.
즉,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은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이며, 이 점에서 의사·약사 등의 다른 자격시험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나아가 변호사시험의 경우 다른 자격시험과 달리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의 심각성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근본적으로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시행하지 않고(절대평가), 사실상의 정원제로 변칙 운용(상대평가)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단언컨대, 만일 의사·약사 시험도 변호사시험과 같이 그 합격자 수를 예컨대 전국 의대·약대 정원의 60~80% 수준으로 인위적으로 감축해 변칙적으로 시행한다면, 몇 해 지나지 않아 변호사시험과 같은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의 심각성'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는 "응시자가 변호사 자격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이 있음을 입증할 기회를 5년 내에 5회로 제한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의문이다. 실제로 변호사시험에서는 이른바 커트라인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서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성적 차이는 매우 근소하다. 따라서 이를 두고 "변호사 자격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변호사시험은 제도도입 취지에 부합하도록 전문 자격시험제도로 운영되어야 하며, 지금과 같이 변호사 수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실상의 정원제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불합리한 응시기회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불행, 최소한의 합리적 예외는 어디에
백보 양보하여,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 "5년 내에 5회 정원 내에 들지 못한 것은 변호사 자격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적인 예외는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5년의 기간이라면 로스쿨 입학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 사건처럼 임신과 출산, 암투병과 항암치료 뿐 아니라, 이혼이나 가까운 가족의 사망, 예상하지 못한 가정경제의 파탄으로 인한 생계곤란, 교통사고와 사회적 재난 등 확률적으로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통상적인 일도 있고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있다. 이러한 일이 자신에게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자체가 행운이거나 기적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법무부가 감염자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제한하였던 사건(2023. 02. 23. 선고 2020헌마1736)이 있었다. 코로나19는 대표적인 불가항력 사유로 수험자의 잘못이 아닌데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무부의 확진자 응시금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이를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수험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결론에는 공감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다행히 그런 일이 없었지만, 확진자의 응시로 인해 다른 수험생이나 감독자 등에게 코로나 감염이 대량으로 확산되었더라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었을까?
필자는 감염병 확진자의 응시를 금지하거나(법무부) 허용하는(헌법재판소) 두 가지 선택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확진자의 응시를 금하는 대신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제한에 예외를 두어, 감염자에게 완치 후 한 번 더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환자 개인의 권익보호나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훨씬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이러한 유사한 일은 반복될 수 있기에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 결정은 매우 아쉬움이 크다.
변화의 가능성 본 결정, 기성 법조계 카르텔 넘어 정상화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임신·출산 사안의 경우 헌법불합치의견이 5명(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으로 다수이고, 합헌의견이 4명(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소수였다는 점이다. 재판관 5:4로 6명 정족수에 미달하여 합헌으로 되기는 하였지만, 헌법불합치의견이 다수라는 점은 차후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신·출산의 사유에 관하여는 법무부와 국민권익위 등에서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 관하여는 즉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근본적으로 변호사시험이 가지는 자격시험제도로서의 정상화를 위해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응시기회 규제를 철폐하거나 최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와 사후 구제방안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제도개선은 로스쿨이 당초의 취지와 달리 점차 변호사시험 입시학원처럼 변질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막고 있는 것은 기성 법조인들의 이해관계이다. 근본적으로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변호사의 질이 떨어져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된다고 주장하나, 이것도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는 기성 법조인들의 주장처럼 성적이 낮은 변호사들이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생들 중에도 구속기소되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변호사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들이며, 필자보다 성적이 낮았던 동기들 중에는 구속된 사람이 없다. 우리 사회에는 공부를 잘하는 우수한 변호사들도 필요하지만, 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성실하고 양심적이며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도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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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인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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