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승리 확정 후 기뻐하는 다리아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후보(오른쪽)와 맘다니 시장.
AP=연합뉴스
당선자 면면을 보면 진보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데, 미국 언론에서는 이들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맘다니 효과다. 맘다니는 이제 단순한 뉴욕시장이 아니라, 뉴욕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킹메이커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째는 미국민주사회주의자의 조직력이다. 뉴욕의 미국민주사회주의자는 선거 때만 반짝 움직인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지역에서 조직하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낮은 투표율의 당내 경선에서 지지층을 확실히 투표장으로 끌어냈다. 셋째는 생활비와 주거비 문제 공략이다. 세 후보는 월세, 보육, 의료, 노동권, 부자 증세 같은 구체적 삶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넷째는 이스라엘 문제다. 세 후보 모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비판적인데 이번 경선 결과를 통해 미국 민주당 안에서도 더 이상 친이스라엘 노선이 안전한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다섯째는 기성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이다. 유권자들은 오래된 현역 의원과 당 지도부가 밀어주는 후보보다는, 더 선명하게 싸우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
지난 6월 25일 뉴욕시 임대료 지침 위원회는 약 100만 호에 달하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뉴욕 시장 선거 당시 조란 맘다니의 핵심 공약이었는데, 취임 6개월 만에 주요 공약 이행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는 세입자를 보호하려고 뉴욕시가 오래된 민간 공동주택을 상대로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둬온 아파트다. 위원회가 매년 투표를 통해 최대로 허용되는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고 있어서 주택 임대료가 높기로 악명높은 뉴욕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선택지에 속하는데, 뉴욕시장에 당선되기 전에 맘다니도 이런 아파트에 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26일에 미국 보수 기독교 단체 '신앙과 자유 연합(Faith & Freedom Coalition)'이 개최한 정책회의 연설에서 '공산당', '공산주의' 같은 단어를 16번이나 사용하면서 민주사회주의자 경선 승리자들에게 혐오 발언을 쏟아내었다. 워낙 찰진 언사라 일부를 옮겨 본다.
"여러분도 최근 뉴욕시에서 당선된 공산주의자들을 보셨듯이, 그들은 공산주의자입니다.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미국식 삶의 방식을 완전히 파괴하려고 합니다. 공산주의는 팔아먹기가 아주 쉽습니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팔기는 아주 쉽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아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무상 임대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모두가 공짜 음식을 받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이 공짜입니다. 그러면 모두가 저에게 투표할 겁니다. 문제는 2년이나 3년이 지나면 나라가 재난 지역이 된다는 겁니다. 나라는 실패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렇게 합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게 됩니다…민주당은 공산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복지 정책을 펴면 '공산당'이라며 낙인찍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구나 싶다만, 무슨 일베나 할 만한 얘기가 일국의 대통령 입에서 쏟아져 나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은 크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조란 맘다니의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곳곳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들이 약진 중이다. 지난해 11월에 시애틀 시장에 당선되어 올해 1월에 취임한 케이티 윌슨도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시장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지난 6월 16일에 있었는데 미국민주사회주의자 회원인 38세의 재니스 루이스 조지가 선출됐다. 워싱턴DC는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라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11월 본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11월 실시될 LA 시장 결선 선거에도 미국민주사회주의자 회원인 니티아 라만이 진출한 상황이다. 현직 LA 시장인 민주당 캐런 배스와 맞붙는다.
뉴욕뿐만 아니라 시애틀, 워싱턴DC, LA까지, 미국 정치 지형이 우리가 알던 익숙한 문법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역설적으로 지금 미국 사회가 얼마나 격렬한 변화의 열병을 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매카시즘 식 낙인찍기로는 가릴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과 주거 문제라는 거대한 파도가 정치의 중심부를 향해 밀려오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미국 정치에서 금기에 가까운 단어였다. 그런데 이제 그 단어가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새로운 흐름이 미국, 나아가 세계 정치의 흐름에 어떤 변곡점을 만들어낼지 계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오십에 읽는 자본론>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공유하기
미국에 부는 '사회주의 바람', 세계 정치에 변곡점 만들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