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노란상상
대나무는 곧게 걷다가 힘들면 마디를 만들며 한숨을 돌린다. 다른 나무들은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을 통해 자라기 때문에 위로도 옆으로도 자라지만, 대나무는 새로 만든 마디마다 생장점을 두어 오직 위로만 곧게 자란다. 마디는 쑥쑥 자라기 위한 재정비의 장이자 오직 하늘만 보며 곧게 자랄 힘인 것이다. 그림책 <우리가 책을 펼치면>은 이금이 작가에게 대나무의 마디가 되었을 것이다. 부러지지 않고 계속 자랄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아동 문학의 길을 걸은 그녀에게 '왜 어린이책인가?'를 곱씹는 일은 아동 문학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며, 작가로서 그녀의 삶을 다잡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펼치면>의 그림 작가는 무려 다섯 명이다. 통상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이금이 작가와 협업한 이 다섯 명의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도 명성이 있는 작가들이다. 각각의 개성도 뚜렷하다. 책을 펼치면 마치 다채로운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에 들어선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매력으로 펼쳐지는 그림 작가들의 향연에 빠지게 된다.
이금이 작가의 영혼이 담긴 글이 아니었다면 함께 보기 힘든 그림들이다. 박현민 작가는 '성냥팔이 소녀'의 손끝에서 밝혀진 작은 빛으로 어린이책을 읽는 마음을 밝힌다. 오승민 작가는 태초의 신화 속 세계로 독자를 데려가며 어린이책의 존재 이유를 알린다. 이소영 작가는 마리오네트 줄을 끊어내는 피노키오를 통해 어린이책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이명애 작가는 매일 밤 치명적 이야기를 짓는 세에라자드처럼, 날마다 베 짜는 페넬로페처럼 이야기를 지으며 어린이책의 이상을 꿈꾼다. 그리고 서현 작가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불러낸 거미 아난시를 통해 어린이책이 만드는 이 세계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어린이책을 향한 질문, 그리고 대답
"우리는 왜 어린이책을 읽는가"
이금이 작가가 대뜸 책머리에서부터 독자에게, 그리고 동역하는 작가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본질을 세울 때 영혼은 단단해진다. 우리 아동 문학이 이 질문 앞에 설 때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 다양하고 빛나는 작품으로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작가가 어린이책을 읽는 이유는 매우 이상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린이책은 미래를 향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린이책을 통해 약자를 본다. 작고 연약한 것들을 향한 시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사라진 것들을 돌아본다. 지켜야 할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린이책에 기대어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이책을 통해 세상을 옭아매고 옥죄는 것들을 끊어내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모두가 다르지만, 모두가 어우러진 세상을 꿈꾼다.
작가가 펼쳐 놓은 어린이책의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반목과 질시, 욕망과 이기가 가득한 어른들의 세상을 슬퍼하며 어린이책에서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한편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눈물로 호소했던 것처럼, 어른들이 망쳐놓은 세상을 슬그머니 아이들에게 되돌리라고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 어린이책을 짓는 어른, 그들의 세상이 넓어지길 바라며, 그 길이야말로 스러져가는 세상에 희망을 찾는 일임을 알기에 작가는 목 놓아 마지막 외침을 외친다.
"우리에게 어린이책을 주세요."
우리가 책을 펼치면
이금이 (지은이), 박현민, 오승민, 이소영, 이명애, 서현 (그림),
노란상상,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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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른이 어린이책 읽냐고요? 작가가 책머리에 밝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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