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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른이 어린이책 읽냐고요? 작가가 책머리에 밝힌 '이유'

[아동 문학을 읽는 즐거움] 이금이 <우리가 책을 펼치면>

등록 2026.06.30 14:35수정 2026.06.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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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아동 문학을 소개합니다. 어른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동 문학을 통해 우리 아동 문학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문학 속에 깃든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의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기자말]
1908년 육당 최남선의 잡지 <소년>으로부터 시작하여 1923년 방정환의 <어린이>에 이르는 시간은 이른바 우리 아동 문학의 태동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던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을 가진 고유한 존재로 인식하고, 내일을 이어갈 소중한 존재로 부상시키기 시작한 시기다.

그때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른 '아동 문학'은 단순한 연령 구분의 필요를 넘어, 가르치고 교화하려는 교육의 목적을 넘어, 순수 예술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불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의 어른들은 아이의 때를 추억하며 촉촉이 감성을 충전하고, 어둡고 싸늘한 세상에서 희망의 광합성을 놓지 않게 하는 한 줄기 빛으로 아동 문학을 바라보고 있다.


아동 문학의 특징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특징을 하나만 꼽는다면 바로 이 '희망'이다. 어둠 속에서도 어린이는 꿈꾼다. 꿈꾸지 않을 수 없는 시간과 꿈꾸지 않을 수 없는 순수함이 아이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그림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책이 문자 해독에 미숙한 아이들 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거듭난 지 오래다. 아동 문학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어른들은 그림책 세계에 살며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림책 속에 자기 목소리를 담고, 자기 영혼을 싣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그림책을 읽으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 독자들이 생겼다. 아동 문학의 울림이 어른의 삶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림책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절묘한 합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작가라면 누구나 이 매혹적인 매체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이금이 작가는 이 매력을 아는 작가이다. 그녀는 이미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거장으로 여겨질 만큼 수많은 작품으로 독자와 만나왔고, 그녀가 협업해 온 그림 작가들은 그녀의 작품을 그림으로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그런 그녀가 잠시 멈추고 새로운 시작을 노래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그녀의 "어린이책을 읽고 쓰는 마음"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초심이자 어린이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펼치면


 책 표지.
책 표지. 노란상상

대나무는 곧게 걷다가 힘들면 마디를 만들며 한숨을 돌린다. 다른 나무들은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을 통해 자라기 때문에 위로도 옆으로도 자라지만, 대나무는 새로 만든 마디마다 생장점을 두어 오직 위로만 곧게 자란다. 마디는 쑥쑥 자라기 위한 재정비의 장이자 오직 하늘만 보며 곧게 자랄 힘인 것이다. 그림책 <우리가 책을 펼치면>은 이금이 작가에게 대나무의 마디가 되었을 것이다. 부러지지 않고 계속 자랄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아동 문학의 길을 걸은 그녀에게 '왜 어린이책인가?'를 곱씹는 일은 아동 문학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며, 작가로서 그녀의 삶을 다잡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펼치면>의 그림 작가는 무려 다섯 명이다. 통상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이금이 작가와 협업한 이 다섯 명의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도 명성이 있는 작가들이다. 각각의 개성도 뚜렷하다. 책을 펼치면 마치 다채로운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에 들어선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매력으로 펼쳐지는 그림 작가들의 향연에 빠지게 된다.


이금이 작가의 영혼이 담긴 글이 아니었다면 함께 보기 힘든 그림들이다. 박현민 작가는 '성냥팔이 소녀'의 손끝에서 밝혀진 작은 빛으로 어린이책을 읽는 마음을 밝힌다. 오승민 작가는 태초의 신화 속 세계로 독자를 데려가며 어린이책의 존재 이유를 알린다. 이소영 작가는 마리오네트 줄을 끊어내는 피노키오를 통해 어린이책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이명애 작가는 매일 밤 치명적 이야기를 짓는 세에라자드처럼, 날마다 베 짜는 페넬로페처럼 이야기를 지으며 어린이책의 이상을 꿈꾼다. 그리고 서현 작가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불러낸 거미 아난시를 통해 어린이책이 만드는 이 세계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어린이책을 향한 질문, 그리고 대답

"우리는 왜 어린이책을 읽는가"

이금이 작가가 대뜸 책머리에서부터 독자에게, 그리고 동역하는 작가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본질을 세울 때 영혼은 단단해진다. 우리 아동 문학이 이 질문 앞에 설 때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 다양하고 빛나는 작품으로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작가가 어린이책을 읽는 이유는 매우 이상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린이책은 미래를 향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린이책을 통해 약자를 본다. 작고 연약한 것들을 향한 시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사라진 것들을 돌아본다. 지켜야 할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린이책에 기대어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이책을 통해 세상을 옭아매고 옥죄는 것들을 끊어내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모두가 다르지만, 모두가 어우러진 세상을 꿈꾼다.

작가가 펼쳐 놓은 어린이책의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반목과 질시, 욕망과 이기가 가득한 어른들의 세상을 슬퍼하며 어린이책에서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한편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눈물로 호소했던 것처럼, 어른들이 망쳐놓은 세상을 슬그머니 아이들에게 되돌리라고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 어린이책을 짓는 어른, 그들의 세상이 넓어지길 바라며, 그 길이야말로 스러져가는 세상에 희망을 찾는 일임을 알기에 작가는 목 놓아 마지막 외침을 외친다.

"우리에게 어린이책을 주세요."


첨부파일 9791124269305.jpg

우리가 책을 펼치면

이금이 (지은이), 박현민, 오승민, 이소영, 이명애, 서현 (그림),
노란상상, 2026


#아동문학 #어린이책 #이금이 #그림책 #우리가책을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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