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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시로 읽는 오늘] 이병일 '호랑이'

등록 2026.07.09 09:06수정 2026.07.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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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호랑이
- 이병일

호랑이, 어슬렁어슬렁 꼬리 흔들면서 꽃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 꽃나무를 찢고 나온다


심심치 않게 얼룩무늬 들고 일어서는 호랑이, 아가리를 벌리고 간헐적으로 잔기침을 뱉는다

호랑이의 뻣뻣한 수염이 잠들면, 꽃잎이 벌렁벌렁 공중에 드러눕고 만다 그러나 낮잠에서 깬 호랑이는 더 깊숙이 봄산 속으로 들어간다

후미진 꽃나무에게 흘깃흘깃 들키는 호랑이, 제 피가 비치는 샅을 씻고 봄산 구석구석에 호랑이 눈동자를 박는다

큰 산모퉁이와 작은 산모퉁이를 친친 감은 호랑이, 양미간에 꽃물인지 핏물인지 뒤범벅일 때, 호랑이는 어디로 흩어져 갈까? 빽빽해지는 꽃눈이 녹는다, 꽃눈이 떨어진다

출처_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창비, 2016
시인_이병일: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나무는 나무를>이 있다.


 꽃속으로 들어갔다가 핏빛 봄을 끌고 나오는 호랑이처럼
꽃속으로 들어갔다가 핏빛 봄을 끌고 나오는 호랑이처럼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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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림 속에서, 전설 속에서, 꿈속에서 호랑이는 여전히 건재한데 말입니다. 꽃나무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꽃나무를 찢고 나오는 호랑이. 들어갈 때 꽃물 뒤범벅이던 양미간이 나올 때는 핏물 범벅입니다. 꽃눈 따라 이끌리듯 봄 산에 들던 마음도 나올 때는 꽃눈 떨구게 한다는 걸 호랑이는 진즉에 알아서 제 피가 비치는 샅을 씻습니다. 우리가 알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사진 속에서, 기억 속에서, 꿈속에서 여전히 생생한데 말입니다. (신준영 시인)
#이병일시인 #호랑이 #아흔아홉개의빛을가진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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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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