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6.30 10:50수정 2026.06.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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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밤에도 낮처럼 환한 것을 좋아한다. 물론 카페나 특별한 장소에서 조명이 어둡거나 색깔이 있는 무드등을 즐기기도 하지만, 적어도 매일 살아가는 '집'만큼은 밤에도 안팎을 환하게 밝혀주어야 정상적인 조명의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영 지는 곳 없이 온 집안이 대낮처럼 환해야 비로소 아늑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평생 익숙해진 정서이자 밤에 아늑함을 찾는 방식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랐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문화충격 중 하나는 침실 천장에 전등(방등)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아파트에선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방 전체가 환해지는 게 당연했는데, 캐나다 방들은 천장에 달려 있어야 할 전구는 없고 그저 그냥 매끈한 천장이 전부였다. 침실은 오직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사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눈이 부신 천장등 대신 은은한 스탠드를 여러 개 두는 간접 조명 문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한국의 문화와 달랐다.
대신 천장에 등은 없지만, 유난히 방이든 거실이든 콘센트만큼은 사방 벽면에 촘촘하게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캐나다 주택의 독특한 배려와 설계 철학이 숨어 있었다. 콘센트가 요소요소에 설치된 까닭은 바닥에 위험하게 길고 지저분한 연장선(멀티탭)을 늘어뜨리는 것을 극도로 기피했던 습관 때문이었다. 빛의 밝기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이들은 보이지 않는 안전과 생활의 동선에 더 많은 배려와 투자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거실과 방 모든 천장에 전등이 달려 있는 구조였다. 심지어 거실은 더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세 군데로 구역을 나누어 부분적으로 전등을 설치해 놓아 한국적인 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하얀색 전구로 모두 교체하여 거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거실 조명등의 모습
김종섭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천장등을 다 켜도 집 안이 시원하게 밝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매일 보는 불빛이라 처음에는 노란빛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는데, 마침 한쪽 전구가 수명을 다해 꺼지는 바람에 새 전구로 교체할 일이 생겼다. 그렇게 새로 갈아 끼운 전구 불빛과 기존 불빛을 대조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집이 다소 어두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집에 켜 놓았던 등에 비추어진 불빛들이 하나같이 은은하다 못해 침침한 '노란색 백열전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거실부터 화장실까지 집 안의 모든 칙칙한 노란 전구를 전부 환한 하얀색 전구로 싹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전구를 사러 가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평범한 전구인 줄 알고, 일단 6개가 든 전구 한 상자를 시범 삼아 사다 교체했다. 상자 표지에 'Soft White(소프트 화이트)'라고 적혀 있기에, 당연히 부드러운 하얀색 불빛이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교체를 하고 불을 켜보니 기존 노란빛 전구에 비해 환하고 청량해지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여전히 주황색 빛이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긴 했어도 '이곳의 흰색 전구는 원래 이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나머지 전구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비로소 내 착각을 깨달았다. 파란색 포장의 'Daylight'가 하얀빛(주광색)이었고, 내가 처음에 샀던 노란색 포장의 'Soft White'는 노란빛(전구색)이었던 것이다. 단어의 뉘앙스에 속아 엉뚱한 전구를 사 왔던 셈이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일상용 하얀 전구와 취침용 노란 전구가 이렇게 엄연히 구분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결국 이전에 잘못 사서 새로 교체했던 6개의 전구까지 포함해 다시 온 집안의 전구를 새로 교체할 전구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을 모두 합치니 필요한 전구 수만 무려 35개에 달했다.
35개의 전구를 다 교체하고 나니 집안 분위기가 전혀 다른 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어두웠던 느낌에서 빠져나와 그동안 눈을 찌푸리며 답답해했던 체증이 한순간에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밤에도 환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한국인으로서의 실용적인 만족감이 밀려왔다.
환해진 거실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이토록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걸까. 어쩌면 밤새 불을 밝히며 치열하게 달려야 했던 한국식 '속도전'의 습성이 몸에 밴 탓은 아닐까. 대낮처럼 환해진 거실 불빛 아래서, 역설적이게도 밤은 밤다워야 한다던 캐나다인들의 아늑한 노란 불빛이 지닌 여유와 쉼표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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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주,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다음'브런치'활동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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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밤에도 거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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