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레시피' 저자 김요셉, 김용수, 최태영 교수(왼쪽부터) '양자컴퓨터 레시피' 저자 김요셉, 김용수, 최태영 교수(왼쪽부터)
김요셉, 김용수, 최태영
- 책 제목에 '레시피'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 인상적입니다. 양자컴퓨터를 요리에 비유하게 된 계기와,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무엇이었나요?
김용수 : "사실 저는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과학과 닮은 점이 참 많더군요. 재료를 이해하고, 순서를 지키고, 조건을 정밀하게 맞춰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요. 양자컴퓨터도 과학이니 당연히 닮은 점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요리로 연결되었습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측정 기반 양자컴퓨터'입니다. 회로 기반 방식에 비해 너무 독특한 접근이라 사실 연구자들도 처음 접하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게이트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만으로 계산이 된다는 개념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나온 책을 보니 꽤 흡족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앞으로 10년 안에 어떤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김용수 : "앞으로 10년 안에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양자컴퓨터가 특정 분야에서 고전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해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분자 시뮬레이션이나 신소재 설계 같은 영역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문제를 다 잘 푸는 만능 기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컴퓨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증명하는 것이 첫 번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양자컴퓨터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이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자 암호 통신, 양자 센서, 정밀 광학 부품 같은 기술은 양자컴퓨터보다 먼저 실용화되어 우리 생활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요셉 : "2030년대에는 양자컴퓨터의 존재감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약 1만 개 수준의 재구성 가능한 원자 큐비트로도 암호학적으로 의미 있는 쇼어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존 암호체계의 기반인 소인수분해 문제뿐 아니라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타원곡선 암호에 대한 양자컴퓨터의 위협도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양자내성암호 전환을 2031년까지 완료하도록 추진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병목도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은 큐비트 수와 성능을 높이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냉각, 제어선, 전력, 장비 가격, 유지보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력 소모와 운영 비용이 큰 이슈가 되었듯이, 양자컴퓨터도 결국 성능뿐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많은 사람이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모든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해 대중이 가장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태영 : "대중이 양자컴퓨터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모든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양자컴퓨터는 만능 컴퓨터가 아닙니다. 어떤 문제에서는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많은 문제에서는 여전히 기존 컴퓨터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이나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인상적인 표현이나 헤드라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자컴퓨터의 현재 수준이나 가능성이 과장되어 전달되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자컴퓨터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류가 충분히 억제된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구현된다면, 특정 문제에서는 큐비트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컴퓨터가 따라가기 어려운 강력한 계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하드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가 실제 산업과 과학 문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양자 알고리즘 연구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더 좋은 하드웨어와 더 유용한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할 때 비로소 열릴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양자컴퓨터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지나친 회의론 사이에서, 현재 기술 수준과 미래 가능성을 균형 있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독자들이 양자컴퓨터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기계'가 아니라, 분명한 한계와 동시에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계산 기술로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세 분이 생각하는 '양자컴퓨터의 시대'는 언제 시작된다고 보시나요?
김용수 : "양자컴퓨터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양자컴퓨터는 아직 없지만, 양자 오류 정정의 손익분기점을 넘고, 수천 큐비트가 배열되고, 클라우드로 누구나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이 책이 그 시대를 함께 읽어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태영 : "저는 사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모든 가정과 기업이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관련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영향력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이미 양자기술 시대로 들어서는 초입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뛰어난 연구자와 엔지니어, 혁신적인 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생태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양자컴퓨터 레시피>가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이자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요셉 : "저는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인공지능의 역사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도 사실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온 기술이지만, 알파고와 같은 상징적인 순간을 거치면서 대중과 산업계가 그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연구와 투자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그런 의미의 '알파고 모먼트'가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10년 안에 일반인도 체감할 만한 응용이 시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여러 나라가 양자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해 암호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는 일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순간이 오면, 인공지능이 알파고 이후 급속히 발전했듯 대중은 곧 다양한 응용처를 찾아낼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열리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 레시피 - 큐비트에서 미래 컴퓨팅까지,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 기술
김용수, 최태영, 김요셉 (지은이),
세종(세종서적),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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