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새만금산업단지 8공구 앞에 세워진 출입금지 안내판
김교진
하지만 현장은 물새들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니다. 이미 4월 초부터 중장비가 진입해 갯벌을 뒤집는 준설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새만금에서 번식하는 흰물떼새와멸종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는 3월에서 7월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 드넓은 모래땅이나 자갈밭 위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특성을 가졌다. 한창 알을 낳고 둥지를 틀 시기에 중장비로 서식지를 뒤흔들어 놓고, 겉으로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 새
현재 조성 중인 새만금국가산업단지는 군산시 오식도동에서 시작해 새만금 남북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총면적은 18.5㎡)(약 560만 평)로, 여의도 면적의 약 6.5배에 달하며 서울 종로구 면적(23.9㎡))보다는 조금 작은 거대한 규모다. 공사는 한 번에 매립하기 어려워 총 9개 공구로 나누어 진행 중이다. 이미 1, 2, 5, 6공구는 매립이 완료되어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3, 7, 8공구는 매립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4, 9공구도 매립을 앞두고 있다.
과거 1, 2, 5, 6공구는 갯벌을 메워 땅이 된 직후에 한동안 입주할 기업이 없어 모래바람만 부는 거대한 맨땅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사방이 트인 모래땅을 좋아하는 쇠제비갈매기와 물떼새들은 이곳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워냈다. 그러나 매립지에 공장이 들어서고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빈번해지자, 새들은 다시 쫓겨나야했다. 그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다른 공구로 이동해 힘겹게 다음 세대를 이어가야만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공구들마저 매립이 끝나고 공단이 가동되면, 이 새들은 새만금 안에서 더 이상 새끼를 키울 곳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쇠제비갈매기 쇠제비갈매기가 먹이를 잡기 위해 정지비행을 하고 있다.
김교진

▲검은머리물떼새 멸종위기종 검은머리물떼새. 빨간부리가 인상적이다. 몸길이 45cm.
김교진
새의 생태를 모르는 사람들은 번식지가 없어져도 다른 곳에 가서 번식할 수 있으며, 새만금에는 개발되지 않은 빈 땅이 많아서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새들은 종마다 필요로 하는 땅이 있다. 쇠제비갈매기나 검은머리물떼새는 풀이 없거나 적고 넓은 마른 땅에 알을 낳는다. 이들이 매립이 끝나서 사막 같은 모래땅위에서 새끼를 키우는 것은 그들만의 번식방법이다. 새만금의 다른 지역은 갈대와 사초처럼 키가 큰 풀들이 빽빽하게 자라있기 때문에 번식에 적당하지 않다. 새만금산업단지가 만들어져 공장이 들어선 후에는 이들이 번식할 곳이 없게 된다.

▲새만금초원 새만금의 대부분 땅은 키가 큰 갈대나 사초과 식물이 빽빽하게 자라서 쇠제비갈매기나 검은머리갈매기가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울 수 없다.
김교진

▲쇠제비갈매기 번식지 염생식물만 드문 드문 있는 땅위에 쇠제비갈매기들이 알을 품고 있다 .
국립생태원

▲쇠제비갈매기 알 쇠제비갈매기는 둥지를 짓지 않고 땅을 오목하게 파고 알을 낳는다.
국립생태원
4월부터 7월까지는 새만금 산업단지 매립지에서 법적보호종인 쇠제비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가 번식을 하는 중요한 시기다. 번식을 무사히 마친 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1만km 떨어진 호주와 뉴질랜드 등 따뜻한 남쪽나라로 날아갔다가, 이듬해 봄이면 본능적으로 다시 이곳 새만금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고향에 번식지가 사라진다면 이들의 대가 끊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멸종위기종의 번식지를 원형 보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대체 번식지'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만금에 멸종위기 새들이 번식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좋은 선례가 있다. 과거 낙동강 하구의 모래밭에서 주로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들은 하구 개발로 갈 곳을 잃자 150km 이상 떨어진 경북 안동호의 작은 모래섬에서 번식을 했다. 그러나 그곳마저 수위 상승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시민사회와 안동시는 적극적인 보전대책을 세웠다. 그 노력 끝에 2020년 안동호에 인공모래섬을 조성하였고 쇠제비갈매기는 안정적으로 번식하고 있다. 이제 안동호는 매년 수백 마리의 쇠제비갈매기가 찾는 성공적인 내륙 번식지가 됐다.

▲안동호 인공섬 안동호 인공섬 항공사진
네이버지도
쇠제비갈매기를 보전하자는 노력은 인공 섬을 만들고 끝난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영구적인 보전 방법을 찾았다. 지난 5월 6일, 안동시와 국립생태원 그리고 쇠제비갈매기사랑시민본부 등은 '안동 쇠제비갈매기 공존협의체' 발족식을 열었고,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에 대한 개체군 및 서식지 보전을 위한 민·관·연 협력을 시작했다.
반면, 현재 새만금에는 이러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산업단지 조성을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와 멸종위기종 관리를 맡고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단지 안에서 번식하는 새들을 위한 근본적인 공존 방안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일회성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워두었을 뿐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생태계를 지워나가는 공사가 끝나더라도, 멸종위기 생명들이 대를 이어 살 수 있도록 새만금 내에 인공 모래섬 등 영구적인 대체 번식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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