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천 둔치 갈대와 수양버들, 자귀나무가 사계절 풍경을 빚어낸다. 무등산의 물길은 도심을 적시고, 시민들의 일상은 그 곁에서 자연과 함께 흐른다.
문운주
무돌길 제13길이 무등산 깊은 숲과 계곡을 걷는 길이었다면, 14길은 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도시를 품는 여정이다. 선교동에서 시작해 광주천을 따라 지원동과 소태동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무등산의 자연이 시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만난다.
선교동은 무등산 남쪽 자락과 광주천 상류가 만나는 곳이자, 한때 광주와 화순을 잇는 관문이었다. 너릿재를 넘어야 화순과 보성, 장흥으로 갈 수 있었다. 겨울이면 기상 예보의 단골 지명이 될 만큼 눈이 많은 고개였다. 폭설이 내리면 시외버스는 운행이 중단되거나 굽이진 산길을 조심스레 넘어야 했다.
지금은 터널과 도로가 놓여 옛길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선교동 입구에 서면 남도를 잇던 관문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곳에서 무등산 골짜기를 빠져나온 물은 비로소 광주천이라는 이름을 얻어 도시를 향해 흐르며 시민들의 삶을 품는다.
하천이 살아 숨쉬는 풍경
지난 6월 29일, 무돌길 14길 걷기는 선교동에서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 속 농경지였던 이곳에는 이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시내버스 종점은 개발이 끝난 곳에서 다시 미개발 지역으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주거지가 들어선다. 도시의 외연은 이처럼 조금씩 바깥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간다.
광주천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면 위로 연신 몸을 솟구치는 작은 물고기들이었다.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에서 하천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한다. 강변길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사람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리는 시민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광주천 징검다리 무등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은 도심을 적시며 시민들의 쉼터가 된다. 징검다리 위를 한 걸음씩 건너며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풍경을 마주한다.
문운주

▲광주천 무등산의 물길이 도시와 만나는 곳이다. 여울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과 강변을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자연과 일상이 함께하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문운주
광주천은 무등산에서 시작해 선교동과 방림동, 남광주, 유덕동을 지나 극락강으로 흘러든다. 오랜 세월 광주 도심을 적셔온 이 물길은 시민들의 삶을 품어왔다. 1960~70년대를 보낸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강변에는 자귀나무와 수양버들, 갈대, 담쟁이, 개망초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름 없는 들꽃까지 품은 광주천은 무등산에서 흘러온 물길과 함께 도심 속 생태의 보고이자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징검다리는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한 걸음씩 물 위를 건너는 동안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지고, 물소리와 바람이 도심의 분주함을 잊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징검다리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다.
방림동과 발산의 뽕뽕다리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 같은 다리였다. 그 시절에는 다리 하나 놓는 일도 큰 사업이었다. 방림동 천변 친척집에 얹혀 살던 나는 매일 뽕뽕다리를 건너 학교에 다녔다.
바닥에 둥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뽕뽕다리'라 불렸다. 주민들이 공사용 철판으로 놓은 다리였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살짝 출렁여 지금의 흔들다리를 걷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 다리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오가는 생활의 길이자 추억의 놀이터였다. 광주천길을 걷는 내내 그 시절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서민의 삶과 애환이 쌓인 남광주시장

▲남광주 시장 시비 광주천을 따라 걷던 길은 남광주시장 시비 앞에서 잠시 멈춘다. 돌에 새겨진 시구는 시장을 오갔던 사람들의 설렘과 아쉬움, 그리고 광주의 시간을 되새기게 한다.
문운주

▲남광주시장 광주천을 따라 걷던 길은 남광주시장에서 사람 냄새를 만난다. 새벽부터 펼쳐진 장터에는 농민들의 땀과 상인들의 손길, 시민들의 일상이 형형색색 파라솔 아래 살아 숨 쉰다.
문운주
설레임으로 여기 서 있다
아쉬움으로 여기 서 있다
기적소리 없는 새벽
누가 열꼬
비켜가는
허공의 구름일지로도
…
남광주시장 한편에는 옛 남광주역을 기억하는 시비가 서 있다. '설레임으로 여기 서 있다, 아쉬움으로 여기 서 있다'라는 첫 구절은 이곳의 역사를 압축한다. 새벽마다 농수산물을 싣고 들어오던 기차는 사라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하루를 열고 사람들의 삶을 이어간다. 기적 소리는 멈췄어도 남광주시장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남광주시장은 광주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켜켜이 쌓인 전통시장이다. 지금도 새벽이면 인근 농촌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가꾼 채소와 나물, 과일을 들고 나와 좌판을 펼친다. 규모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사람 사는 정겨움은 여전하다. 풍암동으로 수산시장이 이전했지만, 남광주시장에도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여전히 손님을 맞는다.
남광주역이 있던 시절에는 화순과 보성, 순천 등지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온 농수산물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새벽 기차를 따라 시장은 일찍부터 활기를 띠었다. 상인들의 흥정 소리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천이 도시의 생명줄이었다면, 남광주시장은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생활의 터전이었다.
무돌길 제14길은 무등산에서 시작된 물길을 따라 도시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함께 걷는 길이다. 광주천에서는 살아 있는 생태를 만나고, 징검다리에서는 낭만을, 뽕뽕다리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남광주시장에서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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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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