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브로슈어와 책표지
차상순
정심은 어린 시절 부모와 동생을 학살로 잃고, 오빠마저 행방불명된 채 평생을 살아야 했다. 그녀의 기억은 단순한 개인적 상처가 아니라, 제주 공동체 전체가 겪은 집단 트라우마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소설은 경하의 현재, 인선의 증언, 정심의 과거가 교차하며 전개되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살아남은 자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상실된 존재들이 기억 속에서 살아 있으며, 남은 자들이 그 기억을 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을 암암리에 강조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 집의 어둠 속에서 떠오른다. 주인공인 작가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집필했고 그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악몽을 꾸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 23P
인선의 입을 통해 4.3 사건을 겪은 공동체의 트라우마를 대변한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87P
경하는 맘 속에 응축되어 있던 말을 내뱉는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134P
주인공의 이 말에 한강 작가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 짧은 몇 마디 속에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용기가 보인다.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불이 곧바로 용기다. 기어이 돌아가 껴안는 것은 동행이며 지지다.
겹겹의 시간과 증언이 교차했으며, 독자로서 그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꽤 어려웠다. 독자 스스로 조립하도록 하는 느낌을 받았다. 상징적 장치가 많아서 난해했다. 물, 바람, 손, 이름 등이 그랬다. 또한 폭력을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절제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제주 사람이나 뭍에 사는 사람이나,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인류도 다 함께 폭력에 대한 윤리적 책임 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소설이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세 여성의 기억과 증언을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공간적으로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 배경을 안고 있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제주 4.3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생명 사랑과 그들을 기억하는 마음을 담아 시적이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림 그리듯 보여준 작품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상처와 그 상처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다. 책은 읽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였다. 작별하지 말자고.
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은이),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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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영어 교사로 정년 퇴임 함. 사고로 중증 환자가 된 90년생 아들을 돌보는 간병 일지와 소소한 일상, 디카시, 트롯 Vlog, 엔젤넘버시,등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고 튜브에 AI 노래 창작 영상도 탑재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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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몇 마디 속 용기, 동행과 지지가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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