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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메가프로젝트' 들춰보니...'제조AI 2030'의 불편한 진실

[기후의 시간] 원전이라는 낡은 도박으로는 AI 시대를 건널 수 없다

등록 2026.07.02 17:06수정 2026.07.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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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핵심 축인 '제조AI 2030 전략'은 화려한 수사로 가득하다. 2030년까지 민관이 공동으로 20조 원을 투자해 100조 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청사진과 숙련 노동자의 '제조 암묵지'를 데이터로 바꿔 'AI 팩토리'를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약속은 성장 정체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제조업에 가뭄의 단비처럼 들린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첨단 생산라인이 완성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은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천지개벽할 좋은 일이 일어날 것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장밋빛 담론의 한 겹만 들춰보면 대한민국이 어렵게 쌓아 올린 탄소중립의 기틀을 뿌리째 흔들고 특정 지역의 희생을 영속화하려는 위험한 도박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부는 첨단 산업의 심장이라는 명목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그리고 전국 각지에 들어설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의 전력·용수 공급을 '적기에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들고나온 것이 바로 신규 대형 원전의 추가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조기 도입, 그리고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총동원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미래를 향한 대전환이 아니라, 과거의 유물인 중앙집중형 대규모 발전 체제와 원전 만능주의로의 비이성적 퇴행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공적 자원과 생태적 수용력을 아낌없이 퍼주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할 환경적 재앙과 지역 공동체의 파괴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는 정부의 태도는 기만적이다.

우리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가 어째서 과학적·경제적 타당성을 상실한 구조적 모순의 결정체인지, 그리고 왜 이 계획이 대한민국을 기후 불능 국가로 전락시킬 기후 폭탄이 될 수밖에 없는지 차갑고 객관적인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원전 부활 계획: 부풀려진 수요의 실체

문제는 출발점인 수요 전망부터 부풀려져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반영하고 공사 기간까지 단축하겠다는 명분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황의 폭발적 성장'이다.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며 총 49.4GW의 전력 수요를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순수 IT 전력 수요는 약 1.57GW에 불과하다. 수십 기가와트 전망은 기업들이 사업권 선점을 위해 신청한 중복 물량과 허수를 합산한 가수요일 뿐이다.

월스트리트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빅테크의 천문학적 설비투자(CAPEX)에 비해 킬러 서비스의 등장이 늦어지며 투자수익률(ROI)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딜로이트 역시 빅테크가 투자를 10~20%만 줄여도 전 세계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에 공급 과잉 쇼크와 수요 침체인 '캐즘'이 닥칠 것이라 분석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조차 거품 붕괴를 걱정하는 시점에, 정부는 가장 과장된 수요 예측을 진리로 받들며 수십조 원짜리 원전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설령 수요가 폭증한다 해도 원전은 시간축의 모순이다. AI·반도체가 요구하는 전력은 2020년대 말에서 2030년대 초에 집중되는데, 대형 원전은 부지 선정과 주민 동의, 환경영향평가, 인허가를 거쳐 준공까지 최소 10~15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원전 건설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과 시공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위험한 선언이다.

또 다른 카드인 SMR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상업 표준 모델이 단 한 기도 없는 미완의 기술로, 실제 상업 운전은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 목말라 비명을 지르는 산업 현장에 15년 뒤에야 완성될 우물을 파주겠다는 격이다. 가장 시급한 수요를 가장 늦은 발전원으로 메우겠다는 이 비논리는, 이 사업이 산업 혁신보다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에 주객전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급한 불을 끄려 LNG 카드를 슬그머니 꺼낸 것이야말로, 원전이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자기 고백이다.

기술적 모순도 깊다. 변동성이 본질인 재생에너지와 경직성이 본질인 원전을 같은 전력망에서 무제한 늘리는 것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일이다. 태양광·풍력이 늘수록 계통 붕괴를 막기 위해 원전 출력을 낮춰야 하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미 '감발 운전' 본격화를 선언했다. 잦은 출력 조절은 핵연료봉과 배관에 열 피로를 누적시키며, 프랑스가 냉각재 배관의 응력부식균열(SCC)로 다수 원전을 멈춰야 했던 선례가 그 위험을 증명한다. 전력망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원전 확대는 역설적으로 지역의 청정 재생에너지를 계통에서 밀어내 생태계를 고사시킨다.

무엇보다 이 계획은 '지방의 희생 위에 세운 수도권의 번영'이라는 독점 구조를 답습한다. 정부와 한수원은 민주적 절차와 주민 숙의를 외면한 채 경북 영덕을 신규 대형 원전 부지로, 부산 기장을 SMR 실증 부지로 일방 낙점했다.

영덕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 차례의 핵폐기장 건설 시도를 막아냈고, 2015년 주민투표에서 91.7%의 압도적 반대로 원전 유치를 거부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기장은 단위 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포화의 땅이며, 경주는 월성원전과 방폐장에 더해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화의 위험까지 짊어지게 된다. 일찍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은 53.2%의 찬성으로 원전 비중 축소라는 이정표를 세웠으나, 정부는 이 숙의의 성과를 문서 한 장으로 뒤집었다.

지방에 원전이 서는 순간, 그 전기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이라는 '제2의 재앙'이 뒤따른다. 영덕과 기장은 자체 발전만으로 지역 수요를 몇 배 충당하는 전력 자립 도시다. 결국 새 원전과 송전탑은 수도권 거대 자본을 가동하기 위한 거대한 '빨대'일 뿐이다.

80~100미터 높이의 송전탑은 공동체를 찢는 흉기이자 산불을 부르는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2019년 강원 고성 산불의 원인은 특고압 전선의 불꽃이었고,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때는 불길이 한울원전을 위협해 초유의 감발 운전이 단행됐다. 대형 산불이 연례행사가 된 지금, 중앙집중형 발전과 초장거리 송전망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재난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다.

2035년 온실가스 8500만 톤 추가 배출의 '기후 폭탄'

 6월 18일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전경. 이 마을은 지난해 3월 대형 산불로 많은 집이 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6월 18일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전경. 이 마을은 지난해 3월 대형 산불로 많은 집이 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기후의 셈법은 더 가혹하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약속했지만, 정작 전력을 소비하는 빅테크와 대기업의 책임을 묻는 '수요 관리·규제 원칙'은 증발해 있다. 선진국의 데이터센터 정책은 이미 '무제한 공급'에서 '지속 가능한 규제'로 전환됐다.

유럽연합은 전력사용효율(PUE)과 물사용효율(WUE) 공개를 의무화했고, 독일은 데이터센터 전력을 단계적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미국 일부 주는 신규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조례까지 도입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기업에 재생에너지 조달 의무를 지우기는커녕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라는 특혜성 감면을 약속하고, LNG 직접 구매·발전 규제까지 완화하려 했다.

시민사회 추산에 따르면 2029년까지 8.4GW 데이터센터에 화석연료·경직성 발전원이 총동원될 경우, 2035년까지 추가로 누적되는 온실가스만 8500만 톤에 이른다. 말로는 탄소중립을 외치며 전력망에 거대한 '기후 폭탄'을 매설하는 모순이다.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데, 그 배출 책임의 청구서는 왜 국민과 미래 세대의 몫이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천지개벽을 이끈들 인간은 결국 쌀로 지은 밥과 이 땅의 농수산물을 먹고 사는 생물학적 존재다. 아무리 자율 공장이 정교해진들 우리는 자동차를 뜯어먹거나 데이터센터가 뿜어내는 데이터를 삼키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유럽이 유례없는 폭염으로 매일같이 사망자를 쏟아내는 지금, 기후위기로 농업과 어업이 고사하고 식량 주권이 위협받는 우리는 생존의 적색경보 앞에 서 있다.

진짜 해법은 분명하다. 부풀려진 수요를 실증 데이터로 다시 검증하고, 발전원의 무한 확대가 아니라 수요 관리와 기업 책임 강화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빅테크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의무화하고, 지역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의 분산형 전력망과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력사용효율과 물사용효율에 대한 법적 규제로 공적 관리 체계를 세우고,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충과 장주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에 대한 공적 투자, 분산형 전력망으로의 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이 상생하며 생존할 유일한 길이다. 정부는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생존을 도박판에 올릴 시간은 많지 않다.
#메가프로젝트 #원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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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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