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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섯과 야생화가 가득, 걸음이 자꾸만 멈추는 길

    울창한 밀림 속으로... 멕시코 산호세 델 퍼시피코 마을 하이킹에 나서며

    등록 2026.07.01 11:27수정 2026.07.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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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맑은 날 아침이면 만날 수 있는 산호세 델 퍼시피코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전경. 멀리 운무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그 위로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의 능선이 고산의 풍경을 만든다.
    ▲맑은 날 아침이면 만날 수 있는 산호세 델 퍼시피코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전경. 멀리 운무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그 위로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의 능선이 고산의 풍경을 만든다. 이안수

    지난 6월 20일 아침, 간단한 요기를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멕시코 산호세 델 퍼시피코(San José del Pacífico)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경사면의 정상부, 쎄로 라 포스떼마(Cerro La Postema)를 하이킹하기 위해서였다.

    출발지인 호스텔의 해발은 2520m, 목표 지점의 해발은 2910m로 가파른 경사의 고도 390m 올라 평탄한 지형의 정상부 숲을 돌아 마을의 반대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계획했다. 하이킹 모바일 앱, 올트레일(AllTrails)이 알려주는 목표 지점까지는 5.8km였지만, 도로까지 하산하고 되돌아오는 총 거리는 10km가 넘는 하이킹이었다.


    구름 바다가 선물한 침묵

    마을을 벗어나는 마지막 지점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 라 쿰브레(La Cumbre)의 절벽 가장자리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앉았다. 꿀을 넣은 뜨거운 페리콘(Pericón)차에 초콜릿 우유(Chocolate Milk) 한 잔씩을 놓고 태평양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발 아래로 펼쳐진 구름 바다는 우리의 모든 언어를 앗아갔다. 벅찬 감정을 품은 침묵을 선물했다. 침묵으로 모든 것이 말해지는 시간이었다.

    라 쿰브레를 뒤로 하고 트레일 속으로 들어가자 바로 정글 같은 밀림이었다. 습기를 머금은 거대한 소나무가 우뚝 하고 그 아래를 이끼와 버섯, 야생화로 덮었다. 길은 운무림의 울창한 밀림 속으로 계속되었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 난간에서 바라본 마을과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Sierra Madre del Sur) 산맥의 산세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 난간에서 바라본 마을과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Sierra Madre del Sur) 산맥의 산세 이안수

    노란대망그물버섯. 이곳은 우기를 맞아 버섯이 제철이다. 하이킹 중에 만난 수많은 버섯 중 하나이다. 이는 숲이 살아 있음을 증명이기도 하다.
    ▲노란대망그물버섯. 이곳은 우기를 맞아 버섯이 제철이다. 하이킹 중에 만난 수많은 버섯 중 하나이다. 이는 숲이 살아 있음을 증명이기도 하다. 이안수

    우리는 걸음을 자꾸 멈추었다. 소나무의 숨결을 품어보기 위해, 바위 틈에 선 야생 아가베를 들여다보기 위해, 꿀을 빨며 날개짓 하는 나비가 놀래지 않게 하기 위해…​

    멕시코 남부를 가로지르는 광범위한 산맥,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의 고도는 약 2000~3000m 사이에 분포한다. 트레일의 정상부는 2900m 이상이므로 이 산맥의 고원에 형성된 안개와 구름으로 덮인 운무림의 식생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사지를 오르자 임도와 만났다. 평탄한 임도는 어두운 밀림 속 경사를 오를 때보다 걷기가 수월해졌다. 고원에서는 훤칠한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이어졌다.

    거대한 소나무 군락, 아내는 고향을 만난 듯 소나무를 안았다.  이 트레일이 북한산 둘레길의 한 코스같이 느껴졌다.
    ▲거대한 소나무 군락, 아내는 고향을 만난 듯 소나무를 안았다. 이 트레일이 북한산 둘레길의 한 코스같이 느껴졌다. 이안수

    일엽초 양치식물들. 우기의 숲은 높은 습도로 인해 고목의 나무껍질은 이끼로 뒤덮이고 그 이끼층 위에 다시 뿌리줄기를 뻗는 일엽초 양치식물들이 자란다.
    ▲일엽초 양치식물들. 우기의 숲은 높은 습도로 인해 고목의 나무껍질은 이끼로 뒤덮이고 그 이끼층 위에 다시 뿌리줄기를 뻗는 일엽초 양치식물들이 자란다. 이안수

    이십수 년 전 유배자처럼 인생의 돌파구를 찾아 홀로 떠돌던 외국에서 소나무를 만나고 눈물을 머금은 적이 있다. 내가 자란 고향은 앞산도 뒷산도 온통 소나무였다. 그때의 솔바람 소리와 솔향기가 참았던 향수를 자극했을 터였다.​


    이번에도 소나무를 통해 고향을 느꼈지만 그때처럼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았다. 그때는 언젠가 소나무 길을 아내와 함께 걷고 싶다는 다짐의 시간이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키 큰 소나무 길을 아내와 함께 걷는 고원에서의 시간은 그 일말의 기대가 현실이 된 것이었으며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걷지 못한 시간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었다.

    고원을 함께 걷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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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숲속 하이킹.  트레이의 정상부는 임도가 잘 관리되고 있어서 사면을 오를 때와는 달리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적당한 고립 속의 고요한 평화가 걷는 이를 맞는다.
    ▲소나무 숲속 하이킹. 트레이의 정상부는 임도가 잘 관리되고 있어서 사면을 오를 때와는 달리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적당한 고립 속의 고요한 평화가 걷는 이를 맞는다. 이안수

    산 세바스티안 리오 혼도(San Sebastian Rio Hondo). 하이킹의 끝 지점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웃 마을.
    ▲산 세바스티안 리오 혼도(San Sebastian Rio Hondo). 하이킹의 끝 지점에서 바라다 보이는 이웃 마을. 이안수

    맑은 햇살과 폭우 및 사계절 기온을 하루에 체험할 수 있는 이 고산마을의 고원을 하이킹하는 동안 하늘은 비를 참아주었다.​

    숲에서 허리를 굽히고 이끼와 꽃과 곤충들과 눈을 맞추는 경계 없는 마음이 긴장을 풀어주었다. 무장 해제된 마음은 나의 숨겨둔 마음을 내보이게 하고 상대가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한 말에 대해 "왜 일찍 말하지 않았어"라고 위로할 수 있게 했다.​

    자연은 그 자체로 변화의 동기를 부여한다. 그 속을 걷는 동안 반성하고 성찰하고 용서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므로 산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 이완의 효과가 뿌리쳤던 손을 다시 잡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산호세델퍼시피코 #오악사카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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