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를 위하여 지난달 1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YMCA 청년쌀롱에서 '공공성과 생활권 회복을 위한 북토크, 무궁화호를 위하여'가 열렸다.
우리동네연구소
우리나라에서 변경(邊境)은 어디일까. 북한과 비무장지대와 맞닿아 있는 경기·강원 북부일까, 아니면 남쪽 끝에 있는 바닷가 마을일까.
변경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 중심이 어느 특정한 곳에 있다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소외된 지역은 변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준을 '이동권'에 적용하면, 교통 불모지라는 별명을 가진 경기도 시흥 역시 '변경'에 해당하지 않을까.
"무궁화호를 없애는 건 주민들에게 차를 사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아요."
지난 6월 13일 오후 3시,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시흥 YMCA 청년쌀롱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시흥 우리동네연구소와 시흥 YMCA가 함께 연 이번 행사의 이름은 '공공성과 생활권 회복을 위한 북토크, 무궁화호를 위하여'다.
이날 책 <무궁화호를 위하여>를 쓴 하승우 작가는 충북 옥천에서 시흥까지 직접 찾아와 주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전국 곳곳을 누비던 무궁화호는 수년 전부터 운행 횟수가 줄어들었고, 2028년부터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는 크게 고속철도(KTX·SRT), 대도시권 광역철도(전철·지하철), 일반철도로 나뉜다. 무궁화호는 일반열차로, 고속철도와 광역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에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적자 구조를 이유로 무궁화호 운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무궁화호가 사라진다는 것은 옥천을 비롯한 농촌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이 위축되는 문제일 뿐 아니라 공공재를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축소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는 이후 다른 공공서비스 축소 논의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 작가는 서울을 오가는 무궁화호 막차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는 경험을 겪으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그는 "철도 통계를 보면 2023년에 약 3500만 명이 무궁화호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인이 여러 번 이용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궁화호가 없어진다면 3500만 명 전체가 어려워질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100만 명에게라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KTX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KTX를 타면 된다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KTX 정차역이 제한적이라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결국 이동 수단을 잃게 된다"며 "결국 자가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토크에 참여한 시흥 시민들 지난달 13일 경기도 시흥시 YMCA 청년쌀롱에서 책 <무궁화호를 위하여>를 쓴 하승우 작가가 시민들과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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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불모지에 사는 시흥 주민들, 현상은 달라도 공감한다
이번 북토크는 시흥 지역의 현안과 맞물리며 다양한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시흥, 특히 북부와 중부 지역은 2018년 서해선 개통 이후에도 원도심 주민들이 체감하는 대중교통 불편과 소외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타 노선과 비교해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고, 출근 시간대 혼잡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소사·김포공항 등 주요 환승 구간 역시 혼잡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피로와 안전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옥천처럼 이동권 침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흥 시민들은 만성적으로 교통 불편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북토크에 참여한 분은 "신안산선이나 서해선이 들어오면서 오히려 역세권 개발 논리로 발전하는데 원도심은 오히려 변경의 자리처럼 낙후되고 있다"며 "이러한 양극화가 기초단체만의 힘으로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시민들이 함께 문제를 완화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흥시장 선거가 무투표로 마무리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시흥 시민들은 3선에 오른 임병택 시장의 구체적인 공약과 시정 운영 방향을 충분히 검증하거나 비교할 기회 없이, 사실상 '신뢰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보도된 임 시장 관련 내용을 보면 AI·바이오 산업 육성, 역세권 중심 도시개발, 대교·도로 등 교통망 확충에 정책 역량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버스·지하철 등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대중교통 개선은 꼭 필요한 대목이다.
"지방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시민의 손을 잡고 대안을 찾으면, 저 강고한 위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스스로 마름의 위치에 만족하는 지방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다" - 책 <무궁화호를 위하여> 23쪽.

▲ 책 <무궁화호를 위하여>를 쓴 하승우 작가(왼쪽)와 서종호 시흥 YMCA 사무총장이 대담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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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지역 정치 무력한 흐름 속에 대책은 무엇일까.
지역 정치 구조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 작가는 새로운 가능성과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변경은 중심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 작가는 '시민사회의 연대를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의견을 주기도 했다.
"우리동네 위험 지도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동네 주민들이 직접 조사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닙니까? 시민들의 연대는 추상적으로 '시흥시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과 관련된 의제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명확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결과를 통해 시민들이 '이 정도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답답한 지역 정치, 그 단면으로 나타나는 불편한 교통. 어쩌면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미시적인 부분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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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무궁화호, 그리고 시흥 시민들이 느끼는 또 다른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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