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용수 걱정,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관리 방식이 문제다

[주장] 절수와 빗물을 놓친 물관리,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등록 2026.07.01 11:48수정 2026.07.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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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만들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반도체 공장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 3지구 일원.
6월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만들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반도체 공장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 3지구 일원. 연합뉴스

호남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유치하려면 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또 시작되었다. 하루 100만 톤의 산업용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댐을 더 높이자는 주장도 있고, 광역상수도를 확충하자는 의견도 있으며, 하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리는 물이 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따지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물을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정말 물이 부족한가?

반도체 공장이 하루 100만 톤의 물을 사용한다고 하면 1년 365일 동안 필요한 물은 약 3억6500만 톤이다.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충분한 물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필요한 물의 양만 보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필요한 양을 이야기했다면, 하늘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물을 주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전북특별자치도의 면적은 약 2만900㎢이다. 여기에 연평균 강수량 1300mm를 적용하면 매년 약 272억 톤의 비가 내린다. 반도체 공장이 사용하는 물은 그 가운데 약 1.3%에 해당한다.

물론 내리는 빗물을 모두 저장하거나 이용할 수는 없다. 증발하는 물도 있고, 하천과 숲,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흘러야 하는 물도 있다. 그럼에도 이 숫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매년 272억 톤의 비가 내리는데, 왜 우리는 3억6500만 톤의 물을 걱정하는가? 이는 마치 매년 272억 원의 수입이 있는 회사가 3억6500만 원의 물건을 사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그 회사를 보고 돈이 없다고 하지 않는다.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물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것은 물이 아니라 물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사막형 물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물이 부족하다고 하면 우리는 늘 공급을 늘리는 방법부터 찾는다. 댐을 더 활용하고, 광역상수도를 연결하고, 하수를 재이용하고, 해수를 담수화하자는 것이다. 모두 필요한 대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물 공급 메뉴판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빠져 있다.


첫 번째는 절수이다. 새로운 댐을 짓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을 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용수 사용량은 여러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물을 줄이면 새로운 시설도, 새로운 관로도, 새로운 에너지도 필요하지 않다. 절수는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친환경적인 '보이지 않는 수원'이다.

두 번째는 빗물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1300mm 안팎의 비가 내리는 대표적인 몬순 국가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마치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나라처럼 새로운 물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부터 고민한다. 빗물을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니라 마지막 보조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러한 물관리 방식을 '사막형 물관리'라고 부르고 싶다. 사막에서는 해수담수화와 장거리 도수, 지하수 개발이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비가 풍부한 몬순 국가에서까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패러다임을 바꾸면 해법이 보인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 관리는 공급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수요관리와 공급 다변화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먼저 절수를 통해 물 수요를 줄이고, 동시에 빗물, 하천수, 지하수,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빗물을 이용하자는 것은 호남에 흩어져 내리는 비를 한곳에 모아 반도체 공장으로 보내자는 뜻이 아니다. 비가 내린 자리에서 모으고, 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교에서, 공장은 공장에서, 가정은 가정에서 빗물을 사용하면 그만큼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수요가 줄어든다. 그 결과 기존 상수도는 더 중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즉, 빗물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분산형 물관리이다. 지금처럼 하나의 대형 댐과 하나의 광역상수도에 의존하는 것은 중요한 자산을 한곳에 모아 두는 것과 같다. 반도체는 국가의 핵심 산업이다. 중요한 시설일수록 만일의 사태에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국가 핵심시설의 물공급도 하나의 수원에 의존하기보다 절수, 빗물, 재이용수, 하천수 등 다양한 수원을 함께 활용하는 분산형 체계가 더 안전하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회복탄력성이다.

중요도가 높을수록 중앙집중형보다 분산형이 안전하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이다.

이제 물관리의 기준을 바꾸자

반도체 물 걱정은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물관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기회다. 이제는 '물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쟁할 것이 아니라, '어떤 물을 어떤 순서로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비가 많은 나라가 사막 국가의 방식으로 물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수를 먼저 생각하고, 빗물을 먼저 활용하며, 다양한 수원을 적절히 조합하는 몬순형 물관리이다.

하늘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비를 내려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례다.
덧붙이는 글 이번 글에서 처음으로 '사막형 물관리'라는 표현을 제안했습니다. 비가 풍부한 몬순 국가임에도 절수와 빗물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물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부터 고민하는 물관리 방식을 뜻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하나의 수원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절수, 빗물, 재이용수, 하천수, 지하수, 해수담수화 등을 적절히 조합하는 물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과 각 대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 차례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사막형물관리 #반도체용수공급 #빗물관리 #수요관리 #공급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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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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