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코스닥 30년, '좀비 기업 천국' 꼬리표 뗄수 있을까

    불공정거래에 신뢰 바닥... '다산다사' 구조 도입해 옥석 가리기 본격화

    등록 2026.07.01 16:47수정 2026.07.01 19:51
    0
    원고료로 응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1996년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어느덧 서른 살이 됐다. 갖은 위기 속에서도 혁신 기업을 발굴하며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상장기업 수 5.4배, 시가총액 73배, 거래대금 7000배라는 양적 성장을 기록했다.

    1일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코스닥시장 개장 30주년 기념행사'는 이런 자축보다는 위기감이 앞섰다. 겉모습은 커졌지만 정작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뼈아픈 자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축사에서 "전례 없는 자본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선순환하는 동반 성장의 구조는 아직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앞으로의 시장 즉시 솎아 개혁의 핵심 방향으로 "우량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한계기업은 내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제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축사에서 '신뢰'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찍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들을 제시했다.

    "좀비 기업 천국"…신뢰 잃은 시장, 옥석구분도 불가능
     기념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오기형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김학균 VC협회장,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
    ▲ 기념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오기형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김학균 VC협회장,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국거래소

    거래소가 시장 구조 개혁에 나선 결정적 이유는 코스닥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최지우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발표에서 "코스닥 시장은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좀비기업'의 퇴출이 늦어지고, 부실기업들이 불공정거래에 휘말리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한 시장 안에 있다 보니, 옥석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코스닥 내 불공정거래 혐의 통보 비중은 지난해 기준 68.8%에 달해 코스피(29.2%)보다 2배 이상 높다. 부실기업이 시장에 오래 머무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동안, 정작 성장이 필요한 우량 기업들은 낮은 기업 가치 평가를 견디지 못하고 코스피로 떠나는 '이전 상장'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이전 상장한 기업 다수가 이전 후 오히려 시가총액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기업 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을 등지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코스닥의 신뢰 회복을 조치에 나섰다. 1일 부터 1000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관리·상장폐지 요건이 신설됐다. 시가총액 200억 원 이하 기업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요건도 강화됐다.

    상장폐지 절차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21년 22개사에 불과했던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는 2023년 8개사로 줄었다가 2025년 38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88개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 심사를 통한 평균 퇴출 소요기간도 2021년 524일에서 2025년 384일로 크게 줄었다. 최지우 상무는 이런 조치가 기업 퇴출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기업들이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고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 돌아오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나온 게 코스닥 시장 내 '세그먼트' 도입이다. 성장성과 재무 안정성을 갖춘 우량 기업들만 따로 모아 '코스닥 셀렉트(Select)'라는 별도 상위 세그먼트를 신설하고, 부실 위험이 있는 기업은 '관리군'으로 빼 시장의 체질을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세그먼트는 한 번 정해지면 고정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재평가 해 기업이 이동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 스포츠 경기로 따지면, 1부리그와 2부리그 등으로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나스닥의 지난 2006년 구조 개편 사례를 따라 한 것이다. 나스닥은 과거 시장을 기업 성장 단계나 재무 건전성에 따라 '글로벌 셀렉트(Global Select)', '글로벌(Global)', '캐피털(Capital)' 등 세 단위로 나눠 각기 다른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나스닥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향하던 이전 상장 흐름이 바뀌었다. 오히려 팔란티어, 톰슨로이터, 월마트 등 기업들이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왔다.

    거래소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코스닥 우량 기업의 브랜딩 효과를 높이고, 기관 투자자들이 연기금 투자 기준에 맞는 종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자본시장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거래소는 7~8월 중 공청회를 거쳐 올해 하반기 중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정체성 다시 고민할 때"... 시장 참여자들 당부도

    한편, 이날 토론 과정에서 향후 코스닥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1800여 개에 이르는 상장기업 간 격차가 큰 현 상황에서 세그먼트 구분은 투자자들의 부실기업 투자 우려를 완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준환 미래에셋증권 IB1부문 대표는 "우량 기업을 코스닥으로 유치하려면 상장 심사 기간 단축과 엑시트(투자 회수) 기회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코스닥 우량주로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도록 지수 체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 그룹장은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90%에 달하는 시장"이라며 성공적인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모험자본과 성장자본의 대규모 유입을 뒷받침할 중소기업 맞춤형 인프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본부장은 제도 개선을 넘어선 기업 내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큼이나 기업 경영진의 의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밸류업을 위한 경영진의 결단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수반될 때 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한국거래소 #코스피 #주식시장 #나스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전문가의 일침, "병역특례 모범 답안 다 나왔는데..."
    2. 2 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3. 3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4. 4 누구나 아는 유명 노래에 이런 사연이? 윤동주 육촌의 정체 누구나 아는 유명 노래에 이런 사연이? 윤동주 육촌의 정체
    5. 5 '패륜 영화' 낙인... 대구서 '암살자(들)' 보기 쉽지 않은 까닭 '패륜 영화' 낙인... 대구서 '암살자(들)' 보기 쉽지 않은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