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 번아웃, 혼자 견디면 안 돼"

공익활동가 13명, 번아웃 경험 나누고 개인·조직·사회 차원에서 예방·극복 방안 탐색

등록 2026.07.02 11:24수정 2026.07.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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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분, 손 들어보실래요?"

진행자의 질문에 참가자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누군가는 스스로가 브라운아웃(번아웃 직전 단계 혹은 초기 단계로, 열정과 에너지가 소진되기 시작한 상태)을, 또 다른 누군가는 보어아웃(반복되는 업무와 성장 기회 부족으로 일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은 상태)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혼자 감당해온 소진을 처음으로 꺼내놓는 자리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뒤 처음 만난 동료들과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7월 1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 대화테이블이 열렸다. 이번 대화테이블은 '2026 공익활동가 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준비했다.
▲ 7월 1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 대화테이블이 열렸다. 이번 대화테이블은 '2026 공익활동가 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준비했다. 최소원

지난 1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활동가 소진을 넘어, 돌봄으로' 대화테이블은 공익활동가의 번아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돌봐야 할 과제로 풀어보는 자리였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아래 동행)이 실시한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를 공유한 뒤,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예방 방안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동행, 활동가의 소진을 들여다보다

먼저 이번 조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소개됐다.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건강', '금융', '재충전', '자기돌봄', '전문성 강화', '상호부조' 등 6개 영역에서 지원사업을 운영해왔다.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만나며 개인 지원만으로는 반복되는 소진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 활동가 개인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활동가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도 뒤따랐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유은강 팀장은 "활동가 개인에 대한 지원은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안전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유은강 팀장이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는 전국 공익활동가와 비영리 생태계 종사자 47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됐다.
▲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유은강 팀장이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는 전국 공익활동가와 비영리 생태계 종사자 47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됐다. 최소원

예방 중심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동행은 지난해 '활동가 건강 실태 조사'에 이어, 올해는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실태와 활동 조건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문항을 설계했다.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 설문에 전국 공익활동가와 비영리 생태계 종사자 478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공익활동가의 평균 소진 점수는 3.09점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소진 요인은 ▲ 활동 자원과 안정성 부족이었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이를 개인의 노력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 보상과 인정 부족 ▲ 직무 부담 ▲ 조직 운영과 문화 ▲ 관계 갈등 순으로 소진 요인이 나타났다.

반면 ▲ 활동의 의미와 ▲ 효능감 저하는 가장 낮은 소진 요인으로 나타났다. 활동가들은 일을 의미 없다고 느껴서보다 부족한 자원과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소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피로 신호는 비교적 잘 알아차렸지만 실제 회복을 실천하는 비율은 낮았고, 조직 차원에서 활동가의 소진을 함께 점검하거나 회복을 지원하는 제도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의 소진'을 말하는 시간

발표를 마친 뒤에는 민주주의기술학교 박운정 이사장의 진행으로 대화테이블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두 개 테이블로 나눠 앉았고, 테이블마다 대화 촉진자와 기록자가 함께했다.

 이날 본격적인 대화테이블은 민주주의 기술학교 박운정 이사장이 이끌었다. 대화테이블은 총 2번 진행됐으며, 첫 번째 대화테이블에서는 '나의 소진 경험 말하기'를 주제로, 두 번째 대화테이블에서는 '번아웃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실천과제'를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 이날 본격적인 대화테이블은 민주주의 기술학교 박운정 이사장이 이끌었다. 대화테이블은 총 2번 진행됐으며, 첫 번째 대화테이블에서는 '나의 소진 경험 말하기'를 주제로, 두 번째 대화테이블에서는 '번아웃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실천과제'를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최소원

가장 먼저 서로가 지키고 싶은 대화 규칙을 정했다.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기', '상대의 말을 끊지 않기', '존중하기' 등 테이블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약속이 나왔다. 각 테이블이 규칙을 발표한 뒤 이사장이 준비한 ▲ 끝까지 경청하기 ▲ 자신의 경험을 '나'의 언어로 말하기 ▲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밖으로 옮기지 않기라는 세 가지 약속을 함께 확인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오늘은 듣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말하는 자리"라며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조직은 원래 그렇다"는 일반론보다 "나는 이랬다"는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첫 번째 대화의 주제는 '나의 소진 경험 말하기'였다. 참가자들은 설문 결과에서 가장 공감한 점과 의외였던 점,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를 포스트잇에 적은 뒤 자신의 소진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번아웃의 원인과 극복 과정, 지금의 상태를 돌아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혼자만의 문제라고 여겼던 소진이 많은 활동가가 겪는 공통된 경험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박 이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빌려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함께 이야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번아웃 예방, 함께 답을 찾다

두 번째 대화에서는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실천 과제를 개인과 조직, 사회 차원으로 나눠 이야기했다. 대화는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보다 예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각 주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두 개 테이블로 나뉘어 대화를 진행했다. 각 테이블에서는 대화 촉진자와 기록자가 함께 대화에 참여했다.
▲ 참가자들은 두 개 테이블로 나뉘어 대화를 진행했다. 각 테이블에서는 대화 촉진자와 기록자가 함께 대화에 참여했다. 최소원

한 테이블은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인정과 지지'를 꼽았다. 세부적으로 개인 차원에서는 모든 일을 해내려 하기보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조직 차원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대화 체계와 정기적으로 마음을 나누는 회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 차원에서는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직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다른 테이블은 개인의 회복과 조직의 제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심리상담과 여행, 걷기처럼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조직 차원에서는 번아웃 대응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업무 연락을 줄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회 차원에서는 활동가 건강 지원 사업과 인건비 지원, 리더를 대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실행까지 이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화가 남긴 작은 변화

대화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번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이 반복되는 업무로 열정과 의욕을 잃는 '보어아웃' 상태였다는 점을 돌아보며 "이 조직에서 7년을 활동했는데 이제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관심 분야를 계속 다져가는 것이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예방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퇴근 후와 주말에도 메신저를 확인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앞으로는 일과 휴식의 경계를 지키는 것부터 실천해보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두 번째 대화 테이블에서 '번아웃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실천과제'를 주제로 대화하고, 개인·조직·사회적 차원의 번아웃 예방·극복 방안을 발굴했다. 충분한 논의를 마친 뒤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대화 내용을 공유했다.
▲ 참가자들은 두 번째 대화 테이블에서 '번아웃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실천과제'를 주제로 대화하고, 개인·조직·사회적 차원의 번아웃 예방·극복 방안을 발굴했다. 충분한 논의를 마친 뒤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대화 내용을 공유했다. 최소원

박운정 이사장은 "활동을 혼자 하는 게 아니듯 번아웃도 혼자 견디면 안 된다"며,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문화가 결국 나를 살리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며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대화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동료와 다시 이어지는 질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익활동가의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는 보다 세밀한 분석을 거쳐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홈페이지에 보고서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이날 대화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도 포함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소셜임팩트뉴스에도 실립니다.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공익활동가들을 응원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자는 취지로 '2026 공익활동가주간'이 진행됩니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닷새간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위한 여러 활동이 펼쳐집니다.
#공익활동가주간 #활동가번아웃 #대화테이블 #사회적협동조합동행 #민주주의기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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