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고용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장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학생이 취업 관련 영어 단어가 적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1.6%p 하락한 43.7%를 기록하며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2005년 9월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2026.5.13
연합뉴스
- 실제로 올해 5월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의 상용근로자(고용 계약이 1년 이상) 숫자가 15~29세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반면 20대 안에서도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가 무려 19배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직접 만난 청년들의 상황 역시 비슷한지 궁금하다.
"정말 많이 체감한다. 통계도 통계지만, 제가 (법률상담) 인터뷰를 해보면, 그 내용들이 너무 달라지고 있다. '어차피 희망이 없다. 회생해서 뭐해요.' 회생 상담을 와서 이렇게 말한다. '빚 없애봐야 월 150만 원으로 어떻게 생활합니까? 신용카드 없으면 어떻게 삽니까?'부터 '어차피 빚 없어져봐야 그 뒤의 삶이 큰 의미가 없다'는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회생·파산 제도를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려는 비율보다 삶에 대한 의지 없이, 그냥 '잘 될 리 없다'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보이는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다."
- '개인의 무모함'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인가.
"개인의 무모함 같은 것들도 다 연관 있다. 절망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잘못된 선택을 할까?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한다더라. '서울 또는 수도권에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2030세대는 돈과 연결되지 않은 일로 기쁨을 찾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인 데다가 자아실현할 일자리 자체가 굉장히 적다. 일단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 세대다. 예전 같으면 은퇴했을 보통 사람들이 60대, 70대까지 일하지 않나. 2030세대의 (일)자리가 되게 적다. 청년들이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사회는 맞다."
- 그렇다면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이라는 책 부제로 오늘날 2030세대를 규정하는가.
"가령 학자금 대출만 해도, 저는 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직장을 가지기 위해선 대학을 무조건 나와야 하고 직업을 구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1~3년이어야 하는데, 남자는 30살, 여자는 28살 정도는 되어야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서 50대 초중반까지 일한다. 이때 대학 등록금과 취업 준비 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부모가 이 부분을 키워주는 사례도 있지만 그런 능력과 재력이 없는 부모들이 훨씬 많다. 취업을 해도 20년 동안 자녀를 위한 비용이 들고, 노후 자금도 모아야 하고, 돈 자체가 너무 많이 든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 하지만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식이 꼭 '빚 탕감'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혁신기업을 만드는 역할은 청년만이 할 수 있다 내지는 청년이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게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됐다. 그러면 청년이 창업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남의 돈을 빌려야 뭔가를 하는데,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이런 데서 보증 안 받으면 은행이 절대 대출 안 해준다.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그 빚을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다면, 안 그래도 인생이 불안한 청년이 무모한 도전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파산이 왕성하다. 그 잔혹한 자본주의 국가가 파산이 쉽고, 개인적인 불이익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트럼프도 네 번이나 파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빚을 진 사람들은, 탕감을 안 해주면 일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사람들은 크게 네 가지 선택을 했다. 첫 번째, 몸 바쳐서 열심히 일했다. 두배 세배 일했다.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 번째, 범죄에 빠져들었다.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범죄율이 높고 생활범죄, 경제범죄가 많은 데다가 연쇄 살인 등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일어났다. 정말 아무 상관 없는 문제일까? 네 번째, 노숙인이 된다. 잘 사는 나라의 노숙인은 굶어 죽지 않는다. 일 하나, 안 하나 동일하니까 당연히 일할 동기가 없다."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밀려난 사람들의 안전망' 준비해야"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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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포용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로 여기에 조력하고 있는데, 현재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가.
"두 가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먼저 기업과 은행이 돈 버는 것은 다르다. 은행이 특히 이자 수입을 많이 거뒀다는 말은 신용점수 낮은 사람 이자율 높이고 반대의 경우는 이자율을 낮추는 리스크 프리미엄 계산을 빡빡하게 했다는 얘기다. 즉 부당하게 이자를 많이 받았다고 해석될 부분이 있으니, 은행이 거둔 이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또 저신용자 내지 저소득층에게 금융을 공급하는 과정과 빚진 사람들의 신용을 회복시켜주거나 빚을 줄여주거나 하는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고, 있어야만 한다.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단계다. 근본적으로 은행이 부당하게 돈을 많이 벌게 하면 안 된다. 그 돈이 사회 전체를 위해 활용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이 '포용금융'이라고 하면 단순히 저소득층의 빚을 없애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한국은) 좀더 자본주의적인 금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은행들은 관치금융의 장점과 자본주의 금융의 장점만 취하고 있다. 누구한테 대출을 줘야 하는지 마는지를 국가가 결정하니까 은행이 책임을 안 지는데, 이자는 (은행이) 알아서 결정한다. 좀더 시장경제적인 은행은 스스로 심사하고 그 책임도 부담한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그때 누구한테 어떤 대출을 해주고, 이자는 어떻게 받고, 탕감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 포용금융은 좀더 시장경제적인 은행·금융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 앞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때 AI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AI로 인해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빚을 갚을 수 없는 시대가 온다"고 책에서 경고했다. 가장 '무서운 문장'이었다.
"산업구조의 변동에 따라서 사람들이 본인 돈을 쓰고 잘못된 투자를 해서 인생이 나락에 가는 경우는 지금도 많이 목격되고 있는데, AI 때문에 더 많아질 거다. 당장 홍보, 영상, 사진 쪽에선 배우 등의 일자리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세상이라면 그 사람들이 완벽하게 빈민이 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시작은 빚을 없애주는 제도다. 복지의 전부가 아니라 시작이다. 직업 교육 등은 그 다음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을 하면 좋겠지만,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오히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국가가 어떻게 그 사람들, 어떤 이유에서든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느냐다. 그 고민의 가장 밑바닥에 회생·파산이 있다.
분명히 이거(인터뷰) 나가면 이런 댓글 달린다. '열심히 일해서 돈 갚은 놈은 바보냐?' 저는 '너무 열심히 해서 빚 갚는 것, 좋은 일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너무 열심히 일하면 건강을 해치고, 일도 제대로 못하게 돼서 회생·파산으로 가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그런데 저한테 (비판적인) 댓글 다는 분들의 태반은 무리해서 빚 갚는 분들일 거다. 악플 다는 건 좋은데, 악플 달고 신용회복위원회든 변호사든 한 번 전화해보셨으면 정말 좋겠다."
청년 파산 -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
박기태 (지은이),
메디치미디어,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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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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