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가 탈출 사고?... 광주 옛 사직동물원의 사건·사고들

③추억 물씬... 1970~1980 사직동물원 요모조모

등록 2026.07.03 13:57수정 2026.07.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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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과 전국동물원·수족관에서 펴낸 '한국동물원 80년사'(1996, 서울특별시)에는 다음과 같은 사직동물원의 <연표>가 실려 있다. 1970~80년대 주요 사건들이다(번호는 필자가 붙였다).

옛 광주 사직동물원 사건사고 서울대공원과 전국동물원·수족관에서 펴낸 '한국동물원 80년사'(1996, 서울특별시)에 실린 사직동물원 <연표>. 1970~80년대 주요 사건들이다. 번호는 필자 한규무(광주대) 교수가 붙였다.
▲옛 광주 사직동물원 사건사고 서울대공원과 전국동물원·수족관에서 펴낸 '한국동물원 80년사'(1996, 서울특별시)에 실린 사직동물원 <연표>. 1970~80년대 주요 사건들이다. 번호는 필자 한규무(광주대) 교수가 붙였다. 펭귄마을신문

크고 작은 사건 중 나름의 기준을 갖고 간추린 것이다. 여기에 빠진 것들도 여럿이지만 아무튼 참고는 된다.

이 중에서 필자의 눈에 먼저 띈 것은 '쟈가 탈출사고'(⑩)와 '반달곰 탈출사고'(⑬)이다. 지난 4월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하여 전국적 화제를 모은 '늑구'가 떠오른다. '반달곰'도 그렇지만 '쟈가', 즉 표범 비슷한 맹수인 '재규어'가 탈출했다니 식겁할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탈출 초기에 포획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비슷한 사례로 1961년 5월 경주에서 서커스 공연이 끝난 후 탈출한 표범이 사살됐고, 1987년 7월 서울대공원의 축대가 무너지면서 탈출한 재규어 암수 2마리 중 1마리도 사살됐으며, 1992년 2월 전주동물원에서 탈출한 표범 1마리는 다행히 포획됐다.

1987년 6월에는 재규어가 인도표범 우리에 들어와 표범을 '교살(絞殺)', 즉 목을 물어 죽였다. AI에게 재규어랑 표범 중 누가 더 세냐는 막연한 질문을 던졌더니, "재규어가 표범보다 체급과 치악력면에서 훨씬 강력합니다. 재규어는 대형 고양이과 동물 중 호랑이, 사자 다음으로 강한 힘을 자랑합니다"란 명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구나.

꽃사슴 피살사건

 광주 우치동물원 꽃사슴.
광주 우치동물원 꽃사슴. 한규무

끔찍한 최초의 사건은 1972년 10월 발생한 '사슴 2두 녹각 절취사건'이다(③). '사슴 2두'라고 나오는데, 신문기사를 보면 2마리가 아니라 1마리였다. '꽃사슴 피살사건'으로도 불렸는데, 경위는 이렇다. 1971년 4월 사직동물원이 문을 열 때 서울 창경원 동물원에서 꽃사슴 암컷과 수컷 2마리가 분양됐다(어떤 기사에는 4마리라고도 한다). 그 중 9년생 수컷이 이듬해 10월 새벽, 앞다리 둘과 뒷다리 하나, 그리고 두 뿔이 잘린 채 발견됐다. 상상하기도 싫은 참혹한 현장. 범인은 높이 2m의 방사장 철망 윗 부분을 뚫고 들어와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동물원 인근 주민은 새벽 4시경 무엇인가를 두들겨 패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지만, 숙직하던 직원 3명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고, 직원들은 결국 파면됐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니 조용히 넘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꽃사슴의 가격은 시가 50만 원이었다는데, 지금으로 치면 1300만원~1500만원 가치라고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으로서 짐승에게 부끄럽다.

한편 1973년 11월 9년생 꽃사슴 암컷이 10년생 수컷과 결혼했고, 이듬해 6월 암컷 새끼 1마리를 출산했다. 새끼의 어미가 1972년 10월 날벼락을 맞고 갑자기 '생과부'가 된 그 암컷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 암컷이 맞다면, 수컷의 뿔과 팔·다리가 잘리는 그 현장에 있었을텐데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재혼도 하고 새끼도 낳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물개 해구신 도난사건

 광주 우치동물원 물개 모형.
광주 우치동물원 물개 모형. 한규무

약간 비슷한 사례가 명칭조차 민망한 '폐사 물개 해구신 도난사건'(⑲)이다. 이 사건은 1985년 9월 발생했는데, 1971년 3월 사직동물원이 문을 열 때 창경원 동물원에서 분양된 물개 2마리 중 수컷인 것 같다(참고로 물개의 수명은 약 20~25년이란다).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알려진 그걸 얻으려고 누군가 몹쓸 짓을 했는데, 언론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폐사'된 물개였으니 '꽃사슴 피살사건'보다는 덜 끔찍하지만,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독수공방' 암컷 오소리의 출산

이번에는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1978년 4월, 4년생 암컷 오소리가 새끼 3마리를 출산했다. 경사스러운데, 문제는 수컷이 1977년 11월 탈출하고 암컷은 5개월 동안 '독수공방' 중이었다는 것이다. 오소리의 임신 기간은 약 65일이어서, 거꾸로 계산하면 2월 중 짝짓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수컷이 우리 안으로 들어온 흔적도 없었다. 이 미스터리에 대해 동물원장은 이렇게 추리했다. 신박하다.

"지난해 수놈이 달아나기 전에 교미했더라도 5개월 만에 출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도망간 수놈이나 야생 오소리가 몰래 나타나 쇠창살(직경 4㎝ 다이아몬드형 철망) 사이로 사랑을 속삭였는지 모른다."

두루미 커플의 구슬픈 사연

 광주 우치동물원 재두루미.
광주 우치동물원 재두루미. 한규무

1977년 1월 전남 고흥의 갯벌에서 농약을 먹고 죽어가는 수컷 두루미와 영암 논밭에서 영양 결핍으로 허덕거리는 암컷 두루미가 각각 사직동물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정성스러운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이들은 운명처럼 한쌍을 이뤘다. '농약'과 '허약'이 맺어준 소중안 인연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3월, 우리를 청소하는 소리에 놀란 이들 커플이 '유리창'을 깨고 우리를 탈출했다. 독수리나 솔개처럼 억센 새들도 해내지 못한 가공할 만한 일이라고 한다. 탈출은 성공했으나 그때 받은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커플이 동시에 '헤딩'한 것인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새대가리'는 만만치 않았다. 오죽했으면 동물원 관계자들이 "두루미의 실종 경위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약 2주 뒤, 광주에서 1백 여리나 떨어진 무안에서 부리와 다리에 상처를 입은 암컷이 발견됐으나 곧 죽었고, 수컷의 행방은 끝내 알려지지 않았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사직동물원, 사람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자 한규무 광주대학교 교수 hkm@gwangju.ac.
필자 한규무 광주대학교 교수 hkm@gwangju.ac. 한규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펭귄마을신문에도 실립니다.
#사직동물원 #펭귄마을신문 #동물 #동물원 #양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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