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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항구에 'AI 두뇌'를 탑재하면 생기는 일

[중국 현지취재 - 칭다오 ①] 스마트항만을 향한 거대한 실험실, 칭다오항

등록 2026.07.07 06:56수정 2026.07.0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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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칭다오항 전경. 오른쪽 파란색 안벽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왼쪽 공터에 파란색 무인 컨테이너 운반차가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펜스 안쪽 터미널 구역은 완전 무인지대다. 사람이 한명도 없이 크레인과 차들이 알아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쌓고 있었다.
6월 1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칭다오항 전경. 오른쪽 파란색 안벽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왼쪽 공터에 파란색 무인 컨테이너 운반차가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펜스 안쪽 터미널 구역은 완전 무인지대다. 사람이 한명도 없이 크레인과 차들이 알아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쌓고 있었다. 이병한

[칭다오AI 현지취재 ①] 스마트항만을 향한 거대한 실험실 '칭다오항' ⓒ 고정미


AI와 자동차의 결합은 이제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그런데 AI와 배가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의문을 품고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지난 6월 1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칭다오항을 방문했다. 항구 내 한편에 위치한 산업연구학습기지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칭다오항의 첫 인상은 깔끔했다. 기온은 약간 더웠지만 하늘과 바다는 푸른색이 빛났고, 바쁘게 돌아가는 항구 크레인은 더 파랬다.

약 2km 길이 항구에 컨테이너선이 몇 척 정박해 있었다. 그 위로 파란색 안벽 크레인이 접근해 컨테이너를 집어 올리고 있었고, 그 컨테이너를 바로 옆에 접근한 파란색 운반 차량에 실었다. 컨테이너를 업은 차량은 부지런히 야적장까지 날랐다. 야적장에서는 다시 파란색 야드 크레인이 차량의 컨테이너를 집어 올려 일정한 위치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무도 없었다. 안벽 크레인에도, 컨테이너 운반 차량에도, 야적장 크레인에도, 모두 운전석 또는 조정석 자체가 없었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크레인과 운반 차량은 모두 '무인(無人)'이었다. 컨테이너를 배에 올리고 내리는 항구의 작업장 내에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완전무인자동화 컨테이너 항구가 칭다오항이 세계 최초이거나 유일한 건 아니다. 201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전세계 최초로 완전무인화 시대를 열었고, 다음 해인 2016년 미국 롱비치항이 개장했다. 2017년 5월 문을 연 칭다오항은 아시아 최초였다. 이후 상하이항 등 중국 여러 항구에 채택됐고, 싱가포르항도 그리고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도 완전무인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칭다오항이 특별한 건 극강의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상징적인 수치가 안벽 크레인 평균 효율성이다.

스스로 세계기록 13차례 갱신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로비 모습이다. 이곳은 칭다오항의 완전무인자동화 현황을 방문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항구의 한쪽 끝에 만들어진 홍보관 성격의 시설이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로비 모습이다. 이곳은 칭다오항의 완전무인자동화 현황을 방문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항구의 한쪽 끝에 만들어진 홍보관 성격의 시설이다. 이한기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파란색 무인 안벽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올리고, 파란색 무인 운반 차량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파란색 무인 안벽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올리고, 파란색 무인 운반 차량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이한기

개장 초기 안벽 크레인(1대 기준)의 평균 하역 작업 효율은 시간 당 26.1TEU(Twenty-foot Equivalent Unit)였다. 20피트(약 6m) 길이 국제 표준 컨테이너를 1시간에 평균 26.1개 처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과 7개월 후인 2017년 12월 3일, ZIM시카고호에 실렸던 1785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새벽 0시 20분에 시작해 오전 9시 25분에 끝냈는데, 안벽 크레인 1대의 평균 효율성이 39.6TEU를 기록했다. 당시 세계 기록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칭다오항은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기를 최근까지 무려 13번 반복했다. 42.9TEU(2018년 4월 21일) → 43.2TEU(2018년 12월 31일) → 43.8TEU(2019년 9월 9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한 이 수치는 2022년 6월 28일 60.18TEU를 기록하면서 60을 돌파했고, 지난해(2025년) 5월 22일 캡 산 라자로(Cap San Lazaro)호에 대한 하역 작업을 할 때는 62.62TEU로또다시 역사를 썼다. 개장 초기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무엇이 이런 지속적인 효율성 향상을 가능하게 했을까? 단순한 무인화 장비 고도화로는 한계가 있다. 비결은 칭다오항을 운영하는 산동항만그룹이 자체 개발한 A-TOS 지능형 터미널 제어 시스템과 A-ECS 지능형 장비 제어 시스템 덕분이다. 두 시스템은 컨테이너 처리와 관련된 수백 가지 운영 요소를 조율하는데, 이를 통해 전 구역, 다중 시나리오, 전 공정을 아우르는 운영이 가능하다. 칭다오항 소개 영상에서는 이를 "전통적인 컨테이너 터미널에 스마트한 '두뇌'를 탑재했다"고 표현했다.

두 시스템은 2025년 4월에 최신 업그레이드를 했다. 향상된 알고리즘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이 시스템은 15만개가 넘은 위치 중에서 최적의 컨테이너 적재 위치를 결정한다. 이를 통해 스태킹 회전율(Stacking Turnover Rate, 아래 적재된 컨테이너를 먼저 출고하기 위해 위에 전재된 컨테이너를 다시 이동하는 비율)이 5.17% 감소했을 뿐 아니라, 작업 공간이 2.6% 감소하고 장비 속도가 3.6% 향상됐다고 한다.

또한, 컨테이너 하역 장비의 들어올리는 높이가 16.6m 줄어들었고, 각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약 20초 단축됐다. 컨테이너를 이동시키는 무인 트럭의 대규모 모델 훈련을 도입해 전반적인 효율성이 약 9% 증가했다.

칭다오항이 처리량 기준 컨테이너 항만 세계 5위권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최대 항구는 아니다(참고로 국내 최대 항구인 부산항은 6~7위권). 중국에는 상하이항, 닝보-저우산항, 선전항 등 칭다오항보다 큰 항구가 즐비하다. 하지만 칭다오항이 특별한 건 중국 내에서 스마트항만을 향한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사람의 조정 없이 자동으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는 안벽 크레인의 모형이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사람의 조정 없이 자동으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는 안벽 크레인의 모형이다. 이한기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사람의 도움 없이 야적장과 선박 사이에 부지런히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무인 운반 차량의 모형이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사람의 도움 없이 야적장과 선박 사이에 부지런히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무인 운반 차량의 모형이다. 이한기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운반 차량에 실려온 컨테이너를 야적장에 차곡차곡 쌓거나, 또는 거꾸로 야적장의 컨테이너를 운반 차량에 싣는 야드 크레인 모형이다. 역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 내 전시실. 운반 차량에 실려온 컨테이너를 야적장에 차곡차곡 쌓거나, 또는 거꾸로 야적장의 컨테이너를 운반 차량에 싣는 야드 크레인 모형이다. 역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 이한기

지난해 11월 AI 기술을 접안에 적용... 올해 2월 스마트 선박과 완벽한 만남 테스트 성공

예를 들어 이미 아시아 최초로 완전무인항구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칭다오항 모델'을 중국에 퍼트렸던 칭다오항은 지난해 11월부터 AI 기술을 선박의 접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들어온 배에 컨테이너를 내리고 싣는 작업에는 이미 완전무인자동화를 이뤘지만, 배를 항구에 정박시키는 접안은 그동안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작업으로 남아있었다. 인간이 132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을 짜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변경해야만 했다. 배 한 척이 바뀌면, 전체 스케줄을 다시 짜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AI 기반 접안 계획 에이전트를 공식적으로 적용한 이후, 칭다오항은 더 이상 이 일을 사람이 하지 않는다. 접안 계획 에이전트가 선박 운항 일정, 조류 데이터 및 기타 운영 제약 조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몇 초 만에 최적의 접안 계획을 생성하고 항만 장비 및 터미널 시스템에 동시에 직접 지침을 전송한다. 현재 AI 시스템의 접안 정확도가 약 80% 달하며, 새로운 선박을 처리할 때마다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세관, 안전, 컨테이너를 넘어서는 벌크 화물의 자동화 등 해양 AI를 기반으로 한 여러 테스트가 칭다오항을 중심으로 한 산동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궁극적인 지향은 '자율운항 선박'과의 완벽한 만남이다. 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날) 연휴 기간이었던 2월 21일 토요일, 중국 최초 연안 스마트 컨테이너 상선 즈페이(智飛)호가 칭다오항에 자율 항해로 접근한 뒤 위에서 서술한 자동 접안시설에 정박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컨테이너 하역이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다.

중국 <환구시보(环球时报)>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에 따르면, 이는 중국이 컨테이너선의 항해-접안-화물적재까지 모든 과정을 무인으로 운영한 최초 사례다. 스마트 선박과 스마트 항구가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을 실제 구현해낸 것이다.

넓은 항구에 상시 근무 인원은 6명뿐

 완전무인터미널을 구축한 칭다오항 전체 개념도. 맨 위쪽이 컨테이너선이 접안해 안벽 크레인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아래쪽 수많은 컨테이너 모형들이 세로로 길게 위치한 야적장이 야드 크레인의 공간, 그리고 그 중간이 무인 운반 차량이 오가는 공간이다.
완전무인터미널을 구축한 칭다오항 전체 개념도. 맨 위쪽이 컨테이너선이 접안해 안벽 크레인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아래쪽 수많은 컨테이너 모형들이 세로로 길게 위치한 야적장이 야드 크레인의 공간, 그리고 그 중간이 무인 운반 차량이 오가는 공간이다. 이한기

 칭다오항 터미널 바닥에 약 2만개가 박혀 있다는 칩의 실제 모습(작은 것)과 확대한 모형(큰 것). 이 칩은 무인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 운반 차량을 제어한다.
칭다오항 터미널 바닥에 약 2만개가 박혀 있다는 칩의 실제 모습(작은 것)과 확대한 모형(큰 것). 이 칩은 무인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 운반 차량을 제어한다. 이한기

자꾸 무인, 무인, 하는데, 실제 칭다오항 무인컨테이너 터미널에는 몇 명이 근무하고 있을까? 칭다오항 산업연구학습기지에서 만난 유일한 사람인 차오즈궈(曹志国)씨에 따르면, 총 근무 인원이 9명이고, 상시 근무 인원은 6명이다. 무인시설은 캄캄한 밤에도 빛이 없이 24시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9명이 교대로 6명씩 근무한다고 한다. 이 넓은 항구에 일하는 사람은 이게 다다.

그들은 어디서에 일할까? 돌아온 답은 별도 건물인 "보안 시설에 있다"였다. 그곳은 자신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차오즈궈씨는 "화면만 보고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일상적인 판단과 결정은 AI 기반 시스템이, 작업은 기계가 하니까, 사람은 모디터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산업연구학습기지 건물 옥상. 약 2km 무인컨테이너 터미널 너머 조금 다른 풍경이 보였다. 안벽 크레인과 야드 크레인이 파란색이 아닌 빨간색이었다. 차량의 색깔은 너무 멀리 있어서 분간할 수 없었다. 저쪽 크레인은 왜 색깔이 다르냐고 묻자, 차오즈궈씨는 "(완전자동화가 아닌) 반자동화 하역장"이라고 말했다. 저쪽은 크레인이든, 운반차 운전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사람이 개입하는 구역인 것이다.

왜 완전자동화로 전부 바꾸지 않느냐고 묻자, 아직 반자동화가 많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에 따르면, 완전자동화가 좋지만 아직 해결 안되는 약점도 있기 때문에 반자동화가 오히려 효율성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든 사례가, 비표준 컨테이너이다. 차오즈궈씨는 "완전자동화 터미널에서는 표준컨테이너만 가능하고, 사이즈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비표준 컨테이너는 반자동화 터미널에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약속된 표준일 때 구동되는 파란 세계(완전자동화)와, 그 표준을 벗어날 때 대응하는 빨간 세계(반자동화)의 공존. AI+해운의 결합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지난 6월 1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칭다오항을 방문했다. 항구 내 한편에 위치한 산업연구학습기지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칭다오항의 첫 인상은 깔끔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지난 6월 1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칭다오항을 방문했다. 항구 내 한편에 위치한 산업연구학습기지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칭다오항의 첫 인상은 깔끔했다. 이한기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Qingdao Port pushes intelligence deployment / 2026-01-08 09:14 / https://www.chinadaily.com.cn/a/202601/08/WS695f04f4a310d6866eb32971.html

China achieves new breakthroughs in shipping, energy, space exploration during Spring Festival holiday / Feb 24, 2026 10:31 PM / https://www.globaltimes.cn/page/202602/1355677.shtml
#칭다오항 #해양AI #중국AI #칭다오AI #완전무인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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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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