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말 출판한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 한국어판과 영문판 모습
오문수
지난 4월 30일 소설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을 출간했다(관련 기사 :
30년간 영어교사였던 내가 '한센인 소설'을 쓴 이유). 지난 5월 9일에는 여수청소년해양 교육원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출판기념회에는 서울과 부산 광주 목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200여 명의 지인이 참석했다.
식장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들도 오셨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오신 기무라 선생님, 스페인 출신으로 50년째 산청 성심원에서 한센인 환자를 위해 봉사하시는 유의배(본명 Uribe) 신부님, 한센인 연합회 정상권 회장님이 그들이다. 출판기념회 소식은 여러 언론에서도 보도됐다. 책은 광주전남 통합시립 도서관과 여수시 관내 도서관에도 비치 됐다. 전남대학교, 순천대학교, 목포대학 도서관에도 소장 됐다.
일본 전생원을 안내해준 기무라 선생님의 메일

▲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동경 전생원을 방문했을 때 촬영(2024.4.8)한 사진이다. 왼쪽은 전생원에서 근무하는 김귀분씨로 재일교포 3세이고 옆에 계신 분이 기무라(82세) 선생님이다.
오문수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 6장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하일은 해방 전 부모를 따라 동경에 갔다가 발병해 나환자요양소 전생원에 입원한 후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나가사키에 계시는 기무라 선생님과 10여 년간 교류하고 있다.
영어교사로 퇴직한 기무라 선생님(82세)은 한국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워 소설 <태백산맥> 전권을 두번이나 읽고 감동 받아 여수를 방문하신 바 있다. 내친 김에 소록도까지 안내하던 중 동경에 있는 한센인 요양원 '전생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선생님은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필자를 위해 동경 나리타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당시 동경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숙식을 제공해주셨다(관련 기사 :
100년 넘는 차별과 폭력, 소록도는 여전히 슬프다).
출판기념회에서 강의까지 해주셨던 기무라 선생님이 지난 5월 16일에 메일을 보내왔다. 다음은 기무라 선생님이 보내준 메일을 AI를 이용해 번역한 내용이다.

▲ 5월 14일, 제 23회 한센인의 날을 맞이해 소록도를 방문한 유의배 신부님과 한센병박물관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 속 4장 주인공은 유의배 신부님으로 스페인에 계시는 부모님과 동생들한테 보낸 서한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의배 신부님은 영문판을 스페인 교구청에 보내신다고 하셨다.
오문수
지난 4월부터 한국의 오문수라는 작가의 <소록도 : 잊을 수 없는 사람들 - 한국인 한센병 환자의 기록>(원제: 덫에 걸린 아기 사슴)이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그분이 일본에서 취재(다마 전생원)할 때 동행했던 인연으로 이번 번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에 한국어 원고가 완성되어 저에게 전달되었는데, 5월 9일에 북 콘서트를 하니 한국으로 건너와 발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한국어 상태 그대로 읽으면 이해가 부족해질 것 같아 번역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중간에 AI 번역을 도와준 사람 덕분에 5월 9일까지는 번역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센병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강제 격리, 단종(강제 불임 시술), 징벌 등의 정책이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 그대로 도입되어 한센병 환자들을 배제해 왔습니다. 그 중심이 된 곳이 바로 한국 남쪽에 있는 작은 섬인 소록도이며, 이곳에 6000명이나 수용하는 요양소(격리소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한센병 환자를 일본 제국의 수치로 여겨 강제 수용한 것이지요.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 작은 섬에 식민지 지배의 문제가 압축된 형태로 나타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시아를 서구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겠다며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를 표방했지만, 실제로 그것은 자료관의 전시물에서 볼 수 있듯이 살육과 강탈이었으며, '일본인을 위한 아시아(대동아공영권)'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의 무서운 점은 그런 거짓말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등을 표방하며 전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위한 것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표류 하는 세계 속에서 당혹스러울 뿐이지만, 한국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투쟁을 배우면서 거짓으로 가득 찬 식민주의 역사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중략)

▲ 필자에게 소설을 쓰라고 권유한 내 인생 최고의 친구 조성익씨는 책이 출판되는 모습을 못 보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고인이 된 친구의 1주기(6월 28일) 기일에 친구 딸인 조예숙씨가 묘소에 소설책을 헌정 하는 모습이다. 필자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5년간 4만여 페이지의 자료를 읽은 후 소설책을 출판했다.
오문수
소설 출판 후 내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5년간 소설을 특히 영문판을 쓰면서 컴퓨터와 씨름 하느라 좌골 신경통이 생겨 걷기와 운전이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내 인생에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레지나 브렛(Regina Brett)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성장해가는 노인이 죽어가는 젊은이보다 낫다."
내 나이 올해 73세지만 아직도 공부 중이다. 죽을 때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다.
올무에 걸린 아기 사슴 - 한센인들의 이야기
오문수 (지은이),
비지아이,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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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5년간 쓴 한센인 소설을 출판한 뒤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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