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농협' 개혁과 '대한체육회,축구협회' 개혁

등록 2026.07.04 13:52수정 2026.07.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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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매우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지목한 발언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공사구별을 못 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은 "농협 임원구성을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것처럼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 등 체육단체는 대의원에 의한 소수 간접선거제가 아니라 관련 체육인 모두에 의한 직선제를 도입하도록 행정지도를 하도록 지시했는데 잘 이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농협 직선제를 체육단체 개혁과 나란히 언급한 것은 단순한 예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농협을 시작으로 민간 영역의 대표 선출방식과 견제 구조를 손보겠다는 정부 철학이 드러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보는 평가도 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농협이 농업 발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는 '진짜농협'으로 확실히 거듭날 수 있도록 조합원 직선제 같은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 달라"고 주문한 바 있고, 그로부터 1주일 뒤인 5월 21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장 전체 조합원 선출제'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전체 조합장 1110명이 선출하는 현행 방식을 전체 조합원 187만 명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자 다른 경제단체(협동조합 등)와 사회단체들의 임원선출방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런데 어떤 단체의 임원 선출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가급적 해당 단체의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 해당 단체의 특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직선제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모두 민주적 선거방식이며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고, 직선제가 간선제보다 더 우월한 민주적 선거방식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직선제가 구성원들의 민심을 직접 반영하는 데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선거방식의 효율성과 비용측면 등 제반 사항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각 협동조합의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모두 전체 조합원(회원)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가정해 보자.

농협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187만 명이고(중복가입조합원 제외), 수협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17만 명이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63만 개 기업이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700만 명이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170만 명이며, 엽연초생산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3천 명이다. 또한 산림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수가 약 60만 명이고, 새마을금고의 경우에는 회원 수가 약 1천만 명에 이른다.


이들 협동조합들의 전체 조합원(회원)들이 해당 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에 직접 참여할 경우에는 전국 단위의 선거가 실시되므로 선거관리가 복잡해지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입후보자의 선거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고, 음성적 선거자금 모금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당선된 후에 논공행상도 더 커질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 간에 분란·갈등·반목이 커질 것이고, 선거과정에서 지역색이 영향을 미치고, 선거후유증도 매우 클 것이며, 협동조합 임직원들의 특정 후보 뒤에 줄서기와 선거운동 개입의 폐단도 더 커질 것이다. 또한 후보자들이 인기영합적인 '퍼주기' 공약을 남발할 것으로 우려되며, 당선자는 제왕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우려도 크다. 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가 정치화되고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우려도 크다.

뿐만 아니라 연합회의 성격을 지니는 중앙회의 대표자를 중앙회의 구성원인 조합장이 아니라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선출하도록 하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점(자율성 및 결사의 자유 침해 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다고 해서 협동조합 등 경제단체나 사회단체의 임원들까지 모두 직접 선거로 선출해야 한다는 필연성이나 당위성은 없다. 정부는 단체 구성원들의 의사와 비용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단체의 임원선출 방식의 직선제로의 변경을 지나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직선제가 선(善)이고 간선제가 악(惡)인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으며, 마치 직선제가 어떤 단체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도(民度) 즉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낮은 정치후진국에서는 독재자들이 직선제를 독재 유지의 방편 즉 중우정치(衆愚政治)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음을 참작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대의제(代議制)는 현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임을 잊어서도 안 된다. 간선제 내지 대의제를 나쁜 제도로 인식하기보다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좀 더 치밀하고 섬세한 제도 설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불신이 해소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른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이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점을 모두 반영한 절충적 방안을 찾는 노력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예 : 선거인단 대폭 확대 등).

요컨대 농협이든 대한체육회든 축구협회든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해소해야 하고 필요하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개혁에 착수하기 전에 먼저 문제의 원인이 '제도의 잘못'에서 온 것인지 또는 '운영(사람)의 잘못'에서 온 것인지를 명확히 진단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제도의 잘못'에서 온 것이라면 제도 변경에 나서야 하겠지만, 문제의 원인이 '운영(사람)의 잘못'에서 온 것이라면 운영 개선 또는 책임자 문책(징계, 형사처벌)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농협개혁 #농협법 #대한체육회 #축구협회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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