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할 자유는 없다

시장의 야만과 맞서는 '내적 자유'의 복원

등록 2026.07.04 15:41수정 2026.07.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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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를 휩쓴 참담한 사건들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발단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불거진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었다. 군사독재가 시민을 짓밟았던 전차라는 폭력의 상징을 기업이 이윤을 위한 마케팅 도구로 삼은 것이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광주일고를 상대하던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은 이 마케팅을 흉내 내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외치며 5·18을 희화화하는 단체 응원 사태를 벌였다. 핏빛 역사를 또래 집단의 가벼운 놀잇감으로 소비한 야만적 행태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스타벅스 측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진정으로 경악스러운 것은 이 천박함을 대하는 야당의 태도였다.

국민의힘 이지애 미디어 대변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학생들의 혐오 범죄적 조롱을 두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며 비호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은 이를 스포츠에서 흔히 하는 야유로 치부하며, 징계 조치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다"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공동체의 존엄을 수호해야 할 정치 세력이 앞장서서 타인의 고통을 짓밟는 폭력에 '표현의 자유'라는 면죄부를 쥐여준 것이다.

이 촌극은 단순한 도덕적 타락이나 일탈이 아니다.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렌즈로 작금의 사태를 투시하면, 그 기저에는 한국 사회를 집어삼킨 극단적인 '시장 만능주의'와 그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자유'의 민낯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장의 논리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집어삼키면, 뼈아픈 역사와 타인의 고통마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상품이자 콘텐츠로 전락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하며 고립된 개인들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약자와 희생자를 혐오함으로써 알량한 우월감을 확보하려 든다. 폴라니가 일찍이 꿰뚫어 보았듯, 이는 무자비한 시장이 사회의 기반을 파괴한 폐허 위에서 대중의 불안을 먹고 자라나는 파시즘의 전형적인 징후다.

특히 혐오를 '표현의 자유'라 부르며 징계를 공산주의로 매도하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궤변은, 권리와 책임이 철저히 분리된 시장주의적 언어의 극치다. 타인을 조롱할 권리마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소비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의 마지막 장에서 역설한 '사회의 실재(Reality of Society)'와 '내적 자유(Inner Freedom)'의 개념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


칼 폴라니 칼 칼폴라니
▲칼 폴라니 칼 칼폴라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폴라니는 인간이 시장의 무책임한 파괴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권력과 책임이 거세된, 내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시장주의적 유토피아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회의 실재를 체념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내적 자유(inner freedom)를 획득한다. (…) 인간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풍부한 자유를 창조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바쳐야 한다는 의무를, 비로소 불평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권력이나 강제가 없는 사회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 세상은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유는 더욱 굳건해진다." - <거대한 전환> 중

폴라니가 말한 '내적 자유'는 시장이라는 진공 상태에서 타인을 난도질하며 누리는 방종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회의 실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밈(meme)과 조롱이 누군가에게는 실재하는 피눈물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모두 촘촘한 사회적 그물망 속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내면의 각성이다. 이 내적 조망을 획득할 때, 인간은 익명성 뒤에 숨어 약자를 혐오하는 가짜 자유를 버리고 공동체에 '책임지는 자유'를 기꺼이 짊어지게 된다.


결국 작금의 혐오 사태를 극복하는 궁극적인 길은 단순한 행정적 징계나 면피성 사과를 넘어선다. 그것은 시장의 폭력적인 논리를 우리 삶에서 걷어내고, 경제를 다시 인간의 윤리와 공동체적 관계 안으로 복속시키는 '사회 속 경제'의 실현에 있다.

누구에게도 역사를 모욕하고 타인의 고통을 조롱할 자유는 없다. 타인을 짓밟고 홀로 누리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파괴적인 폭력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고립된 개인들을 튼튼한 연대의 망으로 다시 묶어내야 한다. 책임이 거세된 시장의 얄팍한 자유를 넘어, 나와 이웃이 연결되어 서로의 존엄을 지켜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사회적 자유(Social Freedom)'를 복원하는 것. 그것이 무책임한 정치권의 혐오 옹호에 맞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독립연구자입니다.
#칼폴라니 #내적자유 #사회적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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