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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전북에선 좀 더 특별한 산업적 실험 해볼 필요 있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등록 2026.07.06 16:28수정 2026.07.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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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이영광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9일 청와대에서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서남권 반도체 팹과 충청권 첨단 패키징 거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가 큰 지금,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정책으로 지역 소멸을 막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1일 서울 용산역에서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마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부가 이번 호남 반도체 산단 발표를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이라 합니다. 이것이 '구조적 해결책'일까요, 아니면 일시적인 '분산 정책'에 가까울까요?

"기본적으로 구조적 해결의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직은 '가능성' 단계일 뿐이고요. 핵심은 반도체 공장 몇 개를 전남광주특별시에 짓느냐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호남이 수도권에 맞설 수 있는 독자적인 첨단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입니다."

- 왜 그게 중요한가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면, 단순히 기업이 많아서 경쟁력이 생긴 게 아닙니다. 기업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교육·교통망까지 함께 얽혀 돌아가는, 이른바 '지식경제의 힘'이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광주특별시에 반도체 팹을 만든다면, 협력업체뿐 아니라 대학, 연구기관, 직업교육, 철도, 의료, 문화 같은 여러 기능이 함께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수도권 집중에 맞설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주 여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주 여건이라고 하면 주거, 의료, 문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겠죠. 그런데 이런 요소들은 따로따로 존재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 엉켜 있어야 비로소 지역이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힘을 갖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생태계' 자체입니다. 지금은 사실 이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기업 투자만 발표된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라고 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이외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게 더해지지 않으면, 이번 정책도 가능성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 참여정부 때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혁신도시 만들었는데 정주 여건이 안 좋으니, 가족은 서울에 있고 노동자만 내려갔잖아요. 이번에도 비슷할 수 있나요?


"맞습니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는 기본적으로 신도시 개발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주거 기능은 상당히 갖췄지만, 정작 기업은 잘 오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지 못했고, 그것이 지역 발전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기업 투자가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기업만 온다고 해서 지역이 곧바로 활성화될 수 있느냐면, 저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에서 일할 사람들을 위한 정주 환경, 이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광역 교통망, 의료 시스템, 대학과 교육 기능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지역은 결국 이런 생태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시도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러 기능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결국 기업 유치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서 4년 동안 20조 원 받잖아요. 그거로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나요?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통합을 통해 산업, 교통, 주거, 교육, 의료 계획을 하나의 광역 단위에서 세울 수 있게 되는데, 반도체 생태계는 한 도시 안에서만 완성되기 어려운 만큼 20조 원은 개별 시설이 아니라 광주·전남 전체를 묶는 데 쓰여야 합니다. 개별 지자체가 따로 추진하는 것보다 통합된 광역 단위의 계획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이 재원의 구체적 사용처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이 실제로 내려와 투자하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히 머물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저는 이 재원이 바로 그런 정주 여건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쓰여야 한다고 봅니다."

- 기업이 지방으로 안 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인재가 없다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맞습니다. 특히 첨단산업일수록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 큽니다. 결국 이는 정주 환경 문제와 직결됩니다. 인재들은 아이 키우기 좋고, 문화생활이 편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밀도 있는 공간을 원하는데, 지역은 이 점에서 수도권보다 불리했습니다. 그래서 정주 여건 개선은 근로자들이 실제로 가족을 이루고, 교육받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히 호남 특혜라고 보긴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연합뉴스

- 야당들은 호남 반도체 산단이 호남 특혜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기존 IT 기반 첨단산업은 인재가 핵심 생산요소였지만, 반도체는 다릅니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힐 용수, 안정적인 전력·송전망 등 입지 요건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광주·전남이 이런 여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기에 이번 발표가 나온 것으로 봐요. 물론 '다른 지역에도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 있는데 왜 광주·전남이냐'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고, 호남만 떼어놓고 보면 특혜 논란이 생길 여지도 있어요. 다만 전체 흐름을 보면 정부는 서남권은 반도체 생산, 충청권은 HBM·패키징, 영남권은 차세대 반도체·소부장·우주항공 등으로 권역별 역할을 나누려는 것으로 보여서 단순히 호남 특혜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박정희 정부 때 많은 기업을 경상도로 보냈잖아요. 그때는 근거가 있었나요?

"그때도 나름의 산업입지 논리는 있었습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같은 중화학공업은 원료를 대량으로 들여오고 제품을 수출해야 해서 항만 조건이 중요했고, 대규모 부지·용수·전력·수송망도 필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항, 울산, 창원, 거제 같은 남동 임해 지역은 당시 중화학공업을 키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죠. 단순히 아무 근거 없이 기업을 영남으로 보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영남권이 국가 산업화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고, 호남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 이번에 충청도와 경상에 대한 계획도 발표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충청권은 HBM과 패키징 쪽으로 발표됐고, 영남권도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한화, 현대차, 삼성, SK, 두산, LG 등이 참여해 300조 원이 넘는 투자계획이 나왔고, 차세대 반도체, 소부장,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우주항공까지 포함됐죠. 저는 이걸 지역별로 같은 산업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AI를 빼고 산업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인 만큼,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만들되 그 산업들이 서로 연결되는 전국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광주·전남은 반도체 생산, 충청권은 HBM·패키징, 영남권은 차세대 반도체·소부장·피지컬 AI·우주항공으로 역할을 나누는 그림이죠. 결국 지역별 분업화와 전 국토 차원의 연계 구조를 함께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 일각에서는 한 곳에 모아야 효율적이지 않느냐라고도 하는데.

"그런 의견도 많죠. 하지만 앞으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이걸 수도권만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반도체는 용수와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평택이나 용인만 봐도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있거든요. 오히려 이번이 기회라고 봅니다. 성장할 산업을 지역별로 특화해 나누어 배치하면서 균형발전까지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거죠. 한곳에 모으는 효율성만 볼 게 아니라,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수도권의 한계,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끝내겠다고 했잖아요. 가능할까요? 원래 9년 걸리는 것 같던데.

"이런 큰 계획이 발표되면 '또 얘기만 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죠. 제 생각에는 임기 내에 이걸 다 끝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마 빨리하겠다는 의지 표현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기업 투자만 속도를 낸다고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진 않습니다. 정주 환경, 교통 인프라까지 함께 봐야 하는 패키지식 접근이 필요해요. 일할 사람이 머물러야 기업도 올 수 있는 만큼, 정주 환경 없이는 기업이 투자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요소를 함께 고려한 공간계획과 산업계획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게 MOU란 주장도 있던데 맞나요?

"형식상으로는 맞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입지나 투자 시점이 확정된 게 아니니까요. 다만 단순한 선언적 MOU 수준으로 보기에는 무게감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투자 방향을 밝혔으며 액수도 어마어마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MOU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려면 정부가 전력, 용수, 부지, 교통, 정주 여건 같은 기반을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가 관건이고, 기업도 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아야 합니다."

"신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는건 절호의 기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남권 해상풍력, 산업단지 후보지를 항공시찰했다. 2026.6.3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남권 해상풍력, 산업단지 후보지를 항공시찰했다. 2026.6.30 청와대 제공

- 그럼, 앞으로 균형발전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 AI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은 이전 산업혁명보다 훨씬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산업이 이렇게 크게 바뀔 때는 좋은 일자리의 종류도 함께 바뀌는데,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라 이걸 다 끌어안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이 신산업을 자기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건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생각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모든 지역이 저마다 특화된 산업 자원을 가지고 있고, 그걸 AI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요. 지역이 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저는 굉장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지금 광주전남만 통합되고 대구·경북이나 부울경은 아직 안 됐잖아요. 통합이 필요할까요?

"그렇다고 봅니다. 교통·통신 발달로 시간 거리가 축소되면서 공간이 점점 압축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광역이나 초광역 단위로 여겨졌던 계획이 이제는 도시계획처럼 되어버리는 거죠. 산업 생태계도 그만큼 광역적, 초광역적으로 변화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경북, 부·울·경, 충청권도 결국 통합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공간도, 산업도 격변하고 있고, 그만큼 산업 계획도 초광역적으로 세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게 5극 3특이잖아요. 5극은 효과 있을 수 있지만 3특은 소외될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하던데.

"저는 5극 3특이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하는 도시국가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 자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할 때까지 한 30~4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5극 3특은 그 중간 과정에 있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나라를 하나의 도시처럼 생각하고 계획해야 합니다. 도시를 계획할 때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게 도시 마스터플랜, 즉 기본계획이잖아요. 거기서 중심지 체계를 잡고 생활권을 구획한 뒤 그 위에서 도시계획을 하는데, 국가 공간계획도 앞으로 점점 그렇게 갈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3특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간계획을 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저는 전북과 강원도가 중간에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서 자치도의 기능을 비교적 강하게 가지고 있는 반면, 강원도와 전북은 자치도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실제로 그만큼의 자치권이 주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강원도와 전북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권한 이양과 함께 좀 더 특별한 산업적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마강래 #호남반도체클러스터 #3대메가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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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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