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낭콩 꼬투리를 까서 팩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오랫동안 강낭콩을 먹을 수 있다.
이정미
남편은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밭 가장자리와 감나무 아래 풀을 정리하느라 예초기를 돌렸다. 그 사이 내가 다시 강낭콩 꼬투리 까기 작업을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좀 아프기도 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니 다리도 허리도 저렸다. '엄마는 힘든 일도 말없이 하셨구나' 엄마 생각이 절로 났다. 여름이면 폭신한 강낭콩이 송송 섞인 밥이 식탁 위에 자주 올랐다. 어린 나도 부드럽고 폭신하고 단맛이 살짝 도는 강낭콩밥을 좋아했다.
"꼬투리 벗기기가 생각보다 힘드네."
"그만해. 내가 할게."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남편이 말했다. 남편이라고 꼬투리 벗기기가 쉽기야 하겠냐마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예쁘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초록 꼬투리는 통째로 쪄 먹어도 되니까 누렇게 변한 꼬투리만 벗기면 될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꼬투리를 깐 강낭콩은 반질반질 알록달록 예뻤다. 지퍼백에 잘 담아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쪄서 요거트에 섞어 먹고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할테다.
내 사랑 단호박
2주 전만 해도 단호박 잎이 초록초록 생기가 있었는데 그 사이 줄기와 잎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보물이라도 찾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넝쿨을 헤치며 단호박을 땄다. 모두 따니 16개였다. 일반 단호박 1개, 미니 단호박 1개, 모종 2개를 2000원에 사서 시험 삼아 심어봤는데 무려 16개를 수확하다니. 딸 말대로 "노다지"다. 딸에게 수확한 강낭콩, 단호박, 수박 사진을 보냈더니, "완전 노다지네" 하며 감탄했다.
"아이고, 예뻐라!"
단호박 얼굴을 요리 보고 조리 보았다. 수확 후 7~10일 후숙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 당장 맛을 보고 싶었지만 집에 가져 가서 신문지를 깔고 잘 후숙해서 제대로 맛을 즐길 것이다.

▲ 심기만 했는데 이토록 예쁜 단호박이 열렸다.
이정미
단호박은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단호박의 항산화 성분인 '페놀산'은 껍질에 훨씬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깨끗이 세척해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나의 작은 시누이는 입맛이 까다로운 딸을 위해 특별하면서도 간단한 단호박 요리를 한다고 했다.
먼저 단호박 머릿부분을 동그랗게 자른다. 다음은 단호박 속 씨부분을 발라낸다. 그 속에 계란과 가루 치즈를 채워 넣는다. 잘라낸 머릿부분을 뚜껑으로 하여 닫아 준다. 마지막으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속이 잘 익을 때까지 돌려주면 끝이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영양만점 단호박 요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당근, 강낭콩, 단호박을 수확하고 나니 급한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수박 한덩이를 따서 언니네 농막에 갔다. 잘 익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언니가 칼로 잘라 보니 '노란 수박'이었다.
"어머나, 노란 수박이었네요."
"음, 맛있는데요. 맛있어요."
그러고 보니 수박 모종을 살 때 호기심에 노란 수박을 골랐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우리는 잠시 쉬면서 여름 장마철 풀들의 기세는 아무도 못말린다며, '항복, 포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느루뜰 채소만으로 차린 아침 식사
일요일 아침, 통창으로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일어나 고추도 따고 상추도 따고 앞마당 풀도 뽑으며 급한대로 남은 일을 정리했다. 성당 차봉사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까지 않고 남겨둔 초록색 강낭콩을 꼬투리째 찜기에 쪘다. 강낭콩은 푹 익혀 먹어야 한다. 잘 익은 꼬투리를 하나 꺼내 맛을 보았더니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검정 강낭콩은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높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그 외에도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아 항산화 작용을 하고 철분, 칼륨도 풍부하다. '천연 영양제'라 불릴 만하다.

▲ 느루뜰표 채소로만 차린 아침 식사
이정미
느루뜰표 방울토마토, 당근, 로메인 상추로 만든 샐러드와 찐 감자를 함께 차리니 소박하지만 영양 가득한 아침 밥상이 되었다.
비 안개 피어오르는 산과 호수, 시골 마을 정경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만 수확한 채소들을 가득 싣고 집으로 향했다. 감나무 밭 사이 활짝 핀 해바라기가 우리 부부를 배웅하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 해바라기가 우리 부부를 빤히 쳐다보는 듯 했다. "안녕, 다음주에 만나자!"하고 인사했다.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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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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