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종료 후 수거된 쓰레기 더미 일부.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같은 봉지에 혼합되어 산을 이루고 있지만, 오른쪽 하단 핑크색 다회용기가 수거된 봉투의 양은 상당히 적다.
서울환경연합
전국의 다른 구장은 홈 구단이 구장 운영권을 가지는 것과 다르게, 고척돔은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한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공동 위탁 운영하는 잠실야구장은 2024년 다회용기 도입 이듬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을 약 17톤 저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운영 주체 노력에 따라 플라스틱 감량은 얼마든지 실천될 수 있다. 그런데 고척돔은 어째서 다회용기를 도입하고도 일회용품이 넘쳐나는 걸까? 고척돔 현장에서 발견된 '야구장 쓰레기' 문제는 곧 서울시 다회용기 정책의 미흡함을 드러낸다.
고척돔 15개 매장에 다회용기, 일회용품 사용은 여전
서울환경연합은 2026년 5월 '고척 쓰리런즈'라는 이름으로 모인 시민들과 함께 고척돔 내 일회용품 및 다회용기 사용 현황과 분리배출 실태 현황을 현장 조사했다. 고척돔 구장 내 전체 매장 중 1회용품 사용 매장 비율은 97.6%로, 전국의 여타 구장들의 사용 비율이 100%인 것에 비하면 무려 '가장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착시가 있다. 전체 매장 수 41개 대비 40개 매장이 일회용품을 사용 중인 건 맞지만, 나머지 1개 매장은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운영하지 않아 모니터링할 수 없던 곳이었다. 다시 말해 '다회용기만 사용하는 매장'은 0개인 것이다.
서울시가 보도한 15개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쓸 수 있다'라는 말은 이 매장들이 '다회용기만 쓴다'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 결과 한 매장에서 납작만두는 다회용기에 제공하고, 떡볶이는 일회용품에 제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회용기가 일부 메뉴에만 적용되는 운영 방식이었다. 40개 매장 중 다회용기 그릇을 보유하고 있던 7개 매장도 메뉴에 따라 용기를 구분해서 제공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요기요' 앱을 이용한 온라인 주문 시에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 하나의 매장 안에서도 특정 메뉴를 제외한 나머지 메뉴는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과 컵에 담겨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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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10개 구장이 다회용 컵에 500ml 생맥주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1L짜리 큰 생맥주는 어김없이 페트병에 담겨 제공됐다. 관중들은 1L 맥주를 사 들고 다회용 컵에 맥주를 따라 나눠마셔야 했다.
다회용 컵을 일회용 플라스틱 뚜껑으로 닫거나, 종이 캐리어에 다회용컵을 들고 가야 하기도 했다. 결국 고척돔은 다회용기를 도입하고도 일회용품을 함께 사용하는 '반쪽짜리 전환'에 머물러 있었다.

▲ 다회용 맥주컵이 종이 캐리어에 담겨 제공되거나 일회용 컵과 혼용되어 쓰인다. 1L 대량 맥주는 규격에 맞는 다회용기가 없기 때문에 오직 페트병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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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사용 이후 배출하는 과정까지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관중들은 경기장 통로 입구에서 먼저 일회용 플라스틱과 종이 캐리어를 버려야 한다. 이후 통로를 나와 복도 중간에 있는 다회용기 회수함에 용기를 배출한다.
다회용기에 아직 음식물이 담겨있다면 복도 끝에 있는 음식물 전용 쓰레기통에 배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다회용기가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음식물과 함께 뒤섞여 버려지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복잡한 통로에서 배출 과정은 혼잡하고, 이미 버려진 다회용기를 쓰레기통에서 빼내 오는 일은 다회용기 관리를 맡고 있는 지역자활센터 노동자들의 몫이다.

▲ 고척돔의 다회용기 현장 수거는 서울시 광역 자활센터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활센터 노동자는 다회용기 회수함뿐만 아니라 일반 쓰레기통까지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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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다회용기 배출뿐만 아니라, 고척돔 내에서 재활용품의 분리배출 자체가 일상에서 요구받는 생활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장 통로 입구에는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 단 두 가지 종류의 쓰레기통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 표기조차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관중들은 쓰레기통에 이미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어디에 무엇을 버릴지 결정했다. 문제는 이미 버려진 쓰레기통 내부에는 음식물, 캔, 비닐, 플라스틱, 일반 쓰레기 할 것 없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었다. 그 뒤에 버리는 관중들은 굳이 분리해서 버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쓰레기 혼합 배출을 이어 나간다.

▲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이 구분되어 있지만 사실상 알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한꺼번에 혼합 배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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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이 엉망인 실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 다회용기를 다른 쓰레기와 혼합하여 버리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 그밖에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게끔 만드는 것. 하지만 모니터링에 직접 나선 시민들은 뜻밖에 손쉬운 해답을 내놓았다.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다 전환하면, 그냥 한 군데에 반납만 하면 끝나는 거잖아요?"
다회용기 확대의 핵심은 일회용품 퇴출
지금껏 서울시에는 지역 축제나 공공기관 행사 등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이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뚜렷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고척돔의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은 여전하다. 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독부터 막아야 한다. 독을 막는 방법, 바로 야구장에서 일회용품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일회용품은 야구장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품목이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퇴출당할 수 있는 품목이다. 고척돔의 플라스틱 배출량은 일반 쓰레기의 약 두 배에 달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일반 쓰레기는 매년 30톤 안팎, 플라스틱은 55~61톤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시는 고척돔에 다회용기 도입을 발표하며 28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감축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즉, 다회용기 정책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5개 매장에 4종류의 다회용기를 도입했다는 2025년 발표에 비해, 올해는 12개 매장에서 특정 종류의 다회용기만 사용 중인 것으로 쓰리런즈 모니터링단은 확인했다. '일회용기 OUT, 다회용기 SAFE'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다회용기가 갈수록 'out' 되고 있다.
여전히 일회용품이 기본 옵션인 상황에서, 일회용품을 거부하고 다회용기를 요구하는 번거로운 일을 누가 나서서 할까?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 해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 고척돔의 실정이다.

▲ 2025년 7월 31일 자로 서울시 '자원 소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웹자보 일부. '일회용기 OUT, 다회용기 SAFE!'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서울특별시 기후환경본부 기후환경정책과
결국 '다회용기 이용 확대' 방침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라는 전제가 되어야만 제대로 이행될 수 있다. 즉, 야구장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다회용기를 얼마나 보급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퇴출했느냐에 있다.
단순히 용기 보급률을 확대하는 접근만으로는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용기 옵션을 덧붙이는 수준에 불과하며, 혼합 배출과 같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다회용기 정책의 성과도 '몇 개의 다회용기를 보급했는가'가 아니라, '다회용기를 몇 번 반복 사용했으며 이로써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대체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고척스카이돔은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이다. MLB 서울 시리즈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등 국제 경기가 열리는 한국 야구의 상징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곳은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경기장이 아니라 친환경 야구 문화에 있어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야구장이 되어야 한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에서 시작된 다회용기 정책이 '최초의 일회용품 퇴출 야구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이, 이제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자원순환의 '히어로'가 되어야 할 차례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지구도 사랑하는 야구팬 모임 '크보플(KBOFANS4PLANET)'의 한마디
매년 고척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회용기 사용 환경이 크게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스템은 사실상 팬 개인의 책임과 선의에 기대고 있다. 나 역시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 메뉴를 고르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퇴장 인파에 휩쓸리면서도 일일이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괜히 눈치도 보인다.
결국 필요한 것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의 변화'다. 구조와 문화가 함께 변화할 때, 불편과 불만은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과 실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환대로 바뀔 수 있다.
돔 구장의 시대를 연 히어로즈와 서울시가 폐기물 정책에서도 한발 앞서, 팬들이 더 책임 있게 즐기고 더 자랑스럽게 응원할 수 있는 야구 문화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히어로즈가 더 많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만큼, 지속가능성에서도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키움 히어로즈 팬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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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다회용기 도입' 1년, 여전히 '일회용품 천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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