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 50% 환급으로 다시 찾은 경남 하동·구례

등록 2026.07.06 11:57수정 2026.07.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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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되던 지난 5일 토요일, 다시 경남 하동으로 향했다. 얼마 전 다녀온 '반값여행'으로 여행 경비의 50%를 제로페이로 환급받았고, 환급금은 해당 여행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값여행은 끝난 줄 알았지만,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 됐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다시 화개장터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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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남원 방면 국도를 따라 달리는 내내 하늘은 금세라도 비를 쏟아낼 듯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동 화개장터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먹구름은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하늘과 초록빛 산세는 한국이라기보다 해외 어느 작은 휴양지를 연상시켰다. 오히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아무 대가 없이 누려도 되는 것인지 미안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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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맑게 갠 하늘, 하동이 건넨 초록빛 위로 ⓒ 최호림

지난번보다 젊은 관광객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인상적이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말투를 들어보니 경상도 사투리보다 표준어가 더 많이 들렸다. 나처럼 반값여행 환급 혜택으로 다시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했다.

하동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제비였다. 사람을 크게 두려워 하지 않는 제비들은 처마 밑을 분주히 오가며 재잘거렸고, 곳곳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거주하는 전주에 덕진공원에서도 제비 떼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 제비들은 사람들과 훨씬 가까운 일상을 함께하는 듯했다.

어린 시절 시골집 처마 밑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예부터 제비는 복을 물어다주는 길조(吉鳥)로 여겨져 왔고, 흥부전에서는 은혜를 갚으며 복을 안겨 준 상징적인 새이기도 하다. 한때 자취를 감춘 줄만 알았던 제비가 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 하늘을 누비는 모습을 보니, 하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과 함께 이곳에도 다시 복이 깃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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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골집의 향수, 하동 화개장터 처마 밑에서 만난 제비 가족 ⓒ 최호림

점심은 하동의 명물인 재첩 봉골레 파스타를 선택했다. "하동까지 와서 무슨 양식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가던 길에 만난 시골의 작은 간이 시외버스터미널 건물 2층 한편에 자리한 큼지막한 '경양식' 간판은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을 비껴 선 듯한 그 식당 앞에는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했다.


작지만 세련된 공간에 들어가 직접 맛본 재첩 봉골레(vongole) 파스타는 기대 이상이었다. 문득 드라마 <파스타>에서 "쉡! 봉골레 하나!"를 배우 이선균에게 외치던 활기찬 주방 풍경이 떠오를 만큼 음식이 주는 분위기와 맛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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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은 재첩만으로도 깊고 시원한 풍미를 파스타에 충분히 살려냈다. ⓒ 최호림

일반적으로 봉골레 파스타는 바지락을 사용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재첩만으로도 깊고 시원한 풍미를 훌륭하게 살려냈다. 지역 특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동만의 매력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제로페이 가능해요?"

내 수줍은 물음에 사장님은 "당연하죠!"라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그 순간 문득 반값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여행을 떠나는 첫 순간이 아니라, 환급을 통해 같은 여행지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맑은 공기 속에서 반나절을 보낸 뒤 오전에 남원을 지나며 이정표에서 보았던 수락폭포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수락폭포는 하동과 맞닿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있어 이동하는 길목에서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었다.

요즘은 이름만 폭포일 뿐 물줄기가 약하거나 아예 물이 마른 곳도 적지 않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찾았는데 아직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니라서인지 공중화장실은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내부가 어두웠고, 커다란 파리들이 날아다녀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폭포로 향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비가 내린 뒤라 탐방로와 안전 난간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미끄러웠다. 함께 간 아내는 연신 "조심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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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잔뜩 끼어 다소 미끄러웠던 수락폭포 진입로 ⓒ 최호림

하지만 폭포 앞에 서는 순간 그런 불편은 모두 잊혔다. 거대한 암벽을 타고 15m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렁찬 물소리와 시원한 물보라가 온몸을 감싸며 한여름 더위를 단숨에 씻어냈다.

문득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오른쪽 얼굴과 팔의 신경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폭포를 바라보며 '저 거대한 물줄기가 내 막힌 혈관까지 시원하게 뚫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거대한 암반을 타고 떨어지는 수락폭포는 오래전부터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시원한 계곡과 웅장한 폭포는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재는 폭포 가까이까지 접근하는 데 큰 제약이 없어 물보라를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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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를 씻어내는 자연의 위로, 구례 수락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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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를 씻어내는 자연의 위로, 구례 수락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 최호림

반값여행 덕분에 다시 찾은 하동과 구례는 단순히 여행비를 아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람과 자연, 지역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풍경 속에서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때로는 작은 여행 하나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소중한 하루였다.

이제 곧 시작될 여름 휴가철이면 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수많은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그들이 하동과 구례에서 나처럼 자연이 건네는 작은 위로와 쉼을 마음 가득 안고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하동여행 #구례여행 #화개장터 #수락폭포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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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뇌경색이 찾아왔습니다. 재활병원 병상에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며 세상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투병 3년, 100편이 넘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며 오늘도 사람과 삶, 희망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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