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250주년, '위대한 미국'에 소외된 선주민의 역사

[리뷰] '선주민이 쓴 미국사', 네드 블랙호크, 책과함께, 2026.

등록 2026.07.06 13:05수정 2026.07.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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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주민이 쓴 미국사>
<선주민이 쓴 미국사> 책과함께

올해 독립 25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는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의 재건을 표어로 내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오히려 극심한 분열의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악천후로 인해 한때 취소되었다가,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밤늦게 다시 진행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 곳곳에서는 전쟁 반대와 정부 당국의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을 규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도 열렸다고 한다. 같은 날에 복면을 쓰고 행진을 하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내무부 장관이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는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인식되었던 미국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면서, 최근에는 지지하는 정당이나 이념의 차이에 따른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역사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동부에 정착한 이후, 대륙의 서부로 진출하면서 '개척'한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하여 새로운 대륙에 정착한 주민들은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독립'을 쟁취했고, 이른바 '남북전쟁'으로 일컫는 미국의 내전은 북부 연합의 승리로 마무리되어 전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황무지였던 대륙의 서부를 개척하면서 점차 영토를 확장하였으며, 점차 연방에 속한 주들의 수를 늘려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미국사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사의 주역은 백인(White)과 영국계 유럽인(Anglo Saxon)으로서 개신교(Protestant)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 이주민들(이른바 WASP라는 약자로 칭해지는)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독립(1776)을 이룬 후 지금까지 미국의 역사는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양성을 용인하는 사회로 정착되었다고 여겨졌다. 그러한 역사의 전개에 백인과 유색인종 사이의 갈등과 차별이 꾸준히 문제시되고 있다.

유럽 이주민들의 관점에서 '새로운' 대륙으로 일컬어졌지만, 엄연히 대륙의 곳곳에는 자신들의 영토를 기반으로 정착하여 살고 있던 선주민(先住民)들이 이미 존재했다. 유럽에서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로서는 그들을 선주민이 아닌 '야만인'으로 일컬으면서, 그들을 동반자가 아닌 배제와 축출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따라서 원래 대륙의 주인이었던 선주민들은 미국의 역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고, 유럽에서 이주한 이들의 대륙 '개척'에 대한 역사만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겠다.

'만남과 충돌, 교류와 공존의 500년사'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 <선주민이 쓴 미국사>에서는, 이주민이 아닌 대륙의 원래 주인이었던 선주민들의 관점에서 미국사를 새롭게 기술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곳곳에 터를 잡고 있던 선주민들이 새롭게 대륙으로 건너온 이주민들과의 '만남과 충돌'을 통해 어떻게 견뎌왔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지하듯이 유럽에서 절대주의 시대가 전개되면서, 세계 곳곳으로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당연시던 추세로 여겨졌다. 당시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자신들은 이미 발달된 '문명'을 이루었고, 전 세계에 걸쳐 있던 식민지는 정복의 대상이면서 발달된 문화를 이식하여 '야만'과 '미개'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새로운 대륙의 선주민들 역시 '개척'을 가로막는 존재로 여겨졌고, 따라서 정복을 통한 선주민들의 학살과 축출이 당연시되었다고 하겠다.

저자는 선주민들이 남긴 다양한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참고하여, 극심한 폭력을 수반한 강제 이주가 전개되었으나 끝내 주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았던 선주민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15세기로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세력의 침탈에 대항했던 역사와 함께, 이주민들에 의한 미국의 '독립'과 '개척'의 소용돌이에서 선주민들이 겪었던 차별과 분열에 맞서 자결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독립 이후 미국의 주류는 '유럽계의 백인 남성(WASP)'으로 인정되었고, 선주민들과 이주민으로서 유색인들은 개척이나 동화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주류 집단에 의해 형성된 "백인 우월주의라는 척도로 보면 선주민은 인류의 최하위 집단에 속"한 것으로 취급되었으며, 추수감사절이나 유럽인으로서 미국 대륙에 처음 발을 들였던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을 제정하는 등의 조처는 그러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더욱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미국의 역사는 백인과 흑인으로 대표되는 흑백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저자는 그동안 역사 서술에서 소외되었던 선주민들을 호출하여 미국사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가 선주민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역사를 덕극적으로 포함시키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관점이 아닌 온전한 미국사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사회의 지배 세력과 지배 문화가 적으로 지목하고 없애려 했던 집단이 살아남아, 자신들의 역사 역시 미국사의 일부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경시하는 미국사는 제대로 된 이야기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옮긴이의 말'에서)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위대한 미국'의 실체가 유럽계의 백인을 중심으로 전개된 역사만이 아닌, 선주민과 독립 이후 이주한 유색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들의 공존과 화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선주민이 쓴 미국사 - 만남과 충돌, 교류와 공존의 500년사

네드 블랙호크 (지은이), 최재인 (옮긴이),
책과함께, 2026


#선주민과이주민 #미국의역사 #위대한미국 #만남과충돌의역사 #미국의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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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기자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도서 리뷰는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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