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은 원청의 책임, 원청은 교섭에 나서라

① 노동안전보건 의제로 본 원청 교섭의 현황과 과제

등록 2026.07.06 11:38수정 2026.07.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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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6.9.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용자의 교섭불응을 규탄하며 개정 노조법을 방해하는 시행령과 해석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 2026.6.9.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용자의 교섭불응을 규탄하며 개정 노조법을 방해하는 시행령과 해석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2021년 1월, 현대자동차 측의 순회 점검을 이유로 예정에 없던 청소 작업을 지시받은 하청 노동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원청의 순회 점검을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발생 장소가 현대자동차에 의하여 무인 공정으로 분류됨에 따라 안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고, 현대자동차와 안전보건책임자 등을 처벌했다. 사고 직후 현대자동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원청 노조와 합동으로 사고 조사를 시행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인력배치·안전 점검 대상 누락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현장의 위험요인과 개선 관련 필요한 사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청 노조는 모든 과정에서 배제되었다. 해당 하청업체는 하청 노조가 조직되어 있었지만, 하청 노조는 현대자동차와 원청 노조가 실시하는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는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 노조와의 모든 대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7개월 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또다시 끼임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비극은 오래 반복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헌법은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행동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행위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도 쉽지 않지만, 천신만고 끝에 하청 사용자와 마주 앉아 단체교섭을 하게 되더라도 '하청이 무슨 힘이 있느냐?', '원청 허락 없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단 걸 노조도 잘 알지 않느냐?'는 식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하청 사용자와의 형식적인 단체교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청과의 대화를 요구하면 '사용자가 아니'라며 거부하고, 하청 노동자에게 '불법' 딱지를 붙여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왔다. 체념하고 포기하거나, 불법 행위를 해야 했다. 한화오션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0.3평 철창에 몸을 밀어 넣어야 했던 것도, CU 배송 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물류 이동을 막았던 이유도 모든 문제의 해결 권한을 가진 '진짜 사장'이 뒤로 숨었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다단계 하도급 업종인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사고 사망 노동자의 79.3%(조선업), 62.5%(건설업)가 하청 노동자였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고위험 업무가 집중되는 문제부터, 안전을 위한 투자는 하청업체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치하는 것까지, 하청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개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 누구보다 작업환경과 공간, 유해위험요인을 잘 아는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는 그렇게 배제된다.


노란봉투법 이전부터도 노동안전보건은 원청의 책임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여 원·하청, 위·수탁 관계 등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로써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응낙 의무 등 노조법상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물론 노조법 개정 이전에도,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하청 노사 간의 단체교섭만으로는 실질적 노동조건 개선이 불가능하다는현실에 주목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해석해 왔다. 법원은 CJ대한통운 사건(급지수수료 인상·주5일제 실시·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등), 한화오션 사건(성과급·학자금 지급 및 노동안전), 현대제철 사건(노동안전) 및 백화점·면세점 사건(입점업체 판매 노동자의 공동 휴식권 보장,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 근무환경 개선 등)에서 각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1)

법원 판결을 통해 업종을 불문하고, 적어도 노동안전보건에 있어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공통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을 소유·관리하고 있어 노동안전을 좌우하고, 하청업체는 단지 원청이 제공한 공간에 인력을 공급하거나 특정 업무를 수행할 뿐 작업환경이나 시설을 교체·개선할 권한이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2년마다 교체되는 하청업체가 원청의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한다거나, 대여받은 시설·설비를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한 개선은 오직 물적 토대를 장악하고 있는 원청 사용자만이 가능하다.

특히 원·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할 때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보건은 원·하청 간 불가분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장 전체의 안전망을 통제·결정하는 원청이 하청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꾀하는 것이 효율적·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원청 교섭의 필요성과 타당성은 더욱 높다.

이처럼 명문의 규정이 없던 시기에도 이미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일관되게 인정되어 온 만큼, 명문의 규정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장한 이상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은 더욱 넓게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극도로 협소한 원청 사용자성 기준을 제시했다고 비판받는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조차 원청회사가 공정·안전 절차·보호장비 등 전반적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지배하거나, 하청업체가 단독으로 위험요인 제거·안전설비 설치 등의 권한이 제한적일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실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안전보건 영역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은 90% 이상 인정되고 있다.

한편, 재계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도급인(원청)의 법령상 의무 이행을 원청 사용자성 인정 징표로 삼아 법률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자체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 사용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즉, 원청이 안전보건 관련 요인을 지배·통제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법령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 문언 자체도 '지배·결정한 자'가 아니라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 측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법원도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의 현황과 과제

개정 노조법 시행일 첫날 221개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407개 하청 노조 소속 8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정도로 원청 교섭에 대한 열망은 뜨거웠다. 그러나 현실은 매섭도록 차갑다.

단체교섭을 요구받은 사용자는 즉시 노조법에 따라 교섭 요구 사실 공고 등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원청 교섭이 실제 진행되는 곳은 10여 곳으로 알려졌다.

원청 스스로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가 철회하거나, 이후 절차에서부턴 태도가 돌변하여 사용자성을 부인하는 사례, 상견례까지 마치고도 교섭 의제마다 사용자성을 부인하여 교섭이 중단된 사례,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안전보건은 사용자성 인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교섭 절차 진행은 거부하는 사례 등 천태만상이 따로 없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후에도 '확정된 판단이 아니'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사용자성을 부인한 뒤 길고 긴 법정 싸움을 유도하는 것이 사용자 측의 '전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국가의 방관은 이러한 전략에 기름을 붓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법리 다툼의 결과물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하청 노동자들의 절규와 투쟁의 결과물이자, 이대로는 이 사회의 안정적인 유지를 자신할 수 없다는 지배계급 위기감의 산물이었다. 그렇다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문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확정판결까지 하청 노조와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사용자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를 방관하는 정부에게, 이 같은 꼼수로 노란봉투법을 무력화해서는 체제와 생산을 도저히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노란봉투법 투쟁은 노조법 개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1) 최근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을 하였다. 다만, 이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라 하더라도 명문의 법 규정 없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개정법이 시행 중인 현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박준성님은 금속노조법률원 노무사입니다.
#노란봉투법 #하청노동자 #노동안전 #원청교섭 #노동자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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