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엔비디아도 제쳤다는데 삼성 주가는 왜 이러나요

[주식하다 만난 라캉] 주식의 시차... '의미'는 그 일이 벌어진 순간에 정해지지 않는다

등록 2026.07.10 12:05수정 2026.07.10 14:40
0
원고료로 응원
이 글은 거시경제 분석도, 종목 추천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 주식시장에서 마주치는 욕망, 불안, 확신, 후회 같은 감정을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시선으로 읽어보려는 기록이다.[기자말]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처음 샀을 때, 나는 그게 고가인지 몰랐다. 망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켜는 컴퓨터가 이 회사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고, 그동안 몇 번의 위기를 지나며 살아남았다. 충분한 이유 같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미래를 산다고 하면서, 어제까지의 이 회사를 근거로 댔다는 것을.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고


 미래를 보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미래를 보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margabagus on Unsplash

차트는 내 매수 직후부터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일시적인 조정이겠지 했다. 그다음엔 곧 반등하겠지 했다. 그렇게 멍 하니 보는 사이 20%가 넘게 빠져 있었다.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했다. 매일 아침 앱을 열고, 파란 숫자를 확인하고, 닫았다. 그게 전부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투자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돈을 던진 거였다는 걸.

그 당시 AI에게 물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기술주보다 회복이 더딘 거냐고. 구글이나 메타는 AI 투자가 광고 수익으로 바로 연결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계약 구조라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낙관론은 2027~2028년의 수익을 보고, 비관론은 당장의 현금흐름 감소를 본다고 했다. 물론 그것도 어떤 AI의 분석일 뿐이었다. 같은 주식인데, 어느 시간대를 보느냐에 따라 매수와 매도가 갈렸다.

나는 2027년을 보고 산 게 아니었다. 그냥 '좋은 회사'라는 지금 이 순간의 느낌으로 던진 거였다. 그러면서 막상 숫자가 빠지자 스스로에게 물었다. 2027년을 기다릴 깜냥이 있느냐고. 없었다. 나는 미래를 보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절반을 팔았다. 그리고 남은 절반도 팔았다. 손해를 보더라도 이 숫자에 묶여 다른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그게 합리적 판단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다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미래가 아닌 오늘의 파란 숫자를 보고 있었다.

다음엔 나스닥 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사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하나가 흔들려도 지수는 버티니까. 다만 너무 올라 있었다. 고점(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오른 뒤(신고가·급등 구간) 추격 매수하는 상황)에 또 물리면 안 되니까, 적정 매수가를 정해뒀다. 그 가격은 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자 내가 정한 기준가는 이미 저 아래에 있었다. 시장은 내 기다림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러다 영영 못 사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근데 또 지금 사면 고점에 물리는 거 아닐까.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과거의 매수가와 미래의 고점 공포 사이에서, 현재의 내가 인수분해됐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A과장은 게임회사 주식을 결혼 10주년 유럽여행 자금으로 샀다. 잠깐 굴려보려고. 산 지 일주일 만에 하한가가 시작됐다. 유럽여행은 미뤄졌고, 몇 년이 지났고, 지금 수익률은 마이너스 17%다. 그래도 버틴다고 했다. 40% 마이너스까지 버텼는데 이게 어디냐고.


이 말이 오래 남았다. 그의 마이너스 17%를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건 매수가가 아니었다. 마이너스 40%였던 어느 날이었다. 닻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는 살아온 만큼의 닻을 바닥에 깔아두고, 그중 지금의 나를 가장 덜 아프게 하는 닻을 골라 잡는다.

과거의 가격이 현재의 판단을 지배한다. 소위 앵커링 바이어스. 이 때문에 우리는 "물린다"는 표현을 쓴다. 누가 누구에게 물리는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물고 있는 거다. 나는 미래에 물렸고, A과장은 과거에 물렸다.

주식 시장에는 '껄무새'가 있다. 살 껄, 팔 껄, 더 기다릴 껄. 지나간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이다. 까봐새도 있다. 떨어질까 봐 팔고, 오를까 봐 사고, 놓칠까 봐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껄무새'는 지나간 과거의 가격을 지금 이 순간 후회하고, '까봐새'는 오지 않은 미래의 위험을 지금 이 순간 두려워 한다. 둘 다 현재에 있으면서 현재를 살지 못한다.

달라지는 건 숫자를 보는 오늘의 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코스피가 5% 가까이 급락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95.02포인트(4.91%) 내린 7,656.31,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5.84포인트(1.87%) 내린 831.23으로 마감했다. 2026.7.7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코스피가 5% 가까이 급락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95.02포인트(4.91%) 내린 7,656.31,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5.84포인트(1.87%) 내린 831.23으로 마감했다. 2026.7.7 연합뉴스

이번 주 뉴스창엔 삼성전자 이야기가 가득했다.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 작년 같은 기간(4조6800억 원)의 열아홉 배다.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이번 한 분기가 더 많았다.

[관련 기사 : 삼성전자, 영업이익 89조 달성... 엔비디아도 제쳤다]

회사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표였다. 그런데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크게 빠졌다. 이유를 찾아보니 '차익 실현 매도'라고 적혀 있었다. 발표되기도 전에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거다. 다만 증권가가 예상한 영업이익은 85조~86조 원대였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잘 나왔다.

예상을 웃돈 실적에도 주가가 빠졌다면, 시장이 미리 반영했다는 그 미래는 대체 어느 지점의 미래였을까. 열아홉 배는 어제까지의 이야기였다. 오늘 이 숫자를 보고 파는 사람과, 오늘 이 숫자를 보고도 그냥 두는 사람은 각자 어느 날짜를 보고 있는 걸까.

라캉의 정신분석학에는 '사후성(après-coup, 프로이트가 발견하고 라캉이 정식화한 정신분석 개념)'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일의 의미는 그 일이 벌어진 순간에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 한참 뒤에야, 다른 일이 도착하고 나서야 결정된다는 것.

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샀을 때, 그건 좋은 회사를 산 거였다. 20%가 빠지고 나서야 고점 매수가 됐다. 살 때는 고점인지 몰랐다. 나중에 고점이 된 것이다. A과장도 그렇다. 마이너스 40%를 겪고 나자 마이너스 17%가 견딜 만해졌다. 매수가는 그대로인데, 견디는 이유가 생겼다.

숫자는 변한 게 없다. 달라지는 건 그 숫자를 보는 오늘의 나다. 내가 절반을 팔고 나머지 절반을 팔았던 그 판단이 옳았는지, 지금도 나는 모른다. 국경을 넘은 것도 아닌데, 앱을 켜는 것만으로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다 멀미가 난다. 몸은 지금 여기 있는데, 나는 자꾸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주식 #주가 #재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직장인, 워킹맘, 시민기자, 작가. 일상을 글로 풀어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2. 2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3. 3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4. 4 입맛 돋는 여름 반찬, '주연' 갈치보다 많이 넣는 것 입맛 돋는 여름 반찬, '주연' 갈치보다 많이 넣는 것
  5. 5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