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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중심으로 일어난 운동, '400만년' 된 일본 최대 호수를 살렸다

[비가 오면 드러나는 하천의 진실⑤] 합성세제 근절 '비누 운동'... 실패 사례도 투명하게 공개, 박물관에 과정 소개

등록 2026.07.07 18:28수정 2026.07.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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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집 앞 하천에서 멱을 감고 발을 담그며 놀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함양군 주민들의 이 같은 말은 향수가 아닌 지역 하천 환경 변화에 대한 체감적 경고에 가깝다. ‘청정 함양’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달리, 하천은 더 이상 주민 삶과 맞닿은 공간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간함양은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하천 오염 실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원인과 구조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기자말]

 4월21일 시가현 비와호 환경부 환경정책팀을 만나 비와호 호수 수질 관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왼쪽 오쿠다 카즈오 환경기획 담당, 오른쪽 아카사키 요시치가 수질·생태계 담당)
4월21일 시가현 비와호 환경부 환경정책팀을 만나 비와호 호수 수질 관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왼쪽 오쿠다 카즈오 환경기획 담당, 오른쪽 아카사키 요시치가 수질·생태계 담당) 주간함양

일본 시가(滋賀)현에 위치한 비와호(琵琶湖)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이자, 약 400만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고대호(古代湖)다. 면적이 약 670㎢에 달해 호수 가장자리에 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때문에 처음 방문한 이들은 종종 바다로 착각하곤 한다.

비와호의 진정한 가치는 압도적인 규모에만 있지 않다. 비와호는 시가현을 넘어 교토와 오사카, 효고를 아우르는 이른바 '간사이 광역권' 주민들의 젖줄이자 핵심 수자원이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은 인근 유역의 생활·산업용수로 긴요하게 쓰인 뒤, 요도강(淀川) 수계를 따라 오사카만으로 흘러간다. 비와호의 수질이 한 지자체의 환경 문제를 넘어, 일본 간사이 지역 전체의 생존권 및 경제와 직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가현 비와호 환경부 보전·재생과 수질생태 담당 아카사키 요시치카씨는 비와호가 가진 지정학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비와호는 교토와 오사카 등 간사이 광역권의 생명줄과 같은 공간입니다. 역사·문화적으로도 깊은 상징성을 지닐 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 담수호이자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와호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맑고 풍요로운 빛을 띠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청정 호수는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온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다.

'비누 운동'이 쏘아 올린 기적


1970~1980년대 일본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비와호를 직격했다. 공장 폐수와 미처리된 생활오수가 거침없이 쏟아지면서 호수는 빠르게 자정 능력을 잃어갔다. 결국 1977년, 비와호 전역에 대규모 '담수 적조' 현상이 발생하며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가정 등에서 배출된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가 과도하게 유입(부영양화)되면서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한 탓이었다. 호수 전체가 붉은빛으로 오염된 모습은 '일상의 편리함이 거대한 수자원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비와호가 지닌 세 가지 핵심 가치인 △킨키 지방의 광역 수자원 역할 △메기·붕어 등 수십여 종의 고유종을 품은 생태계 △지역 어업 및 전통 음식 문화의 기반으로서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와호가 지닌 세 가지 핵심 가치인 △킨키 지방의 광역 수자원 역할 △메기·붕어 등 수십여 종의 고유종을 품은 생태계 △지역 어업 및 전통 음식 문화의 기반으로서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간함양

특히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가정용 합성세제에 포함된 '인(P)' 성분이 지목되면서 사회적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아카사키 수질·생태계 담당자는 "당시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비와호 수질이 악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지역민들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인이 없는 세제를 쓰자'는 자발적인 '합성세제 추방 및 천연 비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정부도 즉각 화답했다. 시가현은 1979년 일본 전국 최초로 '시가현 비와호 부영양화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인이 함유된 가정용 합성세제의 판매와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공장 배출수뿐만 아니라 가정용 오염원까지 법적으로 규제한 이 선도적인 사례는 일본 전역의 환경 정책을 바꾸는 도화선이 됐으며, 국가 차원의 하수처리 고도화 정책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규제보다 '참여와 공유'... 실패의 역사까지 자산으로

비와호 수질 개선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방적인 '규제 강화'에만 있지 않다. 일본 정부와 시가현은 공장 등 대규모 산업시설은 엄격한 법률로 다스리되,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은 지자체 조례와 권고를 통해 유연하게 보완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농업 분야의 오염원 관리도 돋보였다. 시가현은 농업용수의 무분별한 유출을 막고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는 대신, 농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먼저 유도했다.

아카사키씨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민과의 '신뢰'와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와호 대책은 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영양염류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비누 사용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지만, 모든 정책이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시가현이 이러한 실패의 경험마저 숨기지 않고 미래의 자산으로 삼았다는 전형이다.

"시가현이 운영하는 '비와호 박물관'에 가보시면 수질 개선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했던 정책과 시행착오의 과정까지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환경 정책에서 실패와 성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발판이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지키니 지역 경제가 춤춘다

비와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1990년대 들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비와호 종합보전 대책'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과거에는 '환경 보전'과 '경제 개발'을 대립 관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시가현은 '환경이 곧 최고의 지역 경쟁력'이라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능이 필요했죠. 비와호를 깨끗하게 지키는 것이 결국 지역의 관광자원을 키우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임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상생 전략은 적중했다. 맑아진 호수를 배경으로 자전거 일주(비와이치), 생태 탐방, 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결합했다. 환경을 지켜낸 대가가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성장 동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제는 '생태계 전층 순환'을 고민할 때

그러나 수질이 맑아졌다고 해서 비와호의 고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비와호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깨끗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패류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와 '외래어종 격증'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과거의 적이 인간이 만든 '오염물질'이었다면, 지금의 적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다.

비와호는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상층부의 차갑고 산소가 풍부한 물이 아래로 내려가고 저층부의 물이 위로 올라오는 대류 현상. 이른바 '전층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순환을 통해 호수 최저층에 서식하는 어패류가 숨을 쉬고, 호수 전체 물이 순환된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호수 바닥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질오염과 부영양화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질 수치 자체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호수 내부의 생태계 변화와 고유 수종의 감소를 막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고 복잡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시가현과 관련 기관들은 수질 측정을 비롯한 종합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시가현 비와호 환경과학연구센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하천과 호수의 생태 정보를 정밀 조사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의 데이터 교차 검증을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
- 거품 둥둥 떠다니는 함양 하천... "이게 '수질 양호'라니" https://omn.kr/2igsb
- "'오염됐는가' 보다 '어디서 시작됐는가'... 수질 개선, 주민 공감할 수 있어야" https://omn.kr/2imb1
- "오염원 찾아야 물이 살아난다"... 당진시의 수질오염 해법 https://omn.kr/2ip7p
- "습지는 지구의 신장" 순천만이 증명한 '자연 정수기' https://omn.kr/2isc0
- 일본은 물이 너무 맑아 고민이라고? https://omn.kr/2ivcp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비가 #오면 #드러나는 #하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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