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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로만 듣던 달빛의 길이구나

[시로 읽는 오늘] 현택훈 '북제주군'

등록 2026.07.16 09:01수정 2026.07.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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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북제주군
- 현택훈

조천부터 별이 뜬다
비로소 저녁 하늘이 따뜻하다


여기서부터는 눈을 뜨자

떠나온 도시에겐 미안하지만
우리 그동안 너무 많이 칭얼댔으니

불빛들이 범람하는 거리에 둥둥 떠나디는 자동차들
엄마는 이제 오지 않아 플라스틱 무덤들 파헤치며
섬들의 지도를 그렸다

여기서부터 달빛을 맞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달빛의 길이구나
부드러운 물감을 아스팔트 줄기 따라 흘려보내고

여기서부터는
나뭇잎이 별빛의 손수건이다
저녁 자전거 꽁무니에 반짝이는
반딧불이


출처_시집 <마음에 드는 글씨>, 한그루, 2023
시인_현택훈 :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구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글씨>가 있다.

 이제 엄마는 오지 않고, 달빛만 몸 안에 길을 낸다.
이제 엄마는 오지 않고, 달빛만 몸 안에 길을 낸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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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하면 흔히 함덕해수욕장이나 서우봉 해변을 떠올린다. 관광 명소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는 바다와는 거리가 멀다. 되레 중산간 지역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조천읍의 중산간은 이른 저녁부터 어둑해진다. 주지하듯 불빛이 없는 곳일수록 별이 잘 보인다. '둥둥 떠다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길을 비추는 것처럼 보이는 건 과장이 아니다. 달빛과 별빛만으로 길을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빛들은 세상과 단절된 자에게만 허락되는 자연의 빛이다.

시적화자는 20여년 전 사라진 '북제주군' 시절의 조천을 회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이 그리는 섬의 지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의 엄마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수가 빛의 물감에 젖어 길을 드리운다. 나뭇잎조차 손수건으로 보일 만큼 푹 젖어 있는 풍경이 빛에 어른거리며 과거를 되살려낸다. 반딧불이가 자전거를 좇는 어둑한 저녁의 풍경을 보면서 시인은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달빛의 길을 따라가면 어디에 닿게 될까. (문경수 시인)
#현택훈시인 #북제주군 #마음에드는글씨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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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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