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 산내면 황토섬 건너가는 제방에서 바라본 섬진강댐 원경, 제방에서 옥정호 동남쪽으로 2.8km 지점에 섬진강댐이 보이고, 1km 위치 거리에 옛 운암댐이 수몰되어 있다.
이완우
난국정 앞에서 250m 제방을 걸어서 황토섬(무루봉)으로 건너갔다. 황토섬은 황토마을과 낮은 산능선(잘록한 좁은 지형)으로 연결된 세로 900m 가로 300m의 삼각형 형태의 산날등(동산)인 무루봉(286m)이었다. 1965년 섬진강댐 준공으로 옥정호 수위가 높아져서 한때 섬(황토섬)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제방을 쌓아서 황토마을과 연결되었다.
이곳 무루봉으로 건너가는 산날등에서 1965년 이전에는 운암호를 이루고 있는 운암댐이 호수 가운데로 가깝게 잘 보였을 것이다. 현재는 동남쪽으로 2.8km 지점에 섬진강댐이 희미하게 보이고, 1km 위치 거리에 옛 운암댐은 수몰되어 있다. 운암댐이 수몰된 오른쪽 호숫가에 1925년에 세운 '운암호' 기념비가 풍경 속에 작게 보인다.
정읍 산내면 종성리는 조선시대 궁중 의녀 대장금의 고향으로 알려진 장금리에 이웃하고 있다. 조선시대 중종(中宗, 1488~1544)의 후궁인 희빈 홍씨(1494~1581)가 이 섬진강 상류 너디마을에서 입궐하면서, 이 마을에 살던 장금이가 희빈의 시녀로 따라갔다고 한다. 섬진강 상류 정읍 너디마을은 궁중 의녀 대장금의 고향으로 알려졌다.
황토섬 숲길에서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정읍 산내면의 옥정호 지역인 추령천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곳 산내면 너디마을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의 연고지(緣故地)였으며, 공민왕(1330~1374)의 외가 마을이었다고 전해온다.
신라시대에 중국 사신들과 수행원들이 서해안 부안에서 경주로 오가는 육로인 갈령도(葛嶺道)가 있었다. 섬진강 상류 풍광 좋은 너디마을 수침동(水沈洞)은 중국 사신단이 며칠씩 쉬어가는 장소였다. 이 지역에 음악, 가무, 음식과 의술이 일찍부터 발달하여 전승되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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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디마을과 수침동은 현재 옥정호에 수몰되어 잠겼다. 너디마을 수침동(水沈洞)은 천 년 전의 예언적인 지명을 간직하고 있다. 황토섬에는 예로부터 의미 있는 성황당이 있었다. 이 지역에 이어진 의술, 가무와 음식의 전통을 이곳 성황당의 무녀들이 대를 이어서 전승하였을 것이라고 지역 향토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황토섬의 숲길을 걸어 옛 성황당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황토마을 주민들은 옛날 성황당이 강변 낮은 곳에 있다가, 섬진강댐이 건설되자 높은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커다란 은행나무 세 그루가 숲길 옆에 서 있고, 인적이 오래전에 멈춘 듯 한 집 한 채가 있었다. 집 뒤에는 대나무 숲 아래에 맑은 샘물이 고이고 있었다.

▲ 정읍 산내면 황토섬 숲길에서 정읍 추령천의 수침동 방향 옥정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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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산내면 황토섬 숲길에서 성황당 흔적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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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섬에서 황토마을로 돌아왔다. 옥정호 호숫가에 너와 지붕의 작은 정자 기둥을 칡덩굴이 감돌아 올라가고 있었다. 마을 모정에는 주민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주민들에게 전해 오는 운암댐에 대한 옛 이야기를 부탁하였다. 한 주민이 도로 아래의 석축을 가리키며 말했다.
"운암댐을 쌓을 때에, 이 마을 주변에서도 석재를 다듬어 운반해 갔어요. 앞면을 사각형으로 하고 뒷면에 뿌리가 길게 있는 모양이었어요. 이곳저곳에서 단단한 돌을 찾아서 모양을 다듬었지요. 규격에 맞지 않거나 돌이 단단하지 않으면 버리고 갔어요. 버려진 돌들을 주워다가 마을 집들의 담장, 밭의 경계석으로 썼지요."
일제강점기 댐이나 제방을 건설하며 콘크리트 구조물의 표면 보호와 내구성 강화를 위해 '사석 보호공(Riprap)' 또는 '석축 마감' 방식을 흔히 사용했다. 당시에 고가인 시멘트 재료를 아끼면서, 앞면은 사각형 뒤쪽은 쐐기 모양의 강도 높은 석재는 콘크리트에 댐 구조에 효과적이었다.

▲ 정읍 산내면 황토마을 옥정호 호숫가의 인적 없는 너와 지붕의 작은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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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산내면 황토마을 도로 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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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마을 주민들이 옛 운암댐 위치는 '오중대' 버스정류장에서 호수 쪽으로 내려가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주민들의 기억에 의하면 6·25 전쟁 전후(1950년~1950년대 중반)에 이곳 운암댐을 지키기 위해 전투경찰대나 국군 '경비부대'가 이곳에 상주했다고 한다. 한 주민이 '오중대' 지명의 유래를 설명했다.
"당시 회문산에 있던 남부군(빨치산)들이 이곳 운암댐을 자주 공격했어요. 운암댐과 회문산 일대 토벌 작전을 전개하던 국군과 전투경찰대에서 댐 주변에 경비 초소와 주둔지를 구축했지요. '제5중대'가 바로 이 길목(종성리 초입)에서 막사를 치고 경비를 섰어요."
'오중대'는 황토마을에서 1km 거리였다. 70여 년 전, 옛 운암댐을 지키기 위해 회문산 빨치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던 군경의 주둔 흔적이 '오중대'라는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 정읍 산내면 종성리 황토마을 앞의 옥정호의 옛 운암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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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산내면 종성리 황토마을 앞의 옥정호의 옛 운암댐 위치, 멀리 섬진강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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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대에서, 인적이 끊긴 작은 도로를 따라 호수가로 내려갔다. 옥정호 수위가 상당히 낮아졌지만, 아직 옛 운암댐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옥정호 호숫가에는 거친 바위와 암반이 널려있었다.
유역변경식 '운암제(구 운암댐)'는 일제가 1925년 착공해서 1928년에 준공했다. 이 댐은 임실 강진면 옥정리 배소마을(동쪽)과 정읍 산내면 종성리 황토마을(서쪽) 사이의 계곡을 막아서 축조되었다. 황토마을은 옛 운암댐의 서쪽 끝 자락이었다.
'雲巖湖(운암호)'라고 새겨진 운암댐 준공 비석이 풍화된 상태로 서 있다. 호수 건너편 바위에 새겨져 있는 '雲岩大提(운암대제)'라고 쓰인 암각서는 보이지 않고,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만 가늠할 수 있었다. 운암댐이 서 있던 호숫가에서 1.8km 하류의 섬진강댐이 희미하게 보였다.
운암댐은 길이는 316m, 높이는 33m이다. 운암호의 물은 운암댐에서 약 5km 상류의 임실 운암면 운정리 굴등마을의 취수구에서 760m 길이의 지하터널[운암수도]로 흘렀다. 동진강 상류인 정읍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마을의 평사리천으로 내려가서 호남평야의 농업용수가 되었다. 이 운암댐은 1965년 12월, 하류 1.8㎞ 지점에 건설된 섬진강댐의 준공으로 수몰되었다. 옥정호 수위가 상당히 낮아졌는데도, 옛 운암댐의 흔적은 호수에 드러나지 않았다.
섬진강댐을 정읍 산내면 종성리 방향에서 바라보았다. 운암댐이 축조된 몇 년 후, 1934년 대홍수와 1939년 큰 가뭄이 발생하였다. 일제는 더 큰 규모의 댐을 축조하기 시작하였다. 운암제 하류 1.8km 지점에 섬진강댐을 1940년에 착공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44년에 공사가 중단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에 다시 착공하였으나 6·25전쟁으로 다시 중단되었다. 1961년 8월에 또다시 착공하여 1965년 12월 20일에 높이 64m, 길이 344m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섬진강댐을 준공하였다. 운암댐(1928년)의 운암호가 현재 섬진강댐(1965년)의 옥정호가 되었다.
옥정호에서 취수한 물은 길이 약 6.2km, 직경 3.4m의 도수터널을 통해 칠보발전소로 흐른다. 칠보발전소에서 동진강으로 흘러 도수로를 통해 호남평야로 공급된다.

▲ 정읍 산내면 종성리에서 본 섬진강댐 (댐 상류 방향 도로에서 조망 전경)
이완우

▲ 임실 강진면 용수리에서 본 섬진강댐. (댐 하류 방향 도로에서 조망 전경)
이완우
섬진강댐의 모습을 임실 강진면 용수리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섬진강댐에서 2.8km 하류에 세월교(洗越橋)가 있다. 이 세월교 지역은 예로부터 나루터나 얕은 여울이 있어 섬진강을 건너는 요긴한 길목이었다.
6·25 전쟁 시기, 이 지역은 밤이 되면 빨치산들이 나루터의 배를 타거나, 물이 얕은 여울목을 건너 가리점(백운마을) 골짜기로 숨어들어 회문산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토벌대(국군과 경찰)는 빨치산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이곳 여울목과 나루터 길목에서 빨치산들과 대치하였다. 이 지역은 빨치산들이 회문산에서 섬진강을 건너 임실 지역을 통하여 팔공산,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소통하는 길목이었다.
이곳의 세월교는 옛날 섬진강 나루터 길목에 50년 전쯤 흄관을 묻고 콘크리트로 부설한 다리다. 섬진강댐에서 방류하거나 홍수가 지면 세월교를 강물이 넘쳐서 통행할 수 없다.

▲ 임실 강진면 용수리 섬진강댐 아래 2.8km 위치의 섬진강을 건너는 세월교.
이완우
섬진강댐을 축조하여 형성된 옥정호 상류 지역에 몇 년 전에 개장한 붕어섬과 출렁다리가 생태 관광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옥정호 하류 지역에는 천 년 넘은 역사가 전해오는 정읍 산내면 너디마을 수침동과 대장금의 고향이 있다. 황토섬에는 성황당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황토섬에서 옛 운암댐이 수몰된 옥정호 풍광 끝에 섬진강댐이 아련히 보인다.
섬진강 옥정호 하류 지역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주목받으며, 근현대사의 숨결을 간직한 인문학적 탐방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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