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간의 멈춤(pause)을 끝내고 다시 찾은 수영장. 푸른 물빛을 마주하며 잃어버린 하루의 리듬을 새로이 세워 봅니다(pose)
문현호
돌이켜보면 저는 수영 덕분에 제법 훌륭한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수영을 하려니 일찍 일어나야 했고, 일찍 일어난 김에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탔습니다. 페달을 밟는 동안에는 영어 공부용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대단한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눈이 일찍 떠지니 그 새벽 시간이 아까웠던 것입니다. 수영을 하다 보니 바지 허리춤이 헐렁해지는 게 보였고, 그러자 식단에도 자연스레 마음이 갔습니다. 체력이 붙는 건 그다음에 따라오는 정직한 덤이었습니다.
수영 하나를 시작했을 뿐인데 새벽 기상과 자전거, 영어 공부와 식단, 그리고 체력까지 줄줄이 딸려 왔습니다. 도미노 하나를 세웠더니 나머지가 알아서 따라 오는 격이었습니다. 선순환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싶어 스스로 대견해 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도미노는 처음부터 작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기둥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얹어 놓았다는 위험, 그 기둥이 흔들리면 나머지도 도미노처럼 다 흔들린다는 위험 말입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 순환이라는 게 참 얄궂습니다. 딱 일주일 'pause(멈춤)' 했을 뿐인데, 그러니까 고작 일주일 멈췄을 뿐인데 몸이 먼저 알아채고 다시 무거워졌습니다. 아침 잠은 순식간에 늘어져서, 알람이 울리면 손이 먼저 나가 꺼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니 영어 공부도 자연히 멈췄고, 식단을 조절할 이유도 흐릿해졌습니다. 몇 달에 걸쳐 성실하게 쌓아온 것들이 단 며칠 만에 스르르 풀어지는 걸 보면서, 제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뼈아프게 알게 됐습니다. 도미노가 품고 있던 그 위험이 결국 현실이 된 셈이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건강한 습관을 만든 건 무려 넉 달인데, 무너지는 데는 고작 일주일이면 충분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안타까움이 저에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pose).
'나는 정말 수영 생활을 온전히 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수영이라는 가느다란 기둥 위에 다른 습관들을 아슬아슬하게 얹어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눈썹문신 하나가 뜻하지 않게 제 생활 구조를 투명하게 조명해 준 셈입니다.
그렇게 조금은 아쉬운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서던 순간의 기분은 생각보다 각별했습니다. 락커에서 수모를 꺼내고 물안경에 김 서림 방지제(안티포그)를 문지르는,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손동작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냥 물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멈췄던(pause) 뒤에 새로 자세(pose)를 잡는 기분이었습니다. 옛날 라틴어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멈춘 자리에서 다시 자세를 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첫 바퀴를 도는데 수영장의 물이 유난히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몸은 분명 일주일 전보다 둔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습니다. 잃어버린 일주일을 서둘러 만회하겠다는 거창한 각오는 아닙니다. 다만 이 리듬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걸 선명히 알아버린 이상, 이번에는 조금 더 세심하고 단단하게 내 생활의 리듬을 붙잡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눈썹문신 하나가 남긴 것은 또렷한 눈썹만이 아니라, 멈춰봐야 보이는 것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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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습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 도미노가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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