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인사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6월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상황실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기서 다시 한번 월드컵 그라운드를 되돌아봅시다. 이번 2026년 월드컵에서 가장 큰 규칙 변경은 이른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 즉 수분 보충 휴식을 전반과 후반 중간(약 22분 시점)에 한 번씩 3분간 의무적으로 부여한 것입니다. 기온과 상관없이 도입된 이 제도는 전후반 2쿼터 제였던 축구를 4쿼터 제로 바꿔놓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3분의 휴식이 텔레비전 광고 시간을 확보하려는 상업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경기 내적인 면에서만 보면, 감독이 새로운 작전 지시와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큰 의미를 지닌 규칙입니다.
실제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전 대회들과 달리 후반 들어 흐름이 뒤바뀌며 역전하는 경기가 유독 많았습니다. 브라질은 일본에 전반 0-1로 뒤졌지만, 후반 들어 동점을 만들고 추가시간에 결승 골을 터뜨려 2-1로 역전승했습니다. 벨기에는 후반 40분까지 0-2로 세네갈에 끌려가다가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쳐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연장전에서 3-2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런 경기 결과가 반드시 새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효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감독이 경기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늘린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전·후반 사이 한 번뿐이었던 감독의 전술 지시 기회가 두 번 더 늘었으니까요. 많은 명장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전술을 바꾸고 선수를 교체하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지면서도 수비 중시 전술을 끝내 고수하다 무기력하게 패배한 홍명보 감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5년 임기 중 1년을 조금 지나고 있습니다. 새로 도입된 월드컵 축구 규칙에 비유하자면, 지방선거를 치른 직후인 지금이 바로 '전반전 수분 보충 휴식 시간'입니다. 이 금쪽같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여론의 지지를 회복하고 국정 동력도 되살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이재명 정권이 지난 1년의 국정을 되돌아보며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재조정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성공한 정권'의 가늠자인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도, 지금 실패를 반성하고 전략을 재조정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성공 정권' 위해 아베한테 배워야 할 것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저는 일본 역사에서 전전과 전후를 통틀어 최장기 집권(1차 1년, 2차 7년 9개월)을 기록한 아베 신조 총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단기로 끝난 1차 내각의 실패와 달리, 2차 내각에서는 쓴소리하는 참모를 항상 곁에 두고 그 직언을 기꺼이 들었습니다. 또 바둑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교훈을 중시해, 당과 연립정권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걸 그 무엇보다 우선했습니다. 당내 주요 파벌을 적절히 배치해 융화와 협력을 다지고, 평화 노선의 공명당을 연립정권 파트너로 굳게 묶어 야당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습니다. 그런 뒤에야 자신이 원하는 국내외 정책을 차근차근 밀고 나갔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하루 일정 중 오전이나 오후에 1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을 가지라는 참모의 조언을 가급적 따랐다는 점입니다. 지도자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분히 앉아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어떤 일부터 우선해야 하는지 사색할 시간도 꼭 필요합니다. 아베 총리는 이 시간에 국회 회기 중 꼭 처리할 법안과 차기 선거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고 합니다. 늘 '하루가 3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쉴 틈 없이 뛰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자 말씀에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서도 반드시 배울 게 있다는 지혜입니다. 아베 총리가 한국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일본 지도자임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장기 집권을 이뤄낸 그에게서 배울 것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에도 정치에도 불가사의한 패배는 없습니다. 실패와 추락이라는 뼈아픈 경고를 면밀히 분석해 새살을 돋게 한다면,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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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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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정치도, 패배와 추락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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