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흔드는 한 줄... '짧은 문장' 쓰는 법

유영만 지음 <짧은 문장의 힘>

등록 2026.07.07 11:56수정 2026.07.07 11:56
0
원고료로 응원
한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대개는 자극적인 단어 하나로 시선을 붙잡으려 하지만, <짧은 문장의 힘>의 저자 유영만 교수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매력적인 짧은 문장이란 '후킹'하는 문장이 아니라, 흩어진 사고력을 다시 모아주는 문장이라는 것이다.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응축된 한 문장은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에 집중할지, 어디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할지를 걸러주는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한다고 역설한다.


신간 <짧은 문장의 힘> <짧은 문장의 힘>은 문장론이면서 동시에, 왜 계속 몸으로 살고 겪어내야 하는지를 묻는 삶의 태도론이기도 하다.
▲신간 <짧은 문장의 힘> <짧은 문장의 힘>은 문장론이면서 동시에, 왜 계속 몸으로 살고 겪어내야 하는지를 묻는 삶의 태도론이기도 하다. 행성B

문장의 힘은 삶의 힘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수사적 기교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저자는 문장을 쓰는 일이 곧 삶을 쓰는 일이라고 못박는다. 경험을 어떻게 문장의 원천으로 삼을 것인지, 독서가 어떻게 사고의 폭을 넓히는지, 인간관계가 왜 공감의 문장을 낳는지, 사유가 어떻게 문장의 본질에 가닿는지, 그리고 불필요한 언어를 어떻게 버려야 의미가 선명해지는지를 차례로 짚어나간다. 문장론이라기보다는 문장을 낳는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책은 짧은 문장이 결코 단박에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장은 짧아도 쓰는 시간은 오히려 길다.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묻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몸으로 살아낸 시간이 필요하다. 방 안에서만 다듬어진 문장과 세상과 부대끼며 나온 문장은 다르다는 것이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지점이다.

물론 실전 기술도 상세히 소개된다. 경험, 독서, 인간관계, 사유, 언어라는 다섯 가지 기본기 위에, 촌철살인과 역설의 아포리즘을 만드는 법, 언어유희를 활용하는 법, 메시지를 강력하게 디자인하는 수사법, 문장의 열기와 온도를 조절하는 법, 추상명사를 걷어내 생동감을 살리는 법 등 구체적인 필살기가 이어진다. 시와 광고 카피, 영화 명대사, 고전 속에서 짧은 문장의 원석을 길어올릴 수 있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AI와 다른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힘


책의 마지막 장은 시의성 있는 질문 하나를 정면으로 다룬다. "AI를 쓰면 더 쉽지 않은가." 저자의 답은 단호하다. AI의 언어에는 사람이 겪는 심리적 아픔, 선택의 기로에서 사고와 언어가 부딪히며 생기는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사람이 고른 단어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의 깊이와 넓이가 배어 있다. 저자는 용접을 예로 든다. AI가 용접에 관한 글을 쓸 때는 타인의 글과 데이터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낼 뿐이지만, 직접 용접을 해본 사람에게 용접은 추상적 정보가 아니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3000도가 넘는 열기를 견딘 몸, 한겨울 추위에 오그라들었던 몸이 그 열기로 풀리던 감각까지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로 모인다. 문장의 밀도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밀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촌철살인이나 역설의 아포리즘 같은 실전 기술은 재료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도구일 뿐, 재료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AI에 대한 마지막 논지 역시 같은 맥락에 서 있다. AI의 문장이 부족한 이유는 어휘력이나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장 뒤에 '견뎌낸 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짧은 문장의 힘>은 문장론이면서 동시에, 왜 계속 몸으로 살고 겪어내야 하는지를 묻는 삶의 태도론이기도 하다.

짧은 문장의 힘 - 왜 시적인 문장이 살아남는가

유영만 (지은이),
행성B(행성비), 2026


#유영만 #문장 #문장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2. 2 반칙 논란, 예매 전격 중단 된 '스파이더맨' 반칙 논란, 예매 전격 중단 된 '스파이더맨'
  3. 3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사인 받다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사인 받다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4. 4 "홍명보 전술 판단 돋보여" → " 스리백 고집이 화불러" "홍명보 전술 판단 돋보여" → " 스리백 고집이 화불러"
  5. 5 윤석열 징역 7년 확정... 변호인은 "씨X", 지지자들은 눈물 윤석열 징역 7년 확정... 변호인은 "씨X", 지지자들은 눈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