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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예정" 통보를 석방 후에야, 결국 교제폭력 피해자는 보호시설 전전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석방 정보'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행 안 돼... 법은 있지만 구체적 지침 허술

등록 2026.07.07 16:02수정 2026.07.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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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가 교제폭력 피해자 A씨로부터 전달 받은 사진. A씨는 가해자가 가석방된 뒤에야 출소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경숙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가 교제폭력 피해자 A씨로부터 전달 받은 사진. A씨는 가해자가 가석방된 뒤에야 출소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경숙 제공

"내 정보를 다 아는 가해자가 출소하는데 정작 피해자는 그 사실조차 모르잖아요. 출소 이후 국가의 피해자 보호는 사실상 없어요. 결국 보복이 두려워 숨어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경숙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는 최근 만난 교제폭력 피해자 A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활동가 설명에 따르면, A씨는 과거 연인으로부터 감금과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그는 수사 당시 담당 검사에게 가해자의 출소 사실을 미리 알고 싶다고 밝혔지만, 정작 가해자가 가석방된 뒤에야 출소 사실을 통보받았다.

피해자가 대검찰청 측으로부터 가해자 석방 날 저녁에 받은 메시지에는 "수형자 ○○○은 형기 종료로(또는 가석방으로) 석방 예정입니다. 보복의 우려로 신변보호장치(스마트워치)가 필요하여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검찰청 피해자지원실로 연락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복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가해자의 "석방 예정" 통보를 석방이 이미 이뤄진 후에야 한 셈이다.

A씨는 가해자의 원래 출소 시점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가해자가 갑자기 가석방됐다는 소식을 풀려난 뒤에야 통보받았다. A씨는 미처 이사하지 못한 채 가해자가 주소와 생활 동선까지 알고 있는 주거지에 살고 있었다. 결국 A씨는 여성단체와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급히 보호시설을 찾아야 했고 이사를 마칠 때까지 여러 시설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현행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가해자의 구속·석방 등 신병 관련 정보는 피해자나 변호인이 신청해야만 통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 절차를 누가, 언제 안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부재하다. 피해자가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제도를 알더라도 수사기관이 A씨 사례처럼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가해자의 출소 사실조차 모른 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이 활동가는 "해당 제도의 존재를 몰라 통보 요청을 신청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며 "A씨처럼 신청해도 기관 간 연계와 관리 체계가 미흡해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교제폭력 사건 모두 A씨 사례처럼 국가가 피해자를 제때 보호하지 못해 발생했다"며 "자칫 피해자에게 '알아서 스스로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줄까 염려된다"고 했다.

"장윤기 사건, 첫 신고 때 강경 대응했다면…"


 심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17)을 살해하고, 도우러 온 남학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심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17)을 살해하고, 도우러 온 남학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독자 제공

2023년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기도 한 이 활동가는 "교제폭력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국가의 응답이 간절한 요즘"이라며 "계속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사건들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위협받고 목숨을 잃어야 하나.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국가의 다짐을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최초 신고 단계부터 교제폭력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사기관의 기조가 추가 범죄와 피해자 보호 공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광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도 앞서 교제 요구를 거절한 다른 여성에게 스토킹과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며 "초기 범행 단계에서 위험성을 더 엄중하게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또 다른 피해를 막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고와 수사 단계에서도 충분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A씨 사례처럼) 가해자가 출소한 뒤에는 피해자 스스로 보호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사자나 가족이 여성단체와 보호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국가가 먼저 움직일 수는 없나"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교제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도 강조했다. 그는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직장, 생활반경은 물론 주변 지인을 통해 근황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범죄"라며 "그만큼 피해자들이 보복 범죄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친밀관계폭력처벌법(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대표 발의)처럼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입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경숙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는 지난 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이경숙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는 지난 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이진민

"출소 통보, 담당자 개인에게 맡겨선 안 돼"

범죄피해자 보호법과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지침 등에 따르면 검찰은 피해자나 변호인이 요청할 경우 가해자의 구속·석방 등을 신속히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 안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 이에 신청 절차 안내 의무를 명문화하거나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통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 제도에서의 신청 절차 안내는 시스템이 아닌 현장 경찰관과 수사 담당자의 판단과 역량에 맡겨져 있다"며 "개별 담당자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누구나 동일하게 안내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해 "미국처럼 검사가 피해자에게 관련 제도를 안내할 의무를 부여하거나 영국처럼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통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가해자에게 '사회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면 보복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제폭력 #친밀관계폭력 #여성폭력 #장윤기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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