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 이제는 낮에 일하고 싶다"

[인터뷰] 박현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춘천환경사업지회 지회장

등록 2026.07.08 10:43수정 2026.07.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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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환경사업지회는 강원도 춘천시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춘천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16개 민간업체가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종사자 약 200명 가운데 70여 명이 춘천환경사업지회에 가입해 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춘천시 폐기물관리 조례와 시행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조례에는 대행업체의 책임구역과 계약기간, 수집·운반 물량은 물론 장비 규격과 수량, 작업 방식 등이 규정돼 있다. 업체와 노동자들은 이 기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이유로 춘천환경사업지회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춘천시를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춘천환경사업지회 사무실에서 박현유 지회장을 만났다. 박 지회장은 2012년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해온 노동자다.

강원도 내 지자체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춘천환경사업지회는 지난 5월 29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춘천시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지자체로서 처음으로 민간위탁 노조의 원청 사용자 인정이다.

"3월 10일 노조법 개정에 맞춰 미리 준비해 왔습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처음으로 원청교섭을 요구한 공공운수노조 화성시환경지회를 보면서 논의했어요. 저희도 4월 말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5월 29일 춘천시의 사용자성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교섭단위 분리를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6월 11일까지는 결정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춘천시의 과업지시서가 노동시간과 차량, 인원, 쓰레기 수거 방법, 임금, 복지 등 노동조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지방노동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섭 의제는 노동안전과 관련한 것들이다. 박현유 지회장이 일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춘천에서 4명의 환경미화 노동자가 숨졌다. 이전에는 언제 누가 어떻게 죽고 얼마나 다쳤는지 기록도 잘 남아 있지 않았다. 말로 전해 내려올 뿐이었다. 동료의 죽음을 기억하고, 위험한 현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박 지회장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에 5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후면 발판에 매달려 작업 중, 차량이 미끄러져 인도 블록에 부딪히는 바람에 노동자가 튕겨 나가 사망하고, 다음 해에는 작업 중이던 청소차량을 만취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분이 형제였어요(돌아가신 분이 동생).


2020년에도 5톤 압축차 발판에 매달려 작업하던 중 승용차 추돌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작년에는 재활용 선별하는 춘천환경사업소에서 춘천 시내로 나오던 차량이 고라니 때문에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1톤 재활용차량이 추돌,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박 지회장은 현재 야간에 이뤄지는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작업을 주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춘천시와의 원청교섭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의제로 꼽았다.

"사고가 대부분 야간작업과 관련 있습니다. 야간작업은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한데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음주운전도 낮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불법 발판은 이제 거의 없어졌어요. 노동조합에서 나서서, 불편해도 우리 생명 지켜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다만 노동자들이 작업 편의를 위해 과적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밤에는 상대적으로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과적을 하게 되고, 높은 곳에 폐기물을 쌓다가 추락하는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간작업 전환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춘천시 과업지시서에는 생활폐기물을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수거·운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런 작업시간은 용역업체와 노동조합의 교섭만으로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춘천시가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년간 4명 사망, 법이 보장하는 주간 전환이 시급해

야간노동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면장애와 고혈압, 당뇨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현재 춘천시의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작업은 주 6일 야간에 이뤄지고 있다.

야간노동에 장시간노동까지 겹치면서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수면장애와 근골격계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자신의 일상을 챙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야간작업을 하니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되지만, 주간으로 전환할 수도 없고 노동시간을 줄여줄 수도 없는 특수건강진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뷰에 함께한 지회 홍보부장은 특수건강진단의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특수검진하면 수면장애 설문지가 있잖아요. 사실대로 적어냈더니 검사를 한 번 더 하래요. 2차 검사를 하라고. 그런데 2차 검사까지 받으면 뭐하나요? 일은 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설문지에 '괜찮다', '나는 아프지 않다', '문제가 없다'고 표시하게 돼요."

환경미화 작업은 과거 야간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여겨졌지만, 2019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관련 안전기준'이 도입되면서 주간 작업이 법상 원칙이 됐다. 다만 시행규칙에는 예외 조항이 있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야간작업을 운영할 수 있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강원특별자치도만 보더라도 18개 시·군 중 저희 춘천시와 속초시, 두 곳만 야간에 하고 있습니다. 춘천 시민 불편을 주로 이야기하는데, 춘천시 인구는 30만 명이고 원주시는 36만 명이에요. 원주가 도시가 더 크고 교통도 더 복잡합니다. 그런데도 원주시는 주간에 하고 있지 않습니까? 춘천도 못 할 게 없다는 거죠.

소각, 재활용 선별, 매립하는 춘천환경사업소 소재지 주민들이 낮에 대형 화물차 오가는 것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긴 한데요, 이것은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마을 주민들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죠. 그걸 안 하고 노동자가 위험을 떠안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춘천환경사업지회는 현재 2인 1조로 운영되는 근무체계를 3인 1조로 개선하고, 저상형 청소차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주요 교섭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은 주간 근무에 3인 1조 작업이 원칙이에요. 그런데 지자체 조례로 특별한 경우, 골목길 수거에 한해서는 2인 1조 할 수 있다 해 놓고, 춘천시에서는 2인 1조가 기본이 되는 거죠. 이건 상위법을 조례로 피하는 편법이라고 봅니다.

안전 문제로 저상차 도입도 시급합니다. 이미 홍천군에서 2024년부터 저상형 청소차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저상 트럭이 되면, 폐기물을 싣는 작업 높이가 낮아지게 되어 추락 시 덜 위험합니다. 게다가 저상차는 운전석과 폐기물 적재함 사이에 탑승 공간이 있고 오르내리기가 쉬워요. 발판에 매달리는 위험한 행동을 안 하게 되지요. 조금이라도 덜 걷고 일할 수 있고요."

용역업체 대신 진짜 책임 있는 춘천시와 교섭을

그동안 용역업체와의 교섭이나 투쟁에서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던 시급한 안전보건 과제들을 춘천시와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된 박 지회장의 기대감이 느껴진다. 원청들이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박현유 지회장은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안전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용자성을 노동안전에 대해서만 인정한다면, 그거라도 개선하라고, 노동안전 문제라도 해결하라고 할 것 같아요. 용역업체랑 교섭할 때는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거든요. 용역업체가 '자기가 해줄 수 없다'라며 늘 발뺌하던 것들을 이제 춘천시랑 직접 얘기할 수 있으니, 조금은 수월해질 걸로 기대합니다."

5월 29일 지노위 결정에 대해,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8일 진행했고, 그날 오후 춘천시가 교섭 공고를 냈다. 다른 노동조합들과 창구단일화 과정을 거치고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생활폐기물수집운반 환경미화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부의 안전가이드라인, 원가 산정기준 등을 둘러싸고 노정협의도 시작되었다.

"기후부와 생활폐기물 수거 운반과 관련해서 노정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인 1조, 주간근무 등의 원칙을 지자체 조례를 통해 무너뜨릴 수 있는 단서 조항을 아예 없애는 걸, 이 정부 임기 내에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춘천환경사업지회의 원청 교섭 투쟁은 전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똑같은 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정해지지만, 춘천시와 달리 부평구에서는 지노위가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업무 수행 시간과 방식, 사용하는 장비를 모두 결정하고, 임금과 처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가 교섭 책임이 없다면 노란봉투법은 대체 어디서 적용될까? 춘천환경사업지회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춘천환경 #생활폐기물 #야간노동 #원청교섭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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